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수면 음료

화이트보스 2022. 8. 19. 16:22

20만병 팔렸다, 불면증 앓던 엄마가 개발한 ‘수면 음료’

[창업노트 훔쳐보기] 수면리듬 개선음료 ‘슬리핑보틀’ 개발기

김영리 더비비드 기자
입력 2022.08.19 06:00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67만명. 2021년 우리나라에서 수면 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의 수다. 2016년 50만명 미만이던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연평균 8%씩 증가하고 있다.

수면 장애를 겪으면서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많다. ‘수면 장애’라는 진단명이 부담스럽거나, 약물의 부작용이나 내성을 우려해 병원을 꺼리는 것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막상 치료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머스카의 김은경(42) 대표도 그랬다. 육아와 일을 겸하면서 수면 문제를 겪었다. 개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음료가 지금은 20만병 넘게 팔리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수면리듬 개선음료 ‘슬리핑보틀’의 개발노트를 엿봤다.

수면리듬 개선음료 ‘슬리핑보틀’을 개발한 김은경 머스카 대표. /더비비드

◇내가 마시려고 만든 음료

슬리핑보틀은 타트체리, 감태추출물, 가시오가피, 대추, 치자 등 숙면에 도움 된다고 알려진 12가지 천연 유래 성분을 배합해 만든 수면리듬 개선음료다. 주식회사 머스카의 슬리핑보틀 수면 연구팀이 직접 배합해 특허 출원한 ‘SB 농축액’이 들어있다. 천연성분으로 구성된 혼합 음료로,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나 내성 걱정 없이 장기간 복용할 수 있다. 카이스트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K) 임상 시험에서 수면 기간, 낮 시간 기능장애, 수면 방해 등 7가지 척도에서 슬리핑보틀 섭취 후 개선된 결괏값을 얻었다.

잠들기 1~2시간 전 기호에 따라 바로 섭취하거나, 또는 데워 마시면 된다. 용량은 100ml이며 과실향이 풍부하고 체리 맛이 난다. 냉장 보관을 하면 감태 성분이 가라앉을 수 있어 가볍게 흔들어 먹는 것을 권장한다. 효과를 인정 받아 전국 유명 백화점, 약국에 입점해있다. 작년 7월 출시 후 지금까지 20만병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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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카에서 숙면을 유도하는 성분들을 배합해 개발한 농축액이 담겨있는 슬리핑보틀. /더비비드

2004년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인간발달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같은 대학원 소비자심리분석학을 석사 졸업했다. 대학원 시절 외식업 창업을 통해 식품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원 친구와 동물성 크림 대신 콩 크림을 사용하는 양식 레스토랑을 창업했습니다.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오고 여러 레스토랑 브랜드가 생겨나는 등 외식업이 성장하는 시기였거든요.”

소비의 유행 흐름을 포착해 사업을 성공 궤도에 올렸다. “2000년대 초반에는 ‘웰빙(well-being)’ 키워드가 떠올랐어요. 양식 레스토랑에 저칼로리나 저탄수화물 등 건강 레시피를 첨가해봤죠. 현재 전국에 1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업 초기에는 직접 운영하고 레시피도 만들다가, 지금은 사내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웰빙, 건강을 콘셉트로 한 양식 레스토랑을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는 김은경 대표. /더비비드

2017년부터 불면증을 겪었다. “육아와 일을 겸하면서 수면 패턴이 완전히 깨졌어요. 아이는 새벽 3시마다 깨고, 낮에는 회사에 나가 일해야 했어요. 틈틈이 잠을 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군요. 이런 삶이 3년 정도 이어지니 불면증과 만성피로에 시달렸어요.”

잠옷, 베개, 침구, 운동 등 별의별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문득 잘 아는 식품 분야에 수면 문제를 접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차가 자주 바뀌는 승무원이나 육아하는 친구들 등 주변에 같은 고민하고 있는 분이 많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으로 수면 리듬이 자주 바뀌는데, 그렇다고 병원에 가서 수면 장애라는 진단을 받을 정도는 아닌 분들이요. 저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수면리듬 개선음료 ‘슬리핑보틀’ 개발노트

슬리핑보틀. 숙취해소, 에너지 음료에서 착안해 수면에 도움을 주는 '음료'를 떠올렸다. /김은경 대표 제공

1. 숙취해소 음료처럼 ‘수면 음료’를 만들자(제품 발상: 2017년~2019년 5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시장조사’다. 인터넷에서 수면, 불면증 등 키워드를 검색하며 시장 규모를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마트에 가서 경쟁 제품군을 살폈다. “찾아보니 매년 수면 장애를 겪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었고, 세계 시장 규모도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음식과 처방 약 사이 중간 단계의 제품이 없더군요. 상추가 숙면에 좋다 등등 원료에 대한 상식만 있을 뿐, 수면 문제를 타깃으로 한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았어요.”

의외의 제품군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숙취해소 음료와 에너지 음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음료 형태로 하면, 알약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보다 진입 장벽이 낮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일반식품허가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원료를 배합해 부작용 걱정 없이 즐겨 마실 수 있는 수면 음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잠이나 술에서 깨야 할 때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는 것처럼, 잠이 필요할 때 편의점에 들를 수 있게끔요.”

 
슬리핑보틀 개발을 위해 숙면을 돕는 다양한 유효성분을 배합하는 모습. /김은경 대표 제공

2.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생각하라(제품 설계: 2019년 5월 ~ 2021년 7월 )

수면에 도움이 되는 유효 성분을 찾아나섰다. 슬리핑보틀 수면 연구팀을 꾸려 함께 연구를 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한의사, 식품영양 연구원 등 업계 전문가와 함께했다.

수면과 관련된 여러 문헌에서 12가지의 유효성분을 찾았고, 농축액으로 만드는 기술까지 확보했다. 농축액에 대한 특허 출원을 했다. “심사 중이라 모든 성분을 밝힐 순 없지만, 감태 추출물과 가시오가피, 타트체리 등이 들어있습니다. 감태는 ‘디엑콜’이라는 폴리페놀 성분이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고, 가시오가피는 스트레스성 분비 물질인 코르티솔을 억제해 신경 안정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생산 공장에서 슬리핑보틀이 포장돼 줄지어 나오고 있다. /김은경 대표 제공

제품 설계에서 의외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용량’이었다. “100ml로 했습니다. 기내 반입 가능 액체 용량 기준에 맞추고 싶었어요. 이 음료가 필요한 곳이 어딜까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장시간 비행할 때 불편한 잠자리를 보조해줄 수 있죠. 열량은 10kcal, 당류는 0%로 맞췄어요. 저녁 늦게 먹는 제품이다 보니 식단 관리를 하는 분들이 제품을 꺼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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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품 생산과 동시에 제품력 확인(제품 생산: 2021년 7월 ~ )

제품 모양새를 결정지었으니 생산 공장을 찾을 차례. 100ml 용기로 제품을 생산할 공장을 수소문했다. 의외의 난관이었다. “우리나라는 100ml 음료가 거의 없어 일본 공장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코로나로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죠.”

슬리핑보틀을 들고 웃어보이는 김은경 대표. /더비비드

다시 국내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식품’을 제조하는 곳이기 때문에 각종 안전 인증이 필수였다. 적합한 공장을 정하는 데 3개월 넘게 걸렸다. “수소문 끝에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산업지원센터가 100ml 음료를 생산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GMP(우수건강기능식품인증),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 등록은 물론이고 연구소와 제조시설이 붙어있는 형태라 더 믿음이 갔죠. 공장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생산 모습을 확인하고 계약했습니다.”

혼합 음료라서 일반식품허가만 마치면 제품 판매가 가능했지만, 제품의 성능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굳이 거쳤다. “21명의 피실험 인원을 모집해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최윤석 박사와 임상 수면 검사를 했어요. 수면 검사를 할 때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PSQI(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 평가)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제품을 섭취하기 전과 후로 나눠 수면에 대한 평가를 취합해 수치화하는 작업이죠. 결괏값이 0에 가까울수록 수면의 질이 향상한다고 보는데, 섭취 전 12.29점, 섭취 후 6.25점으로 개선된 값을 확인했습니다.”

카이스트에서 한 수면유도 및 수면 질 향상 음료(슬리핑보틀)에 대한 영향 연구 결과서. /김은경 대표 제공

4. 불면증 앓는 유명인사 활용한 마케팅(제품 출시, 판매 준비: 2021년 7월 ~ )

박람회를 통해 제품을 처음 출시했다. “2021년 슬립테크 박람회를 통해 제품을 처음 출시했어요. 유통업계 MD를 많이 만날 수 있었죠. 덕분에 온라인 오픈마켓, 백화점, 약국 등 다양한 곳에 입점할 수 있게 됐어요. 작은 기업일수록 박람회를 최대한 많이 참가하는 걸 추천해요.”

불면증을 앓고 있는 유명인사에게 슬리핑보틀을 보내고 직접 평을 들었다. 홍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직업군에서 슬리핑보틀이 통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음악감독, 스타일리스트, 셰프, 사업가, 승무원 등 밤낮 바뀌기 쉬운 다양한 직업군의 인사에게 직접 연락해 제품을 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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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슬리핑보틀이 제품 홍보를 위해 섭외한 오중석 작가,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성훈 셰프. /김은경 대표 제공

◇잠이 안 올 정도로 재밌는 일 찾아라

1년 동안 20만병을 팔았다.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수면산업분야 혁신성장형 벤처 기업인증을 받았다. 최근 해외시장도 개척했다. 이달 21일부터 열리는 미국 유명 소비재 박람회 ASD 마켓 위크에 참가해 슬리핑 보틀을 알릴 계획이다.

수면에 도움 되는 제품을 개발했는데, 요즘 되려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설레임 때문이다.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일이 너무 재밌어요. 육아에 지쳐 잠을 못 자는 거랑은 다르죠. 잠이 안 올 정도로 가슴 뛰는 일이 있다면 꼭 그 분야 창업을 해보세요. 그 대신 최소 5년은 동종 업계에서 직원으로 일해보며 노하우를 익힐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외식 브랜드 운영 경험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어요. "

수면리듬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혼합음료 '슬리핑보틀'을 만든 김은경 머스카 대표. /더비비드
김은경 머스카 대표 주요 경력
-2004년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인간발달학과 졸업
-2005년 건강·비건 콘셉트 외식 브랜드 창업
-2006년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심리분석대학원 석사 졸업
-2019년 식품 유통 기업 ‘머스카’ 설립
-2021년 7월 수면음료 ‘슬리핑보틀’ 출시
-제품 개발기간: 2년
-제품 개발비용: 5억원
-직원수: 10명(외부 수면연구팀 5명 별도)

[조선닷컴 독자 한정 공동구매 행사] : https://bit.ly/3T0vR3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