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군 개혁 10년 프로그램을 짜자

당신은 軍의 수치"

화이트보스 2019. 6. 6. 11:56



"당신은 軍의 수치"

입력 2019.06.06 03:13

장일현 여론독자부 차장
장일현 여론독자부 차장

지난달 송영무 전 국방장관이 한 세미나에서 "김정은은 자유 민주 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말했을 때 군 안팎은 분노와 충격으로 들끓었다. 불과 70년 전 이 땅에 전쟁을 일으켰고, 세계 최악의 공산 독재를 유지하며 지금도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허점을 노리는 정권의 최고 권력자…. 그를 향한 대한민국 전직 국방장관의 말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사(修辭)였다. 군 관계자들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의 해사 2년 선배인 김혁수 초대 해군 잠수함전단장(예비역 준장)은 페이스북에 "나는 해사의 자랑은 못 된다. 그러나 송영무 너는 해사의 수치요, 동문이 아니다"라고 썼다.

그로부터 2주일 후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이번엔 현직 정경두 장관이 군의 존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달 북 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화로 풀어가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숨겨진 의미"라고 했다. 한 예비역 장교는 "정 장관이 신이냐. 도대체 북한 의도가 뭔지 어떻게 안다는 거냐"며 "저분이 군 출신 맞나"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전·현직 국방장관의 발언·발상이 군인에겐 용납이 안 되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이라면 '불순한 개인적 동기'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장관 두 명이라면 이는 통치권자 또는 집권 세력이 우리 군 대비 태세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군은 적의 '의도'가 아니라 '능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다. 신원식 전 합참작전본부장은 "적 의도는 알 수 없는 것이고, 또 항상 변한다"며 "적 의도가 무엇이든 그들이 어떤 무기·전투력을 가졌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교훈은 수도 없이 나왔다. 6·25전쟁은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몰랐고 과소평가했기에 발생한 것 아닌가. 2차 세계대전의 영웅 버나드 로 몽고메리 장군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전쟁을 다룬 책 '전쟁의 역사'에서 프로이센 참모총장 폰 몰트케 말을 인용했다. "여러분은 적 앞에 펼쳐진 길이 세 갈래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 적은 네 번째 길을 택할 것이다." 지금도 군사 분야는 물론 경영 분야에서도 폭넓게 읽히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병법서 '손자병법'에서 손자는 "전쟁이란 (적을) 속이는 도(兵者, 詭道也)"라고 했다. 손자병법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베이징대 리링 교수는 손자병법 해설서를 내놓으며 제목을 '전쟁은 속임수다(兵以詐立)'라고 달았다.

실제 전쟁의 역사는 언제나 그랬다. 적을 안심하게 하고, 우리의 전력을 숨기며, 우리가 언제 어디서 공격할지 모르게 하고, 적을 이간질해 어떻게든 이기는 최고의 방법을 연구한 것이 병법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전·현직 국방장관은 북한의 생각, 진짜 의도를 얼마나 아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5/20190605033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