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중앙유라시아 역사 기행

600만 난민 부른 사막화···매년 서울 100배 면적이

화이트보스 2019. 11. 10. 09:52









    

600만 난민 부른 사막화···매년 서울 100배 면적이 바뀐다

몽골은 기후변화와 과도한 방목으로 국토의 80%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사막이 확장되면서 수시로 대규모의 모래폭풍이 불어온다. 모래 폭풍이 닥치면 사람도, 가축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사진 푸른아시아]

지난달 말 전국이 황사 먼지에 뒤덮였다.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북부에서 날아온 먼지다.
황사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자연스럽게 사막화 현상도 떠올리게 된다.
 
사막화(Desertification)란 건조지역(반건조, 건조 반습윤 지역 포함)의 숲과 초지가 사라지고, 강과 호수가 마르면서 메마른 사막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일종의 토지 황폐화다.
사막화는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줄어들거나 가축의 과도한 방목, 부실한 수자원 관리 등으로 인해 초지가 황폐해지면서 나타난다.
 
사막화가 진행된 곳에서는 강한 바람에 모래 먼지가 날리는 황사 현상도 나타난다.
몽골과 중국 서부, 만주 등지의 황사현상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 먼지는 북아메리카까지 날아간다.
 
지금은 황량한 사하라 사막도 12만5000년 전에는 물이 많았고, 1만 년 전까지도 드넓은 초원이었던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기후변화로 사막이 늘어났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사하라 사막은 1900년 이후에만 남쪽으로 250㎞나 확대됐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3월 “1923년 이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하라 사막이 약 100년 동안 10% 이상 넓어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건조지역(고도 건조지역, 건조지역, 반건조지역, 건조 반습윤 지역)과 습윤지역(녹색)의 분포. 회색은 연평균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극지방의 사막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IPCC]

대륙별 건조지역 분포. (범례에 표시된 대로 고도건조(빨강), 건조(주홍), 반건조(주황), 건조 반습윤(노랑), 습윤지역(회색)으로구분된다) [자료 IPCC]

 

2억5000만 명 사막화 영향받아

버드나무 묘목을 옮기고 있는 중국 네이멍구 주민. 사막화 방지 노력을 위해 1990년대부터 나무를 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8월 채택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건조지대는 전 세계 육지의 약 46.2%를 차지한다. 건조지대는 세계 인구의 38.2%인 30억 명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건조지역의 약 70%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있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은 건조지역 면적의 10% 미만이지만, 사막화 영향을 받는 인구는 전체 건조지역 주민의 20%를 차지한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의 인구는 1950년 1억7200만 명이었으나, 오늘날에는 6억3000명으로 늘어났다.
사막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인구도 2억5000만명이나 된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현대적인 빌딩들 뒤로 산등성이에 빈민촌이 들어서 있다.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농촌을 떠난 '환경난민'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강찬수 기자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 2011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육지면적 1억4900만㎢ 중 3분의 1인 5200만㎢에서 사막화가 진행됐고, 매년 서울 면적의 100배인 6만㎢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국은 세계 168개국이 심각한 토양 황폐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사막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490억 달러(약 52조원)에 이른다.

지난 9월 인도에서 개최된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제14차 당사국총회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참고로, 사막화방지협약은 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UNCBD)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유엔 환경 개발 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해 1996년 발효됐다.
197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1999년 158번째로 가입했으며, 2011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제10차 UNCCD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인구 증가로 2050년까지 식량 수요가 60% 늘어나고, 이에 따라 120만㎢(남한 면적 10만㎢의 12배)의 농경지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사막화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시아는 48개국 중 38개국이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사막화된 토지면적은 1671만㎢로 남한 면적(10만㎢)의 167배가 넘는다.
더욱이 사하라 사막이 있어 사막화가 심각하다는 아프리카의 1286만㎢보다도 넓다.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46개국은 이미 사막화 영향을 받고 있거나 사막화에 취약한 상태다.
나일 강 유역은 면적의 42%가, 차드호 유역은 면적의 26%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남부지역도 사막화

지난 8월 중국 북서부 닝샤후이족 자치구 종웨이 지역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사막화 방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사막화 지역에다 건조로 인한 황무지까지 포함하면 2014년 말 현재 433만2800㎢에 이른다. 남한 면적의 43배이고, 중국 국토면적의 45%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가 사막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2011년 기준으로 사막화 토지 면적은 모두 12만㎢(남한 면적의 1.2배)로 전 국토면적의 11.2%나 됐다.
 
중국의 경우 최근 네이멍구(內蒙古) 등 북방지역뿐만 아니라 남방지역에서도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3년 3월 인민일보가 국가 임업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장시(江西), 푸젠(福建), 쓰촨(四川), 충칭(重慶) 등 중국 남방의 12개 성·자치구·직할시, 260개 현·시에서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방지역에서 사막으로 변한 토지의 면적은 총 8800㎢(서울시 면적의 15배)에 이르렀다.

중국 북서부 닝샤후이족 자치구 사막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림 사업. [신화=연합뉴스]

김수종·문국현·최열이 쓴 ‘지구 온난화의 부메랑-황사에 갇힌 중국과 한국’에는 다음과 같이 중국의 사막화를 묘사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네이멍구 등 중국 북부의 초원지대에서는 양과 산양 등 가축을 과다하게 방목하면서 방대한 초원이 사막으로 변했다. 풀이 메말라버린 땅은 여름에 약간 내린 비에도 토사가 씻겨나가고, 봄의 해빙기가 되어 푸석푸석하게 마른 땅에 강한 북서 계절풍이 불면 흙이 날렸다. 사막화로 양이 먹을 초지는 더욱 줄어들고 모래폭풍이 거세어진 땅은 사람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제 사막화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목축을 제한하고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초목을 잃은 땅은 양도, 농민도 수용할 수가 없다. 이것은 미국의 생물학자 가레트하딘의 유명한 논문 ‘공유지의 비극’이 그대로 현실화한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1968년 12월 13일 자 『사이언스』에 실렸던 미국 생물학자 가레트 하딘(G. J. Hardin)의 논문 제목이다.
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채우느라 공동체 전체에 피해를 주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목초지(공유지)에서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각자 더 많은 소를 기르려 하다가 과도한 방목으로 풀이 없어지고 결국 소를 기를 수 없는 비극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호수 1166개 삼킨 몽골의 사막화

몽골 바얀홍고르도(道)에 위치한 14만ha 면적의 어그르 호수. 이곳으로 들어오는 강물이 줄면서 호수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중앙포토]

몽골의 기후변화와 사막화 수준은 심각하다. 고비사막은 매년 서울 면적의 5배가 넘는 3370㎢씩 확대되고 있다.
 
2014년 봄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잉흐툽신 몽골 기상청장은 “1940~2008년 사이 몽골의 평균기온은 2.14도 상승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의 3배 수준”이라며 “2000년대 들면서 황사와 사막화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2010년 몽골 정부의 조사 결과, 이전 10년 동안 호수 1166개, 강 887개, 우물이 2277개 말라버렸다. 전 국토의 80%가 사막이거나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600만 난민 부른 사막화···매년 서울 100배 면적이 바뀐다


몽골 사막화 진행도.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또 붉은색으로 바뀔수록 사막화가 더 많이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자료 몽골 환경부, 푸른아시아]

가축 탓에 그나마 남아 있는 초원의 풀도 줄고 있다. 가축 방목 중에서도 캐시미어 염소 방목도 영향이 크다.

염소는 뿌리까지 다 파먹는 탓에 풀이 다시 자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이유다.
 
캐시미어 원료는 염소 털이다, 겨울에 추위를 이기려고 거친 털 사이로 빽빽하게 자랐다가 봄에 자연스럽게 빠진다.
네이멍구와 몽골의 캐시미어가 전 세계 생산량(약 500만㎏)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몽골 남부 지역의 유목민들이 모터펌프로 퍼올린 물을 양과 염소에게 주기 위해 호스를 끌어당기고 있다. 3500만 마리의 가축 방목으로 몽골의 초원은 빠르게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멀리 유목민의 집인 게르가 먼지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중앙포토]

2014년 봄에 만난 만달오워군의 유목민 아마르툽신은 “가축 먹일 풀이 갈수록 줄어 여름철이면 북쪽으로 200㎞나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토지는 국가 소유지만 가축은 개인 소유다.
토지 황폐화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가축만 늘리면 그만이라는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몽골 남부 우문고비 도(道) 볼간 군(郡)의 바얀자그 지역. 비얀자그라는 지명은 자그(삭사울) 나무가 많은 곳이란 뜻이지만, 이제 몇 그루 남지 않았다. 황토 언덕이 무너져내리고 흙이 바람에 날려간 탓에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이 말라 죽고 있다. 강찬수 기자

사막화 피해는 몽골 남동부 도르노고비 도(道)에 위치한 국경도시 자민우드군(郡)에서 가장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인구 2만5000명의 자민우드의 뒷골목은 잔뜩 쌓인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마치 해수욕장 해변 같았다.

담벼락에 모래가 허리 높이만큼 쌓인 집도 쉽게 눈에 띄었다. 과거 자민우드가 초원에 둘러싸인 지역이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몽골·중국 국경도시 자민우드의 철도역 담장.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가 쌓여 언덕을 이루고 있다. 강찬수 기자

자민우드의 바양문흐 군수는 “포장도로가 만들어지기 전 중국에서 물건을 싣고 오는 대형 트럭들이 달리면서 초원을 황폐화했고, 사막이 확대됐디”고 말했다.

 

사막화, 600만 명의 난민을 낳다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 등에서 발원한 황사로 인해 서울 아파트 단지에 주차한 차량에 누런 먼지가 가득 쌓였다. [중앙포토]

사막화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 농업과 목축을 하던 주민들은 사막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환경 난민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11년 기상 재앙으로 고향을 떠난 아시아 지역의 환경 난민이 3000만 명에 이르고, 이 중에는 사막화 피해자도 들어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2만5000개의 마을이 사막화로 폐허가 됐다.
 
2006년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열린 유엔회의에서는 1997~2020년 사하라 사막 남쪽 주민 600만 명이 사막화를 피해 북아프리카나 유럽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예측이 발표됐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몽골 어린이들. 사막에서 불어온 모래가 게르 주변 담벼락 턱 밑까지 채웠다. 강찬수 기자

한반도로 날아오는 황사는 주로 몽골과 네이멍구(內蒙古), 타클라마칸 등 중국 서부의 사막지대, 만주 평원, 중국 황허(黃河) 중류의 황토지대에서 발생한다.
이들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사막이 확대되면서 중국은 물론 한반도에서도 황사 피해가 커지고 있다.
 
IPCC는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연간 약 40만2000명이 먼지 폭풍으로 인한 심폐질환 사망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모래 폭풍이 심해지면 교통 인프라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설에도 피해를 준다.
 

"녹색 띠로 사막화를 막아라"

‘한·중 녹색봉사단’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황사 발원지인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나무를 심은 뒤 녹색 재킷을 입고 미세먼지를 막아줄 ‘인간 녹색 장성’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IPCC는 ‘특별보고서’에서 “지역적으로 잘 적응하는 나무 종을 활용해 ‘녹색 벽’, ‘녹색 댐’의 형태로 방풍림을 만드는 것은 먼지 폭풍을 줄이고, 바람에 의한 침식을 줄이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몽골에서는 사막화와 황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몽골 그린벨트 조림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산림청은 2007~2016년 이 조림사업에 참여, 3000㏊ 규모의 조림지를 조성했다. 고비사막의 달란자드가드, 바양작 등에서는 40㏊의 도시 숲 조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푸른아시아와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는 몽골 주민들 [중앙포토]

한국의 시민단체 푸른아시아는 서울·인천·고양 등 지자체와 KB국민은행·BC카드 등 기업의 지원으로 몽골 전역 10곳에 숲을 만들고, 몽골 산림청과 손잡고 사막화가 진행된 고비사막에 대형 조림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는 2016년부터 아르갈란트 지역에 100㏊의 숲을 조성했다. 고양시도 돈드고비 도(道)에 100㏊ 규모의 ‘고양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푸른아시아는 조림사업으로 땅을 회복시킨 공로로 2014년 유엔으로부터 '생명의 토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은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조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멍구 자치구는 2016년부터 서울 여의도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녹색 장벽’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한국 미래숲 녹색봉사단은 2002~2014년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 2500㏊에 700만 그루를, 산림청도 2007~2017년 사이 나무 400만 그루를 심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쿠부치 사막 150㏊에 나무 27만5000그루를 심기로 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쿠부치 사막의 조림지 ‘대한항공 생태원’에서 황사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인도 정부는 최근 인도 북서부 타르 사막의 확대를 막기 위해 수도 뉴델리 서쪽에 폭 5㎞, 길이 1400㎞의 ‘녹색 장벽’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구상이 실현되면 인도 서부 구자리트 항구 도시 포르반다르부터 뉴델리 북쪽 파니파트까지, 타르 사막 오른편에 남서-북동 방향으로 긴 초록색 선이 그어지게 된다.
이 녹색 장벽은 뉴델리 등을 덮치는 모래 먼지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인도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그의 저서 ‘벼랑 끝에 선 세계’에서 “국제사회에서는 환경 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차단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인 사막화를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막…가브리엘 천사가 뿌린 모래

다프라 축제가 개막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현지시간) 아랍 에미리트 수도 아부 다비로부터 150km 떨어진 사막에서 참가자들이 낙타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낙타 축제인 다프라 축제에서는 낙타 외모 대회, 낙타 경주 대회,낙타 경매 등 낙타 관련 이벤트가 년말까지 열린다. [AFP=연합뉴스]

아랍인의 전설에 따르면 태초에 지상에는 사막은커녕 모래 알갱이 하나 없었다.

모래가 없는 세계는 미완성의 세계라고 생각한 하느님(알라신)은 가브리엘 천사에게 모래 부대 하나를 내주고 바다 밑이나 해변 등 모래가 필요한 곳에 뿌리게 했다.
 
그런데 악마가 뒤쫓아 와 모래 부대에 구멍을 뚫었다. 그 바람에 아랍인들이 사는 지역에 한꺼번에 모래가 쏟아져 사막이 됐다.
아랍인을 불쌍히 여긴 하느님은 아랍인을 불러 머리에 쓰는 터번과 함께 천막·칼·낙타·말을 선물로 줬다.
 
전 세계 육지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는 사막은 지리학적으로 연간 강수량이 250㎜ 이하인 지역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뜨거운 사막뿐만 아니라 극지방의 차가운 사막(cold desert)도 존재한다.

실제로 남극대륙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사막으로 남한 면적의 142배에 이른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1.5배다.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내뿜고, 무분별한 개발과 방목을 일삼는다면 가브리엘 천사에게 구멍 뚫린 모래 부대를 하나 더 안기는 셈이 될 것이다.
 

낙타…사막에 적응한 동물들

낙타 무리. [AFP=연합뉴스]

모래로 덮인 뜨거운 사막에도 캥거루쥐·잭래빗(들토끼)·코요테·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이 적응하며 살아간다.
 
혹독한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에 사는 가는뿔가젤영양(羚羊)은 기온이 오르는 여름철이면 아예 자기의 간과 심장 크기를 줄인다. 호흡을 줄여 숨을 쉴 때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에 사는 모래도마뱀붙이는 안개가 낀 날 온몸을 적신 수분을 섭취해 갈증을 해소한다.

위에서부터 잭래빗(들토끼), 모래도마뱀붙이, 낙타. [중앙포토]

노르웨이 출신 동물학자인 크누트 슈미트-닐센의 ‘낙타의 코’라는 책은 낙타를 비롯해 사막 동물들의 특이한 점을 소개하고 있다.
 
낙타의 털은 열기가 몸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단열재다.
낙타는 체온이 41도까지 올라가도, 체내 수분이 20~25% 줄어도 견딜 수 있다.
 
며칠 동안 물을 못 마신 낙타가 내뿜는 숨 속의 수분은 아주 낮다.
콧속 피부에 말라붙은 분비물과 점막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공기 속의 수분을 흡수했다가 숨을 들이켤 때 몸 안으로 돌려보낸다.

몽골 남동쪽 도르노고비 지역의 고비사막에서 만난 야생마 무리.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야생마들은 1㎞ 이내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싫어해 멀리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강찬수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

[출처: 중앙일보] 600만 난민 부른 사막화···매년 서울 100배 면적이 바뀐다

[출처: 중앙일보] 600만 난민 부른 사막화···매년 서울 100배 면적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