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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國運風水] 풍수로 본 그림의 의미

화이트보스 2019. 5. 18. 17:55



김두규의 國運風水] 풍수로 본 그림의 의미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이의 '그림 선물 공방'이 뉴스가 되고 있다. 선물을 영어와 독일어 모두 'gift'라고 표현한다. 본디 독일어가 어원이다. '주다'라는 뜻의 동사 'geben'의 명사형이 'gift'이다. 고대(古代) 독일어부터 있던 단어로 이후 영어권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독일어 'gift'는 '독(毒)'이란 뜻도 있다. 즉 잘못된 선물은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윤중천과 김학의 사이에 있는 '그림'도 선물이 아닌 독이 되었다.

남종화의 거장 조방원 산수화. 그는 그림에 풍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남종화의 거장 조방원 산수화. 그는 그림에 풍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두규 제공
그림은 종종 뇌물로 악용되어 주고받는 사람에게 '독'이 되곤 하였다. 왜 그림이 뇌물로 이용될까? 재테크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이지만 미술 시장 전문가이기도 한 최정표(현 KDI 원장) 교수는 그림을 "예술품이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으로 규정한다. "희소성·내구성·유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은 주식보다 다소 낮지만 채권보다는 훨씬 높다." 다만 "단기 투자는 위험하다"고 그는 조언한다.

전통적으로 풍수에서 그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풍수 고전 '황제택경'의 저자로 알려진 왕미(王微·415~453)는 그림의 기능이 정신을 전하는 것이라는 '전신론(傳神論)'을 주장하였다. 산수화와 인물화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을 그리는 것은 그 정신을 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산수화와 관련하여서는 "산수의 정신을 그리는 것(寫山水之神)"이 그 요체라고 하였다. 산수의 모습에서 그 정신성을 형상화함으로써 사람들의 정신과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풍수의 핵심 이론인 동기감응설(同氣感應說)의 다른 표현이다. 바로 이 점에서 그림과 풍수가 합치한다. 이러한 전통은 계속 이어져 곽희(郭熙)·황공망(黃公望)·동기창(董其昌) 등 역대 유명 화가들이 "그림에도 풍수가 있음(�亦有風水存焉)"을 인정하였다. 특히 황공망의 '사산수결(寫山水訣)'은 화론인지 풍수론인지 혼동할 정도이다.

기관지 필터, 용각산쿨


황공망의 호는 대치(大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선 남종화 틀을 만든 허련의 호가 소치(小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2014년 작고한 남종화의 거장 조방원 역시 소치의 맥을 이어받았다. 특히 조방원은 그림에서 풍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생전에 많은 풍수사를 만났고 전라도의 많은 산수를 답사하면서 자신의 그림 작업에 영감을 얻었다. 훗날 풍수에도 일가견을 이루어 타인의 터 잡기에도 관여할 정도였다. 산수화에 대한 그의 지론이 있다.

"산수화를 그리다 보면 풍수가 절로 드러난다. 주산은 어디에 놓아야 하는가? 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이치에 맞아야 하며 그것이 바로 풍수이다. 풍수에 맞게끔 산수가 그려지고 그와 조화를 이룬 곳에 집이 앉아야 보는 사람이 감동한다." 앞에서 왕미가 주장한 '전신론'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화론과 풍수관에 부합하는 땅을 직접 골라 그곳에 미술관을 지어 전라남도에 기증하였다. 그러한 까닭에 그의 미술관(옥과미술관)은 도시가 아닌 전남 곡성군 옥과면 깊은 산골짜기에 있다. 오지에 있어 가기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 장소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풍수 행위이다. 옥과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을 보면서 기운생동이 무엇인지 느낀다. 실제 산수와 그림 속 산수를 동시에 보는 현장이다.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 '재수 좋은' 그림이다. 이처럼 그림이 갖는 순기능이 훼손되고 언제부턴가 선물이 아닌 뇌물, 사람을 죽이는 독(毒)이 되었다. 그림이 잘못되어서일까? 화가의 미숙함일까? 아니면 소장자의 어리석음일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7/20190517018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