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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 5명 한국당, 통합당과 합당조건 ‘호남 배려’ 내걸까

화이트보스 2020. 5. 13. 18:27



호남 출신 5명 한국당, 통합당과 합당조건 ‘호남 배려’ 내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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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 … 호남에서 냉대받는 통합당 행보는

415 총선에서 대구 출신으로 전남 순천에 출마했던 미래통합당 천하람 후보가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는 모습. 그는 4년 뒤에도 순천에 출마할 결심이 굳다. [사진 천하람]

415 총선에서 대구 출신으로 전남 순천에 출마했던 미래통합당 천하람 후보가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는 모습. 그는 4년 뒤에도 순천에 출마할 결심이 굳다. [사진 천하람]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호남 28개 지역구 중 16곳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호남을 포기한 대가는 혹독했다.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총선 정당 득표율은 전남(4.18%), 전북(5.73%)에서 전국 최하를 기록한 데다 4년 전 총선에 비해서도 각각 1.47%p, 1.82%p 하락했다. 광주에선 0.32%p 올랐지만, 득표율은 전국 꼴찌인 3.18%에 불과했다.
 

통합당, 호남 포기로 수도권도 궤멸



[출처: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호남 출신 5명 한국당, 통합당과 합당조건 ‘호남 배려’ 내걸까

순천 출마 천하람 “존재 자체가 악”
“민주당은 착한 당인데 어쩌다 일탈
통합당은 다 썩었는데 간혹 멀쩡”

통합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한 것도 호남 포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정당 출신으로 호남(순천)에서 유일하게 재선을 기록한 이정현 의원(무소속)은 “수도권 인구의 15~20%가 호남 출신인데 이들은 중도화가 많이 돼 무조건 민주당만 찍지는 않는다”면서“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통합당의 ‘호남 포기’와 5·18 막말에 분개해 민주당에 몰표를 줬다. 통합당이 수도권에서 3~7%p 차이로 진 선거구가 많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뿐 아니라 영남에서도 지지율이 약진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4년 전 총선에 비해 정당득표율이 부산에서 1.7%p 상승했고, 경북·경남에서도 각각 3.25%p, 1.24%p 올랐다.
 
수도권에서 궤멸하다시피 하고, 영남마저 위태로워진 통합당이 2년 뒤 대선에서 역전하려면 호남에 다가서는 게 필수임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에 대한 호남의 시선은 차디차다. 대구 출신으로 4·15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에 출마해 3%(4058표)를 득표해 낙선한 천하람(34)을 만났다.
 
통합당에 대한 호남의 인식은.
“45일간 유세하며 지역 주민을 1만명 넘게 만났다. 다들 통합당 욕을 엄청나게 했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호로 X들’ ‘인간이 안 됐다’다. 통합당은 ‘악’이라는 생각이 진짜 깊이 박혀있더라. ‘조국 사태가 열 번 터져도 민주당 찍는다’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착한 당인데 어쩌다 일탈이 나온 것이고, 통합당은 다 썩었는데 간혹 멀쩡한 사람이 있을 뿐’이란 선입견이 뿌리 깊더라. 충격적인 건 내가 유세를 열심히 하니 막판에 ‘민주당에 입당하라’고 권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거다. 진짜 심각한 문제더라. ‘너처럼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통합당에 있을 리가 없다’는 믿음이 깔린 얘기여서다.”
 
호남 주민들이 통합당을 싫어하는 구체적 이유는.
“첫째는 통합당이 문재인을 욕하는 걸 정말 싫어하더라. 둘째가 5·18이었다. 통합당 후보의 호남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관문이라 여겨질 만큼 압도적이더라. 명함을 돌리면 안 받는 분들이 태반이었다. 이유를 물으면 80%는 ‘너희는 5·18도 인정 안 하는 정당’이라 답하더라. ‘너는 좋지만 네 세대(30대)가 당의 주인이 될 때까지는 통합당에 절대 표 못 줘’라고도 하더라.”
 
통합당 전신인 김영삼(YS) 정부는 5·1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는데.
“그래서 ‘YS 이후 우리 당의 5·18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목이 쉬도록 외쳤지만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이 80%더라. 그 사실을 모르는 이가 50%, 알지만 ‘쇼’로 여기는 이가 30%쯤 되더라. 또 YS 얘기를 하면 ‘너희 당은 전두환 당 아니냐’ 한다. ‘김영삼 당이기도 하다’고 하면 ‘호남에는 후보 하나 제대로 안 내고 5·18이 폭동이라 주장하는 김진태엔 공천 주는 당 아니냐’고 역공한다. 할 말이 없더라. 이정현이 당 대표였을 때엔 당내에서 5·18 막말이 안 나왔다. 그런 분위기가 이어졌어야 했다.”
 
통합당이 호남에 다가설 방안은.
“5·18부터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호남에선 5·18은 찬반이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마지못해 기념식에 오는 수준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만나 쌍욕을 먹더라도 얘기를 들어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가 지난해 두 번이나 광주를 찾아 진솔하게 사과했다. 현지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 노태우 욕은 안 하더라.”
 
정운천

정운천

닷새 앞으로 다가온 5·18 40주년을 앞두고 통합당도 호남 민심에 다가갈 방안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체 19명 당선인 중 호남 출신이 5명인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적극적이다. 호남 당선인들의 좌장격인 정운천 의원(재선)을 만났다.
 
2016년 총선 때 전북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새누리당 의원(전주을)이었는데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의원 생활 4년 동안 전북도 예산을 1조4000억원이나 늘렸다. 과거엔 민주당 전북 의원들이 예산을 늘리려 해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이 막았는데 내가 입성하면서 이뤄진 성과다. 전북 교육감이 없애려 했던 상산고도 내가 동료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아 살려냈다. 그런데도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돌려보니 4년 전 38%는 나오던 지지율이 19%로 반 토막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편 가르기 정치로 지역 장벽을 높인 결과 통합당이 호남에서 ‘토착왜구당’으로 전락한 탓이다.”
 
5·18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말로 백번 얘기해도 안 된다. 몸으로 때워야 한다. 다행히 미래한국당에 호남 출신 당선인이 5명이나 나왔다. 보수 정당에 호남 비례 의원은 늘 1명 선이었는데 25%가 넘으니 엄청난 비율이다. 이 사실을 호남 분들도 알아주셨으면 한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도 "5명을 호남 시도당위원장에 임명하고 지역 숙원사업을 실현토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5명이 구체적으로 할 일은.
"여야를 끌어모아 국민통합추진기구를 만들어 5·18과 호남 문제를 진정성 있게 풀어가야 한다. 그런데 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는 영남당이란 거다. 영남 의원들은 절실함이 없다. 까놓고 얘기하면 오히려 영호남 편 가르기가 득표에 도움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따라서 호남 의원이 5명이나 있는 우리 한국당이 통합당에 자극을 줘야 통합당의 호남 홀대가 바뀔 수 있다. 통합당과 통합하는 전제 조건으로 ‘5·18과 호남을 어떻게 배려할 것이냐’를 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가 최고위원이니 당론으로 만들겠다.”
 
이 문제로 통합당과의 통합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나.
"전략가라면 그 생각 안 하겠나. 통합당(84석)과 미래당(19석)이 합쳐봐야 103석인데 180석 거여에 당할 수 있나. 어느 시점까지는 견제와 균형에 의해 분리하고 어느 시점에선 통합해야 하지 않겠나.”
 
"5·18 등 호남의 가치와 긍지 확실히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
이정현

이정현

박근혜 청와대 홍보·정무수석과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고 전남 순천에서 두 번 당선된 곡성 출신 이정현 의원(3선)은 보수 정당에서 호남 민심을 가장 잘 아는 이로 꼽힌다. 그는 “통합당이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만 수권의 길이 열리는데 현재의 진용으로는 어림없고 외부의 새로운 세력이 당을 주도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통합당으로는 호남 민심을 잡을 길이 없나.
“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는 호남의 가치와 긍지를 무시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어차피 표 안 주는 지역’이라고 공천마저 포기한다. 그 결과 통합당은 호남 출향민이 20%에 달하는 수도권마저 다 잃었다. 호남 출향민 표를 하나 가져오면

2표 효과가 난다. 민주당이 그만큼 잃기 때문이다. 이런 호남에 다가서지 못하는 한 통합당은 앞으로 궤멸할 수밖에 없다.”

 
호남에 다가서는 방안은.
“전술·전략이 아니라 진심으로 호남의 긍지와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호남은 과거 의병을 일으켜 나라 지키기에 앞장섰고 현대사에선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주도한 자랑스러운 업적이 있다. 공수부대와 탱크에 맞서 싸운 5·18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통합당은 강제 진압의 부당성과 광주시민의 민주화 공을 진심으로 인정해야 한다. ‘잘못됐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면 되는데 이걸 피하니 호남이 통합당을 받아줄 수 없다.”
 
‘5·18 인정’에 이어 통합당이 할 일은.
“33년째 지지부진한 새만금 공사나 90년 가까이 복선화가 안 된 경전선 등 호남의 숙원들을 통합당이 먼저 풀겠다고 나서야 한다. 이어 당 요직과 공천에 최대한 호남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 5·18 추모식에 얼굴만 비치려면 오지 않는 게 낫다. 그런데 이런 과제를 풀려면 지금 통합당 주류로는 불가능한 듯하다.”
 

강찬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호남 출신 5명 한국당, 통합당과 합당조건 ‘호남 배려’ 내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