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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오봉산 화장터에 급성폐렴 환자 시체 넘쳐나”

화이트보스 2020. 5. 4. 13:20



충격증언 | “北 오봉산 화장터에 급성폐렴 환자 시체 넘쳐나”

김정은, 코로나 두려움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 참석자보다 5~10m 앞에 위치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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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주와 인근 5개 郡 봉쇄하라”(지난 2월 초 김정은)
⊙ 격리자 집 문에 대못 박아 밖으로 못 나오게 해
⊙ 코로나19 전염 사실 통제하기 위해 봉쇄지역 전화 도청
⊙ 오봉산 화장터에 死因 불명 시체 넘쳐나
⊙ 전염병 격리 때 실세 일탈 눈감아준 김정일, 지시 어기면 고위직도 총살하는 김정은
⊙ 체르노빌 원전 사고 5년 뒤 소련 붕괴한 것 의식하는 김정은
김정은이 올해 김정일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 78주년을 맞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모습. 예년과 달리 김정은이 다른 참석자들보다 5~10m 앞에 섰다.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했다. 감염자가 160만명을 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북한에는 딴 세상 이야기다. 북한은 감염자 ‘제로’를 주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이 중국의 지원으로 709명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했고, 확진자는 아직 없다는 보고를 했다”고 최근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4월 3일 게재한 논설에서 “전 세계가 악성 비루스(바이러스)감염증의 피해로 인한 대혼란 속에 빠져 전전긍긍하고 있는 때에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나라 사회주의 보건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짓말쯤은 밥 먹듯이 하는 북한의 이런 일방적 주장은 믿을 수 있을까.
 
 
  밀수꾼 통해 코로나19 유입 가능성
 
  지난해 말 인구 1100만명의 중국 도시 우한(武漢)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30명 가까이 발생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스는 아니었다. 이 원인 불명의 병은 ‘우한폐렴’으로 불렸다. 중국 당국은 폐렴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지난 1월 23일 우한을 봉쇄했다.
 
  북한은 우한폐렴으로 불린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해 어느 정부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우한이 봉쇄되기 전부터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금지했고, 외화난 악화를 감수하고 중국과 교역도 중단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흘 만에 45만명이 넘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방역전문가들의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언을 무시했다.
 
  북한의 필사적인 총력전도 코로나19 유입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탈북자 출신인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2월 7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중앙에서 하부 말단까지 각종 지침이 내려오지만, 현장에서는 모든 게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며 “밀수꾼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함경북도 청진의대 임상의학부를 졸업한 뒤 청진 철도국 위생방역소에서 전염병 대응을 전담하다 2012년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고려대에서 북한 전염병 관련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위급 탈북자는 “국경을 차단했어도 밀수 경로를 통해 코로나19가 유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경 폐쇄 조치 이후에도 밀무역을 하기 위해 중국인과 몰래 접촉한 북한 사람은 다수였다.
 
  이들은 대부분 신의주 근처에 거주했다. 신의주는 북한의 중국 접경 도시다. 김정은은 지난 2월 초에 신의주와 인근 동림군 등 5개 군(郡)을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 중국 단둥(丹東)으로 넘어간 조교(朝僑·북한 국적 화교)는 “신의주에 (우한폐렴) 의심 환자 2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신의주에 남아 있는 가족과 전화 연계(통화)에서 들었다”며 “김정은이 신의주 봉쇄를 지시한 이유”라고 말했다.
 
  북·중 접경 지역 소식에 정통한 대북(對北) 소식통도 “지난 2월 2일 함경북도 무산에서 (우한폐렴) 의심 환자가 여럿 발생해 당국이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며 “중국을 오가며 밀수하던 주민들”이라고 전했다.
 
  신의주와 인근 5개 군에 대한 봉쇄는 잔인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격리자 집 문에 대못을 박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집에 갇히면 치료도 받을 수 없다.
 
  고위급 탈북자는 “북한의 봉쇄는 죽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2월 초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집 안에 격리된 일가족 5명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모두 집에서 죽었다. 숨진 5명은 제철소에 다니다 퇴직한 노부부와 이들의 딸과 사위, 그 자녀로 파악됐다.
 
 
  봉쇄 지역 통화 도청
 
  북한은 봉쇄된 지역 주민의 휴대전화 등 통신 수단도 모두 도청했다. 대북 소식통은 “코로나로 죽어도 코로나라는 말을 못 하게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봉쇄된 지역의 대못 박힌 집에서 주민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도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연속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아직 코로나19 감염증이 들어오지 못하였다”는 거짓뉴스를 내보냈다.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북한의 주장이 완전한 허위라는 정황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오봉산 화장터에서 화장한 폐렴 환자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증언도 그중 하나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당시 200만~300만명이 굶어 죽었다. 북한은 100년 만의 장마 등 자연 재해가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김씨 왕조 체제의 한계 때문이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이때 죽은 사람들은 대부분 대동강 남쪽인 평양시 낙랑 구역에 있는 오봉산에 묻혔다.
 
  김정일은 “곡식 지을 땅도 모자란데, 산 전체가 무덤 터가 돼서야 쓰겠느냐”며 화장장 건설을 명령했다. 이에 1999년 오봉산봉사사업소(화장장)가 완성됐다.
 
  이때 오봉산봉사사업소가 완성됐다는 사실은 과거 《월간조선》이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 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당시 북한은 메구미 씨의 남편인 김영남씨를 앞세워 메구미 씨가 1994년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김영남씨는 “메구미를 오봉산봉사사업소에서 1997년 봄에 화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다수의 고위 탈북자는 “김영남씨가 요코다 메구미 씨를 1997년 봄에 화장했다고 주장하는데, 오봉산봉사사업소는 1999년에 건설됐다. 만들지 않은 화장터에서 어떻게 화장을 하는가”라고 증언했다.
 
  오봉산봉사사업소는 북한의 유일한 정식 화장장이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북한에서 화장장을 이용하려면 몇 가지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인민보안성(남한의 경찰) 분주소(지구대)에 신고한다. 분주소는 시신을 기술감정소(남한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剖檢)을 의뢰한다. 북한은 고위 간부든 일반 주민이든 50세 미만 사람이 사망할 경우 예외 없이 부검을 한다.
 
 
  오봉산 화장터에 넘쳐나는 시체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에서는 병원에서 오랫동안 앓다가 사망하는 등 정확한 사인이 밝혀진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시신에 대해 부검을 한다”며 “이는 사람이 죽으면 일단 살인으로 간주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척부터 용의선상에 올리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의사들의 실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시신 해부를 법제화한 측면도 있다.
 
  부검을 통해 사인이 밝혀지면 인근 병원 또는 진료소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해준다. 사망진단서를 화장장에 제출해야만 화장이 가능하다. 오봉산봉사사업소에는 지난 2월 초 ‘급성폐렴’ 사망진단을 받은 시체가 줄지어 들어왔다.
 
  한 고위 탈북자의 이야기다.
 
  “발열과 기침 증세를 보인 한 여성이 지난 1월 27일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로 사망했습니다. 공식 사인은 급성폐렴이었죠. 그런데 이 여성은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시체는 오봉산 화장터에서 태웠습니다. 직후 오봉산 화장터에 화장(火葬)해야 할 급성폐렴 시체가 넘쳐났다고 합니다.”
 
 
  코로나19 감염 염두에 둔 김정은의 행보
 
김정은이 지난 2월 28일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합동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그만 빼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신문 캡처
  북한에 코로나19가 상륙했음은 김정은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 78주년을 맞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참배 모습을 보면 그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김정은이 다른 참석자들보다 5~10m 앞에 선 것이다. 김정은은 참배 때마다 참석한 고위 간부들과 같은 선상에 서왔다.
 
  고위 외교관 출신의 탈북자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코로나19 확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은 코로나19를 경계해 오랜 기간 평양을 비우고 원산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인구 밀도가 높고 외국인이 많은 평양을 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매체는 우한 코로나 감염자가 없다고 하고 있지만,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 감염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을 수행하는 북한군 간부들의 마스크 착용도 코로나19 창궐을 의심케 한다. 《로동신문》은 지난 2월 28일 시작해 지난 3월 12일까지 진행한 동부 지역 북한군의 합동 타격 훈련에서 김정은을 제외한 수행원 전원이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보도했다. 하나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스크는 왜 쓰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일제히 마스크를 벗었다.
 
  대북 전문가는 “감염 확산에 따른 불안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실태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굶어 죽느냐, 전염병에 걸려 죽느냐”
 
김정은은 지난 3월 22일 전술유도무기 사격 훈련을 참관했다. 김정은은 물론 수행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전문가들의 예상과 현지 증언, 외신 보도도 북한 주요 도시에 코로나19가 창궐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4월 2일(미국 현지시각)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보) 출처와 (취득) 방법은 공개할 수 없고,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했다. 또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2월과 3월 초 30일간 북한군의 발이 묶였고 엄격한 조치가 취해졌다”고 했다.
 
  대북 선교단체 ‘한국 순교자의 소리’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의 지하교회 교인은 최근 이 단체에 보내온 편지에서 “평양·신의주 지역에 전염병이 퍼져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며 “굶어 죽느냐, 전염병에 걸려 죽느냐, 매한가지 절망 상태”라고 했다.
 
  지난 3월 20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북·중 국경 인근에 배치된 북한군 부대에서 2월 말 이후 ‘코로나19’ 감염 의심 사망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미·일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사망자 100명 이상 관련)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코로나19로 추정된다”면서 “(코로나가) 당초 북·중 국경 인근에서 시작돼 지금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고, 군 훈련이 중지된 사례도 나온다”고 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지난 4월 1일,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내 사망자가 260명에 달한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북한에서도 중국과의 국경 부근에서부터 코로나19가 점차 퍼지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전했다.
 
  “북한의 코로나19 추정 사망자는 대부분 군부대에서 나왔고, 평양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경비대 병사들이 중국인들과의 접촉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부대 내에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중 180명 정도가 군인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북·중 국경 지역인 평안북도에서 10명 이상, 평양과 인접한 평안남도에서 30명 이상의 코로나19 추정 사망자가 나왔다”면서 “평양의 경우 현재 1300명 정도가 격리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울에 거주하는 한 탈북 여성도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에서 전해온 얘기라며 “각지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VOA는 4월 8일(현지시각)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을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국가 중 하나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WFP는 최근 〈코로나19: 세계 빈곤층에 미칠 잠재적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1220만명이 고질적인 식량 미확보 상태라며 나이지리아와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에 이어 네 번째로 위험한 국가로 북한을 지목했다.
 
 
  역병 앞 김정일과 김정은의 차이
 
  ‘코로나19에 뚫리지 않았다’는 북한의 주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김정은과 김정일의 전염병 대처 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전염병이 돌면, 그 지역의 항공 노선을 차단하는 등 진원지와 철저히 거리를 두는 것은 같다. 중국에서 유행했던 사스의 경우 김정일은 2003년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을 차단하고 신의주 세관을 일시 폐쇄하는 등, 평양~블라디보스토크 항공 노선 한 개를 뺀 모든 지상·공중·해상 통로를 틀어막았다. 2003년 6월 제7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한국의 가족들도 상봉에 앞서 검진을 받았다. 당시 북한 정부는 외화벌이 수단인 금강산 관광마저 2003년 4월 25일부터 62일간 중단하기도 했고, 재개 이후에도 한동안 관광객에 대한 검진을 계속했다.
 
  김정은도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외국인 입국을 통제했다. 당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외교관과 사업 목적의 외국인 입국자들에게도 21일간 격리·관찰 조치를 엄격히 시행했다.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에 외국인 선수 출전을 금지하는 등 스포츠 행사도 축소·연기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때도 김정은은 북·중 간 무역거래를 완전 중지시켰다.
 
  여기까진 두 부자의 대응 방법이 대동소이하다. 큰 차이점은 간부를 대하는 태도다.
 
  김정일 때는 통제·봉쇄·격리 지시가 떨어져도 간부들은 자유롭게 행동했다. 그들은 북한 비밀경찰인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외출을 막아도 “내가 장군님께 얼마나 많이 외화를 벌어다 올리는데, 나를 격리하느냐”며 마음대로 활동했다.
 
  당시 김정일의 통제 지시에도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관계자는 “열 손가락에 드는 고위 간부들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장군님(김정일)께서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알면서도 눈감아줬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다르다. 아무리 고위 간부라 하더라도 자신의 지시를 어기면 철퇴를 가한다. 한 간부는 격리된 상태에서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중에 건물 출입을 막고 있던 요원들과 시비가 붙었다. 세상 바뀐 지 몰랐던 그는 “너 따위가 나를 막느냐”며 나가려 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처형됐다고 한다. 김정은의 지시를 우습게 본 대가였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평안북도 보위부 외사처장은 격리가 싫어 지난 1월 중국에 다녀온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숨겼다. 대좌(대령)급 간부인 그는 도 보위부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실세였다. 그런데 그의 운전기사가 술에 취해 이 사실을 발설했다. 간부는 즉시 체포돼 신의주시 근처 협동농장 농장원으로 쫓겨났다.
 
 
  北의 ‘코로나19 청정국’ 주장 이유
 
  북한이 코로나19 청정국이라는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이미 확진자가 있는데 체제 안정을 위해 숨기고 있을 가능성, 혹은 의료 시스템 붕괴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면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군부와 정권 엘리트 계층 모두에게 대단히 파괴적인(devastating)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 통치와 군부의 지지가 심각하게 손상되면 내부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대량 탈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체제 위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는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될 것이란 이야기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주장하는 ‘코로나19 청정국’의 비밀은 체제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북한 정권에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염병 확산이 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군인들은 식량도 부족하고 일반 주민들보다 척박한 환경에서 다수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큰 부대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확산을 차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군인들이 앓거나 사망하면 군사력도 약화하지만, 무엇보다 군인들의 분노를 사게 되고, 이는 북한 정권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존 에버라드 전 대사는 “독재 정권에서 재난 대처가 잘못되면 파국적 결과를 낳는다”며 “소련 주민들은 정권의 거짓말과 탄압을 수십 년간 참았지만 결국 체르노빌 사건으로 폭발하고 말았다”고 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5년 뒤 소련은 붕괴했다. 남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김정은도 잘 아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실험으로 北 주민 시선 돌리려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의 이야기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에서 북한 내부의 불안정 증가를 목격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정은은 북한 사람들이 내부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하려고 앞으로도 도발을 계속할 것이다.”
 
  북한이 세계가 코로나19의 공포에 휩싸여 있는 사이, 3월 한 달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북한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려는 얄팍한 꼼수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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