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간 기업들 "한국 高임금 부담, 컴백 못한다"
조선일보
입력 2020.05.12 03:24
[세계는 '제조업 본국 회귀' 붐… 文대통령, 기업 유턴 추진한다는데]
미국, 年평균 482개 기업 컴백… 한국은 최근 5년간 年20개 안돼
美·日·인도, 기업유치 파격 혜택… 한국기업 "매력적인 유인책 없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는 걸 보고 중국에 남아 있는 한국 기업인들이 저보고 피해자라고 하더라고요."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국내로 돌아온 장신구 제조업체 대표는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에 의존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각국이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인들 사이에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리쇼어링이 절실한데, 정부가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과격한 주 52시간제 등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고수할 경우 '기업 유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이른바 '리쇼어링 전쟁'에 참전을 선언했다.
◇리쇼어링 당근 쏟아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에 생산 시설을 둔 다국적 기업의 80%가 코로나 사태로 유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기업을 유턴시키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래리 커들로 위원장은 지난달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미국 제조 기업의 이전 비용을 100% 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2조7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중국에 진출한 자국 제조 기업의 귀환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인도는 중국에 생산 설비를 보유한 미국 기업 1000여 곳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노동법 개정 등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그래픽=박상훈
한국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지난 3월 11일부터 개정된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유턴 기업 지원 대상 업종을 기존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 정보통신업까지 확대하고, 비(非)수도권에 입주하는 유턴 기업에 국·공유 재산 장기 임대(50년), 임대료 감면 등의 특례를 주는 게 골자다. 지난달 28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상의, 광역지자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업종별 단체, 코트라 등이 참여한 유턴 지원 협의체인 민관합동 유턴지원반을 출범시켰다.
◇문 대통령 "값싼 인건비보다 안심 투자처 선호"… 기업 "인건비가 문제"
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 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20여 년 동안 중국에서 사업하다가 2018년 국내로 유턴한 A 대표는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일하는 시간도 적은데 인건비는 다섯 배나 높다"며 "유턴 기업에 대해 법인세 면제, 고용창출장려금 지원 등의 혜택을 주지만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과 중복이 되지 않아 유턴 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체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 대표는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예측 가능한 환경이라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인들은 고국에 돌아올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임금, 과도한 규제 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보는 건 A 대표뿐만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해 11월 해외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150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는 “국내 유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유턴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 중 77.1%는 해외시장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유턴을 막는 이유는 모두 국내 기업 환경 탓이었다. 그중 가장 많은 건 국내 고임금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었다.
실제로 한국은 2013년 12월 유턴법이 시행된 이후 매년 국내로 돌아온 기업 수가 20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유턴 기업은 16곳이었다. 미국 기업의 유턴 촉진 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4~2018년 연평균 482개 기업이 본국인 미국으로 돌아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법인세 인하, 노동 개혁 등을 통해 생산 비용 절감을 지원함으로써 기업들의 유턴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2/20200512002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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