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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 하는 방송사, 없애고 싶은 대통령...어떤나라 상황일까

화이트보스 2020. 5. 6. 08:56



바른말 하는 방송사, 없애고 싶은 대통령...어떤나라 상황일까

입력 2020.05.05 21:04 | 수정 2020.05.05 23:41

대통령 비판한 필리핀 최대 방송사, 문 닫을 위기 처해
두테르테가 '눈엣가시'처럼 여긴 최대 방송사 ABS-CBN
필리핀 통신위가 운영중단 명령내려
필리핀 언론인단체·시민단체들 '반발'

필리핀 최대 방송사 ABS-CBN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 방송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정권으로부터 ‘눈엣가시’ 취급을 받아온 곳이다.

인콰이어러·필리핀 스타 등 필리핀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통신위원회(NTC)는 5일(현지 시각) ABS-CBN에 TV와 라디오 방송을 모두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ABS-CBN의 사업허가가 전날 만료됐다는 이유에서다. NTC는 다만 이 방송사에 열흘의 이의제기 기간을 줬다. ABS-CBN 측은 성명을 통해 NTC 명령에 따라 5일 밤 방송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NTC 명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 케이블 뉴스 채널 ANC는 계속 방송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 연합뉴스
필리핀에서는 방송 사업권 허가와 갱신 등의 권한이 의회에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ABS-CBN의 사업권 갱신을 요구하는 등의 의안 11개가 의회에 계류 중이다. 이중 가장 오래된 것은 지난해 7월에 제출된 것이다. 필리핀 의회는 지난해 총선을 거치면서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 세력이 장악했다.

2016년 6월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ABS-CBN에 대한 경멸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두테르테는 대선 기간 중 ABS-CBN가 자신의 선거 운동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는 또 자신의 주요 정책인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ABS-CBN이 비판적 보도를 한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두테르테는 취임 이후 마약 범죄자들에 대한 자비없는 처벌을 공언했고, 이로 인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2월 공개 석상에서 “ABS-CBN 계약이 끝날 예정이고, 나 같으면 (방송사를) 팔아버릴 것”이라며 “의회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호세 칼리다 법무차관이 대법원에 ABS-CBN의 방송 사업권 취소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칼리다 차관은 “ABS-CBN은 외국인 투자를 받아 언론사의 외국인 소유를 금지하는 헌법을 위반했다”며 “(취소 청원에)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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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방송사 ABS-CBN을 지지하는 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필리핀 방송사 ABS-CBN을 지지하는 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필리핀 전국언론인연합회(NUJP)는 이날 성명을 통해 두테르테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악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NUJP는 “이 모든 일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언론사에 대한 개인적인 보복에서 기인된 것”이라며 “여기에는 ‘두테르테는 원하는 것을 얻고야 만다’는 명백한 메시지가 담겼다. ABS-CBN을 폐쇄하려는 그의 뻔뻔한 움직임에는 비판적인 언론을 침묵시키고 다른 모든 이들을 위협해 굴복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카를로스 콘데 아시아담당 연구원은 “이는 필리핀 언론 자유에 대한 매우 심각한 타격”이라며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 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필리핀 야당에서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코로나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지금 ABS-CBN에 대한 운영 중단 명령을 내린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ABS-CBN 방송사 문제가 두테르테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필리핀 대통령궁은 부인했다. 해리 로크 대통령궁 대변인은 ABS-CBN 사업권 갱신은 의회가 결정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정부는 ABS-CBN의 서비스에 감사해 하고 있고, ABS-CBN은 가능한 모든 법적 구제책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18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짜 언론사”라며 비난해 온 온라인 매체 래플러가 외국인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래플러 측은 등록 취소에 이의를 제기해 이 문제는 현재 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필리핀 최대 방송사이자 거대 미디어 기업인 ABS-CBN은 필리핀 내 전국적으로 25개 이상의 지역 방송을 운영하며 약 7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ABS-CBN이란 이름은 1953년에 개국한 ABS와 1956년에 개국한 CBN 두 방송국이 1967년 합병하면서 지어진 이름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5/20200505028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