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장기복용땐 피 묽어져
인간이 발명한 의약품 가운데 최고의 걸작 중 하나가 아스피린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류가 오래전부터 민간약으로 사용해 오던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효물질을 추출,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독일에서 처음 상품으로 개발한 후 최초로 붙인 이름이 아스피린이었다.
정확한 성분의 명칭은 ‘아세칠살리실릭에시드’라는 복잡한 화학구조명이지만 당시 바이엘社가 개발하면서 아스피린이라는 상품명을 사용한 것이 그대로 굳어져 지금은 마치 일반명처럼 사용되고 있다. 해열작용을 필두로 소염작용과 진통작용을 고르게 갖추고 있어 옛날부터 통풍, 류머티즘, 신경통, 치통 등에 사용되어 왔다. 오늘날까지도 감기 등으로 인한 몸살이나 두통, 발열 등의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의약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심심치 않게 위장장해의 부작용이 나타나곤 한다. 아스피린을 사용할 때 위장약이나 제산제 등 위장을 보호할 수 있는 약을 같이 처방하는 이유도 여기서 연유한다. 하지만 아스피린을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피를 묽게 하여 작은 상처에도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정도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한 부작용이 될 수 있으므로 아스피린을 오랫동안 복용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
해열진통 목적으로 사용할 때보다 적은 양의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여 혈관 내 혈전(핏덩어리) 생성을 막아 뇌중풍(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용도로 활용하게 된 것도 바로 피를 묽게 해주는 아스피린의 작용을 이용한 사례다. 오늘날에는 오히려 아스피린을 해열진통제로 사용하기보다 이처럼 혈전질환 예방약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훨씬 더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위장장해가 없는 해열진통제는 다양하게 개발돼 있어 상황에 맞게 대체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혈전 생성을 막아 효율적으로 순환기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의약품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아스피린을 개발했던 회사가 아스피린의 용량을 줄이고 위장장해를 최소화시키는 한편 체내에서 일정량씩 녹아나와 균일하게 흡수될 수 있도록 제제화한 제품을 혈전질환 예방약으로 시판하고 있다. 국내 다른 제약회사에서도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마다 독특하게 제제화하여 발매하고 있다.
이렇듯 동일 용도로 개발한 제품에 대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한때 효능·효과를 서로 다르게 허가한 적이 있었다. 같은 성분의 제품임에도 효능·효과가 다르다 보니 소비자 광고를 통해서도 같은 효능을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최근에야 동일 성분 제품인 만큼 효능·효과도 똑같이 조정해야 한다는 국내기업들의 지속적인 주장을 식약청이 받아들였다. 늦었지만 공정하게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돼 다행인 셈이다.
<윤창섭 약사·한미약품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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