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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가 전방위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은 2002년부터 계속된 장기 호황을 마감하고 다시 마이너스 성장 시대에 들어섰다. 영국은 성장을 지탱하던 양대 엔진인 금융과 건설이 동시에 꺼져 가고 있다. 중국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 현상이 나타나면서 10년 이내에 집값이 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본 - 실업률 급상승… 1조엔 추경예산 서둘러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일본도 실물 경제의 현황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줄줄이 악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30일 8월 완전실업률이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한 4.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실업률은 작년 7월 3.6%를 기록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같은 달 제조업의 생산 활동을 나타내는 광공업 생산 지수도 5년래 최대 폭인 전월 대비 3.5%가 하락했고, 개인 소비를 나타내는 가계 소비액도 전년 동월 대비 4%가 떨어졌다. 생산, 소비, 고용 지표가 동반 악화된 것이다.
일본의 실물 경제가 이처럼 급격하게 흔들리자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30일 경기 활성화를 위한 1조엔 규모의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해 심의에 착수하라고 자민당에 긴급 지시했다. 추경 예산안은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 조기 총선을 치르기 위해 예산안의 의회 처리를 11월(예상)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방향을 튼 것이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단기금융시장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단기금융시장에 3조엔을 공급했다. 단기금융시장에 대한 일본은행의 자금 공급은 미국 증권사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10일 연속으로 단행됐으며, 지금까지 공급한 자금은 총 31조엔에 달한다. 일본은행은 또 미국·유럽·일본 등 금융당국의 합의에 따라 29일 밤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 4월까지 1200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시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 ▲ 30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세계 각국 주가 폭락을 알리는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영국 - 금융·건설 양대 성장엔진 동시에 꺼져
영국 경제가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국내발 부동산 버블 붕괴가 겹쳐 이중(二重)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업과 건설업의 호조 덕분에 10년 호황을 누려왔는데, 이제 두 개의 성장엔진이 동시에 꺼져가고 있다.
1992~2004년 영국의 업종별 총부가가치 증가율(영국 통계청 자료)을 보면 금융업이 139%, 주택임대업이 120%나 증가하며 경제 호황을 이끌었다.
특히 영국 금융업은 전 세계의 국채거래 70%, 파생상품 거래 42%, 외환거래 32%를 차지할 만큼 위세가 당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100만여명 금융업 종사자들이 해고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집값 폭락으로 건설경기도 급랭하고 있다. 8월 중 영국 국민이 집을 사려고 받은 대출금은 1억4000만 파운드(한화 3000억원)로, 작년 월평균의 3%도 안 된다. '집값 폭락→건설경기 침체→모기지 은행 파산'의 악순환 고리에 빠진 셈이다.
또 부실 은행 국유화로 국민 1인당 500만원꼴로 국가 부채가 늘어나게 돼 국가 재정 상태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국유화 은행의 대출자산이 부실화돼 국민세금으로 때우게 될 상황이 되면 국가 부채(공공부채 포함)는 1조 파운드(약 2000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경제가 사면초가 상황에 빠지면서 올해 제로(0) 내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연말까지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 세계 증시가 거의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한 30일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 시황판 앞에 한 투자자가 고개를 숙인 채 서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 "집값 10년내 50%까지 떨어질 수도"
중국은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와 자국 금융시장 동요로 이어질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건국기념일 휴가(9월 29일~10월 5일) 이후 개장할 증시가 타격 받을 것을 우려해 주식담보대출 등 추가 증시부양책을 준비 중이라고 신랑망(新浪網)이 30일 보도했다. 특히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거품 붕괴조짐이 큰 고민거리다. 중국인민보험(PICC)은 최근 "중국의 집값이 10년 이내에 최고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의 부동산 대출은 미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우량 대출"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산시(陝西)성 등 일부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매입자에게 현금을 보조해주는 정책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홍콩은 부동산 시장이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홍콩 소재 HSBC와 중국은행, 공상(工商)은행 등이 29일과 30일 대출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한 여파로 시노 랜드 등 대표적 부동산회사들의 주가는 이틀간 10% 이상씩 폭락했다.
한편 중국 안팎에선 폐쇄된 금융시스템 덕에 상대적으로 부실채권 피해가 덜하고 1조8000억 달러(약 2160조원)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의 '구원투수론'도 제기된다. 류밍캉(劉明康) 중국은행감독위 주석은 27일 "미국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중국 인민은행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최대은행인 공상은행 장젠칭(姜建淸) 회장은 "0.01위안도 함부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 내 여론은 아직 '신중론'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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