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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10주년...지구 49바퀴 돈 아덴만의 영웅

화이트보스 2019. 3. 17. 11:19



'청해부대' 10주년...지구 49바퀴 돈 아덴만의 영웅

입력 2019.03.17 08:37

"사상자가 두명 이상 나오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다."
8년 전 해군 청해부대의 실력을 전 세계에 알린 '아덴만 여명작전'은 작전 승인이 나기 전까지 많은 진통을 겪었다. 청와대 참모진 상당수가 국방부로부터 '소말리아 해상 인질 구출작전' 계획을 보고받곤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해상 인질 구출작전이 사상자 없이 성공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선례가 드물었다. 그런 만큼 자칫 사상자가 발생했다간 국내 여론이 험악해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의 독대를 자청해 해상 구출 작전을 허가해달라고 했다. "사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 대성공입니다. 사상자가 한 명만 나와도 큰 파장이 일지도 모릅니다. 사상자가 두 명 이상 나오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다." 그가 직(職)을 걸고 작전을 관철했던 것은 그만큼 청해부대의 작전 수행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해부대 28진(최영함) 장병들이 파병 10주년을 맞아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해군 제공
결국 청와대의 재가가 떨어졌고 에티오피아 인근 지부티 항에 정박해 있던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은 인도양을 가로질러 약 1000km의 거리를 이틀 만에 도착했다. 최영함에는 UDT/SEAL 특수부대원들도 타고 있었다. 2011년 1월 21일 오전 4시 58분(현지시각) 작전이 시작됐다. 삼호주얼리호를 구하기 위한 '아덴만 여명작전'의 시작이었다. 작전 도중 석해균 선장이 총에 맞는 등 급박한 순간도 있었다. 청해부대원들은 4시간58분간 사투를 벌인 끝에 선원 21명을 모두 구출했고, 해적 8명은 사살, 5명은 생포됐다.

◇우리 군 최초 전투함 파병부대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으로 '해상 인질구출 작전의 롤모델'로 칭송받은 청해부대가 지난 13일 파병 10주년을 맞았다. 2009년 3월 13일 1진 문무대왕함 출항을 시작으로 현재는 28진 최영함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해부대의 항해 거리는 총 195만1267㎞, 지구를 약 49바퀴 돈 거리와 맞먹는다.

청해부대는 한국군 최초의 전투함 파병부대다.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퇴치, 선박호송, 안전항해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청해부대의 작전 수행은 합동참모본부의 직접 통제를 받으며, 구축함과 검문검색대(UDT), 항공파견대 등 3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아덴만 해역은 원유, LNG 등 우리나라 전략물자의 주요 해상수송로다. 한국 국적 선박이 연간 400여척 지나다닌다. 아덴만 해역이 아닌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1만톤급 컨테이너선 기준 70억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지난달 20일 기준 청해부대가 지원한 선박은 총 2만1895척, 해적퇴치는 21회에 달한다.

청해부대 28진(최영함) 장병들이 파병 10주년을 맞아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해군 제공
아덴만 여명작전 이외에도, 2011년 4월 해적의 공격을 받은 한진텐진호를 구출했다. 청해부대 11진 강감찬함은 2012년 1월 제미니호 피랍 선원 구출 작전을 완수했고, 26진 문무대왕함은 2018년 4월 가나 해상에서 피랍됐다가 구조된 우리 국민 3명을 호송하기도 했다.

해군 관계자는 "인도양의 낯선 작전 환경에서 구축함 1척만으로 6개월씩 단독 작전을 10년간 성공적으로 진행한 사례가 드물다"며 "현지 연합해군사령부와 타국 해군들도 청해부대의 우수성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 문무대왕함·왕건함 6회씩 파병

청해부대는 세계에서 아덴만 작전 경험이 가장 풍부한 부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해군은 말한다. 국내 6척 뿐인 한국형(DDH-Ⅱ급) 구축함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파병됐다. 지금까지 문무대왕함과 왕건함이 각각 6회씩 파병 임무를 수행했고, 대조영함과 최영함이 5회, 충무공이순신함 4회, 강감찬함은 3회 파병됐다.

지금까지 청해부대 파병 참가 인원은 847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소속 최창민 원사, 박세환·이근행 상사 등 3명은 검문검색대원으로 5차례 파병됐다. 이들을 포함해 3회 이상 파병경험자는 189명이나 된다.

최 원사는 "군인으로서 부여된 임무는 무엇이든 수행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파병에 참여했다"며 "파병에 참여하면서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함께 긴 시간을 인내하고 격려해 준 가족들이 있었기에 다섯 번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3회 파병에 참여한 배재현 소령은 검문검색대 공격팀장으로 두 번, 검문검색대 훈련관으로 한 번 참여했다. 배 소령은 "팀원 모두가 하나의 목적 하에 서로 도우며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이 좋아서 파병에 자원했다"며"임무수행 중 표류선박을 발견해 응급조치를 한 적이 있는데 먼 바다에서 인도적인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이 큰 보람으로 남았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파병에 자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군은 오는 19일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청해부대 파병 1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국군방송 위문 열차 공연, 파병 10주년을 돌아보는 사진전도 열 예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7/20190317000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