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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싸움으로 번진 제주 쓰레기 대란

화이트보스 2019. 4. 7. 10:33


'원희룡 vs 이재명' 잠룡 싸움으로 번진 제주 쓰레기 대란

오미란 기자 입력 2019.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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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양산된 제주시 압축쓰레기..불법 수출까지
경기도·제주도 지역 갈등에 손배소송·국제합동단속도
제주시 회천동 회천매립장에 회천매립장 옆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에서 생산된 압축쓰레기 5만2000톤이 쌓여 있다. 2019.3.14/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 쓰레기 대란이 지역 갈등과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용력 초과로 제주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들이 압축쓰레기 형태로 전량 도외로 반출되고 있는 데다 이 중 일부는 해외로 불법 수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같은 처리 구조의 적정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지 약 한 달이 지났음에도 행정 당국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상황은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태의 원인은 양산된 제주시 압축쓰레기

제주시는 2015년 8월 사업비 38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회천매립장 내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에 '제주시 SRF(Solid Refuse Fuel·고형폐기물연료)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시설 노후화와 최근 쓰레기 급증으로 향후 처리난이 우려됨에 따라 쓰레기를 연료로 재활용해 제품화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준공된 시설에는 건조기 없이 파쇄기·풍력선별기·분쇄기·압축기·포장기만 구축됐다.

고형연료의 경우 수분함량이 25% 미만일 경우에 한해 제품화가 가능해 건조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핵심시설인 건조기가 누락된 것이다.

그렇게 제주시는 고형연료 중간처리물인 압축쓰레기를 양산하며 이를 도외로 반출하기 시작했다. 최근 4년간 반출량은 2015년 3825톤, 2016년 3597톤, 2017년 1만2162톤, 2018년 2만2618톤 총 4만2202톤. 반출비용만 67억원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제주시는 38억원을 들여 부실시설을 구축하고 67억원을 들여 재활용이 불가능한 압축쓰레기를 양산하며 총 1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한 셈이다.

◇필리핀으로 간 제주산 압축쓰레기 1880톤

필리핀 민다나오에 쌓여 있는 제주시 압축쓰레기. 제주도에서 생산된 압축쓰레기의 경우 선박을 통해 반출되고 있는 만큼 별도의 분쇄·포장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단순히 마대에 담겨 있는 타 지역 쓰레기와는 명확히 식별된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한강유역환경청 제공)© 뉴스1

제주시는 압축쓰레기를 생산하는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운영업무를 한불에너지관리에, 한불에너지관리는 압축쓰레기 도외 반출·처리 업무를 네오그린바이오 등에 재위탁했다.

문제의 업체인 네오그린바이오는 2016년 12월 한불에너지관리와 최초 계약을 체결할 당시 사업계획서에 '압축쓰레기를 동남아시아로 수출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했었다. 애초에 체결해서는 안 되는 계약이었다.

이후 네오그린바이오는 2017년 1월13일 제주시 압축쓰레기 2712톤을 제주항을 거쳐 필리핀 세부항으로 불법 수출했으나 연료 판정을 받지 못해 결국 반송조치 당했다.

평택항으로 돌아온 제주시 압축쓰레기는 세관의 입항거부로 두 달간 바다 위에서 머물다 그 해 5월 평택항에 하역됐다. 제주시가 이번 사태를 최초에 인지한 시점도 이 때다.

네오그린바이오는 평택항의 요청으로 2018년 1월 제주시 압축쓰레기 2712톤 가운데 832톤을 창원의 한 소각처리시설에서 처리했다.

그러나 네오그린바이오는 그 해 7월 나머지 제주시 압축쓰레기 1880톤과 국내 7~8개 업체의 폐기물 3220톤 총 5100톤을 필리핀 민다나오로 재수출했다. 물류비를 아끼기 위해 온갖 쓰레기를 모은 뒤 하역장을 바꾸는 꼼수까지 썼다.

이처럼 재위탁업체의 쓰레기 불법 수출 행위가 불과 1년도 안 돼 재현됐음에도 제주시와 한불에너지관리는 그동안 네오그린바이오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공동 정범인 셈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 웹상 설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스1

경기도 평택시는 지난달 20일 제주시에, 경기도는 지난달 26일 제주도에 각각 항의공문을 보냈다. 2018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5000여 톤의 쓰레기가 평택항으로 재반입됨에 따라 해당 쓰레기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을 제주에 청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지난달 27일 평택항에서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제주시·평택시·평택항만관리·세관 합동조사가 이뤄졌다. 평택항 내 쓰레기 컨테이너 195개(총 4666톤) 중 8개에 대한 샘플조사였다.

그러나 경기도는 합동조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오전 일부 언론보도를 인용한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산 압축폐기물 등이 포함된 쓰레기가 평택항으로 반입됐다"며 '4월 말 행정대집행'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오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나라망신을 톡톡히 시킨 그 압축폐기물이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며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나왔는데 정작 피해는 경기도민들이 보고 있다"고 거들었다.

제주도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합동조사 결과 평택항 내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발생한 압축쓰레기가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며 해당 쓰레기를 제주산으로 단정한 경기도의 보도자료에 강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나흘 뒤인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투브 채널에서 이 지사의 SNS 글에 대해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이 지사가) 사실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너무 서둘렀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배소·국제합동조사까지…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시 압축쓰레기 불법 수출 파문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제주도청 제공)© 뉴스1

경기도는 합동조사가 샘플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평택항 내 쓰레기 컨테이너 195개를 모두 개방해 출처를 확인한 뒤 행정대집행을 실시, 확인된 출처에 행정대집행 비용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제주도는 평택항에서 제주시 압축쓰레기가 발견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당초 필리핀 세부항으로 불법 수출됐다 평택항으로 반송된 제주시 압축쓰레기 2712톤이 현재 전량 소각(창원 소각처리시설)·하역(필리핀 민다나오)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평택항에는 제주시 압축쓰레기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제주도는 2017년 초 네오그린바이오가 처리하기로 한 제주시 압축쓰레기 9262톤이 군산항(8637톤)과 광양항(625톤)에 각각 장기 보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23억원을 투입해 5개월간 행정대집행 등 행정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제주시는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제주시 압축쓰레기를 운송한 외항해운업체 A사로부터 하역일정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상태다. 당초 2억5000만원이었던 청구금은 지난 13일 9억원으로 증액됐다.

관세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태평양지역 14개 국가와 쓰레기 불법 수출·입 차단을 위한 국제 합동 단속에 나선 상태다. 관세청은 이와 연계해 쓰레기 불법 수출·입 국내 특별단속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 속 이번 사태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제주시는 여전히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지난 1일 제주도의회와의 압축쓰레기 관련 현안 간담회에서 "올 연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완공되더라도 회천매립장에 쌓인 압축쓰레기 5만2000톤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도외로 반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환경부와 함께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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