[현대해양] 우리는 지금 지구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이전과 달리 인간 활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 현 지질시대를 ‘인류세(Anthropecene)’라 명명하고, 이 층을 구분하는 표식(stratigraphic marker)으로 플라스틱을 제안했다.
이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플라스틱을 소비해 세계 곳곳으로 널리 퍼져있으며, 폐기 후 땅에 묻히면 화석화가 가능할 정도로 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사용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수거돼 소각, 매립, 재활용되지만, 일부는 태풍이나 폭우 등 자연요인이나 투기 등 인적요인에 의하여 바다로 흘러들어온다.
바다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플라스틱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 대양에는 2015년 기준으로 약 1억 5,000만 톤에서 8,5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존재하며(Ocean Conservancy and McKinsey Center for Business and Environment, 2015),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온다(J.R. Jambeck et al., 2015). 이러한 추세가 2050년까지 지속되면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게 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추정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세계 최대 소비국,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량 심각
우리 바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어업, 해운, 관광, 모래·규사 채취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해양 공간을 이용하고 있으며, 연간 190억 개의 폐비닐을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비국이기 때문에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많다. 이들 중 일부는 해양공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유실되기도 하고, 장마철, 태풍 등 집중 호우기간에 바람과 비를 통해 바다에 유입되기도 한다.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을 통해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 종류를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류가 과반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각종 뚜껑류, 폐트병, 비닐 봉투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1~3위를 차지하여, 육상에서 버려진 후 바다로 유입되는 경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다 밑에 잠겨 있는 침적 쓰레기는 육상에서 흘러들어온 것보다는 어업 활동 과정에서 유실된 어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양수산부가 매년 연근해 어장에서 약 2,000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으로 짐작해 보건데, 해마다 그 이상의 어구가 바다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스티로폼 부표, 노끈이나 어망, 조각난 섬유나 플라스틱 병 등은 바다를 떠다니는데, 이들로 인한 선박 프로 펠러 얽힘 사고는 해양경찰청에 신고된 건수만 연간 400건이 넘어, 부유쓰레기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증가 전망이 우리 해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톤/인으로 미국 93.8톤/인 보다 많고, 일본 65.8톤/인에 비해서는 2배 정도 많다. 이러한 플라스틱 소비 관행이 유지된다면 우리나라의 2020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5년 대비 약 10% 증가한 145.9톤/인이 될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소비량의 증가는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량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주요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2018년 1월 1일에 시행된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조치는 해양쓰레기 관리 측면에서 위협(Threat)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1~2월 폐플라스틱류의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1/3 수준으로 대폭 감소한 반면 수입 물량은 증가했다. 이로 인해 폐플라스틱류의 시장 가치는 하락했고, 폐기물 운반·처리업체는 경영수지가 악화되자 폐비닐, 폐PET병 등의 수거를 거부해 지난 4월 ‘중국발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폐비닐이나 폐PET병은 이전에도 해변에서 가장 흔히 볼수 있는 쓰레기 품목인데, 육상의 수거-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우수관로나 하천 등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양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더욱이 지난 4월 19일에 중국 생태환경부가 발표한 추가 조치에 따르면 올 연말부터는 폐선박의 중국 수출길도 막히게 된다. 중국은 폐선박을 비롯한 19종의 고형 쓰레기는 2018년 12월 31일부터, 각종 고철 부스러기를 포함한 19종은 2019년 12월 31일부터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중국의 폐선박 수입 규모는 약 3,000만 달러이며, 대(對) 중국 수출국 중 우리나라는 3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폐선박 처리업체는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거나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연근해 조업 활동과정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은 2010년 113만 3,000톤에서 2016년 91만 4,000톤으로 다소 감소했다. 한·중·일 3국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중국의 영향으로 2010년 1,681만 1,000톤에서 2016년 1,711만 8,000톤으로 오히려 증가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
해양쓰레기는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때문에 한·중 잠정 조치수역이나 중국 해역에서 유실된 어망, 장갑, 노끈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류 혹은 북서풍을 타고 우리 해역으로 밀려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해 보인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수거·처리 어려워
해양쓰레기는 육상에서 발생한 쓰레기에 비해서 처리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첫째,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연안은 우리나라의 말단에 위치하고 있어 수집·운반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어업용 쓰레기가 발생하는 어촌지역은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많고,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어 있어 수집·운반 차량의 이동거리는 길 수 밖에 없다.
파도나 바람에 의해 해변으로 밀려온 해변쓰레기는 사람의 왕래가 없는 해안가, 접근조차 어려운 절벽이나 무인도서 해변에 뜨문뜨문 흩어져 있어 인력, 장비를 동원하여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약 500개의 유인도서를 포함한 3,000여 개의 도서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선박을 이용하여 육지로 운송하는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둘째, 해양쓰레기는 하계 집중호우기, 수산물 어획시기, 휴가시즌 등 특정 시기에 집중 발생한다. 특히 해양쓰레기는 수분이나 부착된 해양생물로 인하여 쉽게 부패하나 상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등과 달리 수집 장비나 보관시설의 운용에 한계가 있어 발생 즉시 수거·처리하는 시스템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민간 처리업체에서 특정 시기,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의 수용 태세를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해수욕장 쓰레기, 태풍 등 재해쓰레기는 지자체가 수거, 운반을 주도한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부터 폐스티로폼 부표 등 어로 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집중 발생시기에 이를 수집·운반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셋째, 바다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염분, 수분을 흡수하거나 따개비 등의 부착생물이나 모래, 진흙 등에 의해 오염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전처리 작업이 하다. 현재까지 해양쓰레기 전용의 전처리 기술 개발은 미흡하여 대부분 사람이 직접 작업을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넷째, 해양쓰레기는 소각, 매립도 쉽지 않다. 해양쓰레기 소각시설은 염분의 연소 시 발생되는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합성수지 등 발열량이 높은 물질에 적합한 시설이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시기에 집중 발생해 연중 가동이 어려운 해양쓰레기 전용 소각시설을 민간업체가 설치하기는 어렵다. 매립 처분 역시 올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매립 제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를 위한 외국의 노력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을까. 해외에서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수거 및 수집한 후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예를들어,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12년부터2015년까지 3년간 어업용 쓰레기를 수집, 분류, 재활용하는 ‘EUfir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이 시스템은노르웨이의 사업을 유럽으로 확대한 것으로 Nofir을 중심으로 어망 분리‧수집시설과 나일론, PE(Poly Ethylene), PP(PolyP Propylene), 가죽, 고철 재활용 공장이 연계돼 있다.
Nofir는 2008년에 설립된 노르웨이의 ·제조한다. EUfir 시스템은 현재까지 유럽 9개국에 구축됐으며, 2017년 한 해 동안 로프, 어망 7,428톤을 수집, 재활용했다.
미국은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의 Marine Debris Program의 일환으로 폐어구를 회수해 에너지로 회수하는 “Fishing for Energy”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NFWF(국립 어류야생동물 기금), 폐기물처리업체 Covanta, 금용 재활용업체 Schnitzer Steel Industries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16년 9월 기준으로 10개 주, 49개 어항에 수거함을 설치해 총 320만 파운드 이상의 폐어구를 회수했다. 회수된 폐어망 1톤으로 한 가정에 25일 분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수산청은 EPS(Expanded Polystrene) 재질의 부표를 펠릿으로 압축하는 설비와 이를 원료로 하는 해조류 자숙용 증기 보일러, 혹은 족욕탕용 온수 보일러를 개발했다. 이 보일러는 폐스티로폼 부표에 적합하도록 고온 연소가 가능하고 어촌지역에 설치하기 위해 소형으로 개발됐다.
이를통해 부피가 큰 폐부표의 수집·운반 및 처리 비용뿐만 아니라, 자숙용 및 가정요 보일러의 연료비를 절감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해양쓰레기 업사이클링(재활용)도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디다스와 환경단체인 Parley for the Oceans이 만든 운동화 라인 ‘Addidas×Parples’가 있다. 이 운동화는 해변 플라스틱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한 제품이다. 서핑 보드 등 해양레저 스포츠용품을 제작하는 Volcom은 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 원사로 제작한 수영복 라인 ‘Simply Solid Swim’를 출시했다. 소비제품 생산업체와 연계한 업사이클도 이뤄지고 있다.
화장품업체인 Lush는 환경단체인 The Ocean Legacy Foundation에서 수거한 해변 플라스틱 쓰레기로 자사제품의의 병을 제작, 판매하고 있으며, Procter&Gamble은 재활용업체 Terracycle과 손을 잡고 자사 샴푸제품의 용기를 해변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다.
이 외 해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현관용 매트, 선글라스, 스케이트 보드 등을 제작·판매하는 소규모 업체 사이클링 전문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활성화 방안
우리나라에서 현재 재활용되는 해양쓰레기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인 스티로폼 부표와 플라스틱 김발발장, 자발적 협약(VA) 대상인 폐어망으로 매우 제한적이고, 김발장을 제외한 스티로폼 부표와 폐어망의 재활용률은 출고량의 30% 미만에 그친다. 그렇다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앞서 해외 사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우선 재활용 가능한 어업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회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폐어망, 노끈, 부표 등은 해양쓰레기 중에서도 재활용 하기 가장 적합한 품목이다. 이들 어업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업인이 적정 배출한다면 바다 밑, 바다 위, 해안가에서 수거하는 비용이 들지 않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수집, 운반, 처리를 규정한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양식용 폐부자, 폐어망을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분류하고 있으나 「폐기물 관리법」에서 규정한 생활쓰레기 분류 기준에 따르면 어업인은 대부분 1일 쓰레기 배출량이 300kg 이하이기 때문에 양식용 폐부자, 폐어망은 생활쓰레기에 속한다. 지자체에서 「폐기물 관리법」의 적용에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양식용 폐부자, 폐어망을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해 어업인이 처리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나, 이 경우 어업인이 직접 ‘사업장폐기물 배출자’로 신고한 후 직접 처리하거나 사업장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 위탁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어업인 개개인이 ‘사업장폐기물 배출자’로 신고한 후 폐기물 운반처리업체를 부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지 않다. 이와 유사한 농업용 폐비닐은 「폐기물 관리법」에서 생활쓰레기로 분류한 후 한국환경공단에서 수거·처리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업용 쓰레기는 농민, 한국환경공단,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매우 명확하고, 전담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서 수거·처리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수거율 및 재활용률이 75%로 높은 편이다.
즉, 어업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용 수거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며, 해양쓰레기의 수집·운반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공공이 주도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해양수산부에서 일부 어촌을 대상으로 폐스티로폼 부표 회수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정착시킨다면 양식용 폐부자, 폐어망 등이 바다로 유입된 후 수거 처리하는 현행 방식을 해양환경 보전에 유익한 어업인 배출-수거-처리로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재생자원의 판매까지 고려한 재활용 기술 및 장비 개발이 필요하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잉고트나 SRF(Solid Refuse Fuel) 등의 재생원료를 만들 수는 있으나 판매하기가 어렵다. 해외 사례와 같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재생원료를 만드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보일러 등의 장비를 개발·보급하거나,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업사이클링 제품의 제작을 장려하거나, 열에너지로 회수한 후 지역 사회에 공급해야 한다.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탈염, 오염물질 제거 등 전처리 작업을 거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육상에서 발생한 여타의 플라스틱 쓰레기와 큰 차이가 없으므로, 공공 주도로 해양 플라스틱쓰레기를 수거 및 전처리한 후 민간 재활용업체에 넘는 방식이 가능하다. 다양한 기술, 아이디어를 가진 민간업체 간, 그리고 민간업체와 지자체간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기회를 마련해 민간업체의 재활용시장 진입을 촉진할 수 있다.
한편, 도서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육상으로 이동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도서지역에서 쓰레기는 해당 도서에서 재활용한 후 자체 소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어업 활동이 활발한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어촌사회형 순환경제 모델을 개발 및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