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해양쓰레기 언론보도자료 모음 2

처리 못하는 의료폐기물, 매일 100t

화이트보스 2019. 6. 14. 09:51


처리 못하는 의료폐기물, 매일 100t

입력 2019.06.14 03:13

요양병원 환자 등 급증, 폐기물 7년새 2배로 늘어 지난해 22만t 
소각 처리능력은 19만t에 그쳐… 전국서 불법 방치 잇달아 적발

11일 오후 경남 통영시 한 바닷가 마을. 채마밭 복판에 사과 상자만 한 흰 박스가 어른 키만큼 쌓여 있고, 비닐 포장 한 장이 그 위를 덮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역한 약품 냄새가 훅 끼치며 날벌레가 날아올랐다. 아랫부분이 터진 상자 밖으로 물약통 수십 개와 의료용 라텍스 장갑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다른 쪽 포장을 걷자 바퀴벌레 두 마리가 후다닥 도망갔다. 그쪽도 찢어진 상자 옆에 피 묻은 튜브, 링거 바늘, 카테터가 나뒹굴었다.

여기 쌓인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가 아니라, 병원에서 나온 의료 폐기물이다. 법대로 하면 쓰레기가 생긴 지 15일 안에 태워 버려야 했지만, 작년 7월부터 11개월째 이곳에 불법 방치돼 있다. 지난달 24일 한 시민 단체가 발견해 대구지방환경청에 신고했다. 환경청은 13일 "이런 식으로 불법 의료 폐기물이 적발된 게 올 들어 경남·경북권에서만 일곱 건"이라고 했다. 경남 김해, 대구 달성군, 경북 문경 등에서도 비슷한 불법 의료 폐기물 더미가 총 1000t 넘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의료 폐기물 발생 현황 그래프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전국 요양 병원 병상 수가 최근 10년 새 네 배가 됐다. 일반 병원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쏟아지는 의료 폐기물이 2011년 12만5421t에서 2018년 22만6000t으로 7년 새 두 배가 됐다. 전국에서 하루 600t씩 의료 폐기물이 새로 쏟아지는 꼴이다. 하지만 이를 태워 없앨 소각장 처리 용량은 2015년 이후 18만9000t에 고정돼 있다. 의료 폐기물 처리·소각 업체는 같은 기간 16곳에서 14곳으로 되레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2014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의료 폐기물 발생량이 처리 용량을 넘어섰다"며 "처리 능력을 벗어나는 쓰레기가 2015년 이후 해마다 1만~3만t씩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하루 100t에 달하는 '잉여 의료 폐기물'이 어디 있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누구도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태가 5년째란 얘기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처리 가능 용량을 117%까지 끌어올려 소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못 태우고 있는 분량은 약 500t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하지만 환경 단체들은 "올 들어 경남·경북에서 적발된 불법 의료 폐기물만 1000t이 넘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맞섰다.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못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주민 반대로 소각장 증설이 쉽지 않다"며 "이미 지어놓은 시설 중에도 주민 동의를 못 받아 못 돌리는 곳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되레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 폐기물 불법 배출을 강력 단속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원들은 '피 묻은 솜 하나만 들어가도 몽땅 의료 폐기물로 분류하자'는 전략을 택했다.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감정 있는 사람이 마음먹고 신고하면 언제든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걸 의료 폐기물로 배출하고 있다"고 했다. 한 의료 폐기물 처리 업체 관계자는 "과일 껍질과 컵라면 비닐도 의료 폐기물로 나온다"고 했다. 그 결과 2014년까지 연간 1만t 안팎으로 늘어나던 의료 폐기물이 2015년 이후 전년 대비 3만t씩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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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4/20190614003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