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30% 싸게 팔린 주택... 60대 남자가 고독사한 집이었다
[행복한 노후 탐구]
남자의 고독사, 고독사대국, 부러운 고독사, 고독사 서바이벌, 초고독사사회…
혼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630만명이 넘는 일본에는 고독사(孤獨死)를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진다. 급속한 고령화에 연고 없이 살아가는 독거 노인이 증가한 사회 현상이 반영된 것이다.
사회에서 단절된 노인이 자택에서 나홀로 임종을 맞이하는 고독사는 노인대국 일본에선 큰 사회 문제다. 일본에서 사망 이후 이틀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은 사망자는 연간 3만명.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고독사 원인의 65%는 질병 때문이다.

혼자 살면서 가사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남성은 전체 고독사 사건의 70%를 차지해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통한다. 고독사하는 여성 비중은 낮은데, 남성보다 친분 관계가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75세 이상 노인의 경우에도 고독사 사례가 적은데, 옆에 간병인이나 가족 등이 있어서 바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고독사는 혼자 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니까 애초에 그럴 일이 생기지 않게 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정상 노인이 혼자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고독사(孤獨死)는 일본어로 읽으면 ‘kodokushi’인데, 해외 언론들도 고독사를 일본어 발음 그대로 표기한다.

급증하는 고독사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고독사 관련, 중개업자 가이드라인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일본 국토교통성은 타살, 자살, 고독사 등이 발생한 집을 사고 팔 경우, 중개업자가 3년간 세입자나 매수자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고독사가 발생한 이른바 ‘사고 물건’은 세입자나 매수자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월세와 매매가를 많이 깎아주지 않으면 상당 기간 공실로 남게 된다고 한다.

머지 않아 한국에서도 ‘고독사’가 사회 문제가 될텐데, 여기서 궁금해진다. 고독사가 발생한 이른바 ‘사고 물건’은 가격이 어떻게 변하고, 그런 물건을 매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일본 후지TV가 지난 3월 ‘시세보다 30% 싼 초저가 주택’이란 제목으로 고독사가 발생한 사고 물건의 실제 매매 사례를 소개했는데 꽤 흥미롭다. 도쿄도 고쿠분지(国分寺)시에 위치한 3LDK(방3개) 맨션은 시세가 3000만엔인데, 시세 대비 20% 싼 2400만엔(약 2억3000만원)에 팔렸다. 전 주인이 거실에서 열중증(熱中症) 때문에 고독사한 것이 이유였다.

일본 열도 중부의 시즈오카(静岡)현에 위치한 30년된 5LDK(방 5개) 단독주택은 주차 공간이 3대나 되고 예쁜 정원까지 있어 누구나 탐낼 만한 곳이다. 욕실에선 천연 온수를 매일 사용할 수 있어 마치 휴양 온천지에 온 것 같다. 그런데 이 집은 시세 대비 20% 싼 1680만엔(약 1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중개업자는 “70대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었는데, 고독사 이후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2주 넘게 걸렸다는 점 때문에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고독사가 발생한 ‘사고 물건’은 시세 대비 20~30% 정도의 가격 조정이 이뤄져 거래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고독사 사고 물건’은 어떤 사람들이 사는 걸까?

지난해 60대 남성이 고독사했던 도쿄 인근 군마현의 30년 된 3LDK(방 3개) 주택은 최근 50대 여성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매매가는 380만엔(약 3671만원).
50대 여성은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이고, 수퍼와 헬스장이 가까워 입지도 좋은데 30%나 싸게 샀다”고 말했다. 고독사가 발생했던 사고 물건이지만, 그녀는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간병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고령자 관련 일을 하고 있어 고독사에 대해 저항감이 없답니다. 혼자 사망하건, 가족 옆에서 사망하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회사 사무실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일본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였던 고독사 관련 도서인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란 책이 최근 번역 출간됐습니다. 그는 ‘고독사’ 대신 ‘재택사’라 부르자고 합니다. 조선일보 북스팀장의 신간 소개(“고독사가 뭐 어때서…시설 아닌 집에서 죽음을 준비하라”)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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