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분주하고 바쁘다. 오늘은 중국 5악 중 하나인 화산에 오르는 날이다. 애들을 깨운다. 오전 7시에 밥을 먹고 8시에 여행사 버스를 타려면 바쁘다. 어제의 여행 피로가 풀리지 않은 애들은 힘들어하면서도 깨우는 소리에 군말 없이 일어나 준비를 서두른다.
2,200m 높이의 화강암산인 화산은 시안에서 동쪽으로 120km 떨어진 곳에 있다. 화산을 등반하는 세 가지 방법 모두 5개 봉우리 중 하나인 북봉과 만나게 되어 있다. 2개 등산로는 산 동쪽 케이블카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화산에서 일출을 보려면 화산에서 1박을 해야한다. 숙박비는 16인실이 하루 숙박에 중국돈 60원이며, 8인실은 80원, 4인실은 120원, 2인실은 190원이다. 방을 통째로 빌리려면 380원을 주면 된다. 물론 식사는 식당에서 할 수 있다.
중국 5대 명산은 항산(恒山), 화산(華山), 태산(泰山), 숭산(崇山), 형산(衡山)을 말한다. 항산은 움직이는 것 같고, 화산은 서있는 것 같으며, 태산은 앉아 있는 것 같고, 형산은 나는 것 같고, 숭산은 누워있는 것 같다고 예로부터 전해온다. 오악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화산은 입구부터 인상이 강렬했다. 온통 바위산이며 군데군데 바위에 붙어있는 소나무도 인상 깊었다. 한별이의 기침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심하게 감기를 앓고 난 후 감기 후유증이 아직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씩씩한 아들이 자랑스럽다.
화산 창용령으로 오르는 길은 험하다. 깎아지른 절벽에 바위를 정으로 쪼아 겨우 두 명만이 교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계단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잠깐 한눈을 팔면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애들은 잘도 오른다. 힘들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신영씨도 연신 감탄사를 쏟아놓는다. “야~”“어머! 얘들아, 저기 좀 봐아~”
굳이 신영씨의 감탄을 빌리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많은 것들이 신기하고 신비롭고 무아지경에 빠질 지경이다. 눈앞에 있는 산이 순식간에 안개에 둘러싸여 사라지는 것 하며, 둘러싸인 안개가 걷히면서 우리 앞에 늠름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산 하며, 화산이 꼭 축지법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창룡봉에서 바라본 베이펑(北峰)은 가히 환상적이다. 깎아지른 칼 같은 능선에 바위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창룡봉은 동펑(東峰), 난펑(南峰), 시펑(西峰)을 연결하고 있다. 우리는 창룡봉 휴게소에서 잠깐 쉬면서 화산을 등지고 오르는 짐꾼 아저씨를 만난다. 한솔이가 연신 배를 만진다. 이번 여행길에 생긴 쳇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로환을 먹었으니 좀 괜찮아지려나. 좋은 공기 맘껏 마시고 많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한빛은 많이 늘름하다. 나름대로 컨디션 조절을 한 것 같은데 이제까지 병치레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이 대견하다.
▲ 중국 화산 정상에서 가족이 뜻있는 자리를 같이 했다.
금진각에 오르는 길은 많이 험하다. 금진각은 시펑(西峰), 난펑(南峰), 동펑(東峰)을 오르는 갈림길이다. 금진각 양옆에는 쇠줄을 묶어 놓고, 관광객들에게 그 쇠줄에 자물통을 채우도록 이름과 소원을 새겨주고 있다. 굵게 채워진 자물통과 함께 연인, 부부간의 굳은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금진각에서의 조망은 괜찮았다. 탁 트인 경관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금진각에서 우리는 힘겹게 짐을 지고 오르는 할아버지를 본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앞머리가 훌렁 벗겨져 육안으로 봐도 연세를 꽤 많이 드셨음직한데 긴 장대에다 양 옆으로 물건을 매달고 오르는 모습이 많이 힘들어 보인다.
힘든 여정 불편 없이 소화해내 대견
시펑(西峰)으로 오르는 길에 천 살이 넘었다는 노송을 만난다. 늠름하게 뻗은 소나무는 내 아름으로도 닿지 않을 것 같았다. 빙 둘러처진 망에는 빨강 천으로 행복을 비는 마음들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소나무를 조금 비껴서 오르자 눈앞에 도교 사원이 보인다. 쩐위애공(鎭岳宮)이다. 화산은 군데군데 도교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한솔이가 속이 많이 안 좋다. 컥컥대면서 통증을 호소한다. 숫제 배를 움켜쥐고 다닌다. 많이 불편하고 아픈 모양이지만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연신 엄마가 주물러 주고, 쓰다듬어 준다. 많이 아프고 불편하지만 내색하지 않은 딸이 고맙다.
시펑(西峰)에 오르는 길에 들어선다. 거대한 암벽이다. 시펑으로 올라가는 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서봉의 하늘은 쪽빛 하늘이다. 시펑(西峰)에 오른다. 칼 같은 바윗길을 오르니 하늘에 오르는 길인 양 마냥 신비롭다. 시펑(西峰)에 오르자 기상관측소 옆 바위에는 크나 큰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연화동, 연화평이라 불리는 시펑(西峰)의 주봉에는 칼 같은 바위 위에 연꽃 같은 평평함이 있다.
츠우의윤공(翠雲宮)에 들어선다. 취운궁은 서봉에 있는 건물로 도교 사원인데, 숙박시설과 수퍼도 자리하고 있다. 도교 사원을 참배하고 가게에 진열해 놓은 의자에 앉아 쉬고 있자 마늘을 까고 있던 주인이 뭐라 한다. 물건을 사지도 않으면서 자리에 앉은 모습이 무척이나 눈에 거슬렸나 보다. 우리는 “두이부치” 미안하다면서 자리에 일어난다.
취운궁을 뒤로 하고 화산 시펑 정상에 오른다. 시펑(西峰)인 련화펑(蓮花峯)은 해발 2,086.6m로, 남봉 2,160.5m, 동봉 2,090m에 이어 화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서쪽 절벽은 천길 낭떠러지로서 화산 다섯 봉우리 중에서 풍경이 가장 기이하고 뛰어나단다. 연화봉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은 봉우리에 연꽃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표석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다. 시원한 바람이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 같다. 겨드랑이로 파고든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하다.
서봉에서 암봉으로 향한다. 화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가 남봉이다. 오르는 길은 결코 서봉에 비해서 녹녹하지 않지만, 이미 서봉에 올라 기쁨을 만끽해서인지 정상에 서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힘듦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저 멀리 앞으로 보이는 능선에 우뚝 서 있는 세 개 바위를 본다. 신영씨는 “너희 셋과 같은 형제바위네”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꼭 형제바위 같았다.
배 아픈 것이 가라앉지 않는지 한솔이가 불편함을 호소한다. 영 속이 편하지 않는가 보다. 그래도 오르지 못 하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새삼 이번 여행을 통하여 애들의 진면목을 본다. 얼굴을 맞대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 속에서 서로를 많이 알아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참 유익하다. 세세하게 보지 못했던 애들의 마음 씀씀이도 보고, 속 깊음도 엿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어느 새 훌쩍 커버린 애들은 남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있고, 형제간의 알콩달콩한 우애도 있다. 한솔이는 한솔이 대로 큰딸의 역할을 다하고, 한별이는 한별대로 한빛을 잘 보살피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하게 해내고, 한빛은 막내임에도 의젓한 가운데 힘든 여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으니 많이 행복하고 흡족하다.
한국에서도 서로 떨어져 있어 주말에 만나면 그동안의 이야기로 모든 회포를 푸는 것 같더니 2주일 이상의 힘든 여정 속에서도 잘 견뎌준 3남매가 너무 고맙다. 비록 오르는 길에 애들이 힘들어했지만 무사히 화산 등정을 마칠 수 있어 뿌듯했다.
/ 최인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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