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중국 명산,명소,문화를 찾아서

중국 명산 5 장가계(張家界) 천문산(天門山)

화이트보스 2008. 10. 19. 12:25

 

중국 명산 5 장가계(張家界)천문산(天門山)

무려 3천여 개 석영사암봉의 숲

이동막걸리 마시며 중국 절경 감상 기암봉림(奇巖峰林)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았고, 산허리에 휘감은 운무(雲霧)는 원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신선의 세계 무릉원(武陵園) 장가계(張家界). 수직으로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만고풍상을 이겨낸 단애에 괴송, 이름모를 야생화의 꽃잎을 흔드는 바람소리, 물소리까지도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다. 주위의 모든 것들에서 억만 년의 세월을 느낀다. 하늘 아래 이런 천계선경(天界仙境)이 있었다니-. 이래서 사람들은 무릉원을 ‘와-! 와-! 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 천자산에서 바라본 기봉./ 천문산과 천문동.

산수화를 한다는 중국인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동경의 대상지가 장가계다. 장가계는 살아 있는 산수화의 보고이며, 모든 준법을 적용하여 일필휘지로 자기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가계는 황산, 구채구, 황룡, 계림과 더불어 중국 최고의 절경지로 꼽힌다. 무릉원의 석영사암봉림(石英砂岩峰林)의 산봉우리는 무려 3,103개에 달한다. 높이가 1,000m 이상인 봉우리가 243개이고, 최고봉인 토끼망월봉은 1,256m이다. 200m 이상 깊은 골짜기가 32개나 된다. 그중 십리화랑(十里畵廊), 금편계(金鞭溪), 삼도구(杉刀溝)가 유독 뚜렷하다. 오죽하면 인생부도장가계 백세기능칭노옹(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ㆍ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했겠는가.


우리가 흔히 장가계라 알고 있는 곳은 정확히 말하면 무릉원 지역이다. 무릉원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삼림공원으로, 우리말로 하면 무릉도원(武陵桃源)이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의 무대가 바로 이곳. 무릉원은 크게 천자산, 장가계, 삭계욕 풍경구로 나뉘는데, 그 중 장가계 풍경구가 가장 유명하다. 그래서 지금은 일반적으로 무릉원 지역을 통틀어 장가계라 한다.


이들은 모두 등산로로 연결되어 있어 여유롭게 등산을 즐기기에 좋다. 모두 돌아보는 데 최소한 5~6일 정도가 소요되니 장가계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고 싶다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금년 4월부터 리프트를 가동하여 접근이 쉬워진 천계불국(天界佛國) 천문산사(天門山寺)가 있는 천하기경 천문산 등산까지 겸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천하제일교에서 바라본 운해./ 명편옥에서 휴식을 취하며.


야생화 어우러져 피어난 석림은 신선화(神仙畵)

자이언트트레킹 이구 사장과 나는 형산시에서 장사를 거쳐 장가계에 밤 늦게 도착, 시내에서 숙박하고 나서 무릉도원을 찾아갔다. 첨봉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무릉원 입구에 도착하니 거인처럼 육중한 9층탑 건축물이 우뚝 서서 길손을 반긴다. 하루 걸러 비가 온다는 장가계의 날씨는 너무도 쾌청하다. 우리는 곧바로 자연 산수화랑인 십리화랑(十里畵廊)으로 접어든다.


십리화랑에는 형형색색 온갖 들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기암 협곡을 배경으로 장장 5㎞에 석림(石林)과 어우러진 야생화 천국이다. 이것이야말로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 신선들이 그려놓은 신선화(神仙畵)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넋을 잃고 올려다본 세자매봉은 파란 하늘 위로 흰 구름을 피워 올리고 약초 캐는 노인, 맹호가 울부짖는 모습, 쥐가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습 등등 다양한 형상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솟았다. 진정 천지조화의 경이로움이다.


한동안 비경에 취해 자리를 뜰 줄 모르다 먼저 천자산(天子山)으로 올랐다. 천자산은 예부터 봉림의 왕이라는 아름다운 칭호가 있을 만큼 경관이 기이하고 아름답다. 천자산은 고대 토가족(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 수령인 향왕천자가 이곳에서 봉기를 일으킨 다음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은 대지(臺地) 지형으로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사방의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옹기종기 솟은 황룡천, 차반탑, 노옥장, 봉서산 등이 있으며, 특히 황제가 쓰던 붓을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모습의 어필봉(御筆峰), 선녀가 꽃을 바치는 모습을 닮은 선녀헌화(仙女獻花)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발아래 펼쳐진 신당만, 선인교, 무사훈마, 점장대 등은 숨소리마저 멈추게 한다.


중국 10대 원수 중 하나인 하룡 장군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하룡공원 조망처에서 바라본 서해봉림(西海峰林)과 운청암(雲靑岩)의 붉은 색 직립암석은 우주를 향해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것만 같다.


이곳 천자각에서 십리화랑으로 이어진 등산로가 있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도보 산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십리화랑에서 이곳으로 오른다면 이곳의 해발이 1,267m이니 1,000m의 직벽에 가까운 등산로를 오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천자산 산행을 마치고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능선길을 따라 산속의 그림 같은 한가로운 작은 마을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원가계로 이동한다. 원가계에 도착하니 입구 양편에 늘어선 상가에서는 물건을 사라고 외치는 소리가 재래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렇게 떠드는 소리와는 무관하게 가마꾼들은 오수에 빠져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길로 접어드니 산림욕장 같은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이 더위를 식혀준다. 조금 진행하다 보니 이곳 원주민으로 보이는 키가 작고 허리 굽은 노인이 종이에 만 담배를 피우다 말고 나를 쳐다보더니 꺼칠한 수염에 이빨이 하나도 없는 합죽한 입술로 “아저씨”하며 밝게 웃는다. 미소만큼 아름다운 만국 공통어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나도 미소로 답하니 스스로 자신 나이가 88세라고 한다.


세상 인연 버리고 이곳서 그림이나 그렸으면…

조금 나아가 장가계의 명소인 천연석교로 된 천하제일교 조망처에서 농담처리가 잘된 중첩한 첨봉들을 바라본다. 심원법과 부벽준을 사용한, 기운 생동하는 산수화 한 폭을 보는 듯하다.


십리화권(十里畵卷)에서 중국인 화가가 스케치를 하고 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옆에 앉아 절경을 함께 화폭에 담는다. 스케치를 마치고 돌아나오는데 거대한 바위 아래 작은 나무 가지들을 빼곡히 쌓여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고 간 모양이다.


천생교(天生橋)를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명편옥(名片屋)이라는 가게가 나온다. 우리는 가게 옆에 있는 중한우의정(中韓友宜亭) 정자에 앉아 선경을 바라보며 말린 미꾸라지 튀김을 안주로 시원한 이동막걸리를 한 잔 했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수입해온 진짜 이동막걸리란다. 한 통에 6,000원이니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거기에 김치 한 쪽, 이것은 입안의 경사다.

명편옥에는 명함꽂이를 6각형 연등처럼 만들어 여기저기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주인 박영희(54)씨는 조선족 1세대라고 하며 목단강이 고향이라고 한다. 이곳에 명함이 걸려 있는 것만 해도 15,000장이 넘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천자산에서 장사를 하다가 이곳으로 옮겨와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나란히 선 돌기둥 두 개 ‘情人谷(정인곡)’에 다다랐다. 한글로는 연인곡으로 표기하여 놓았다. 위에 있는 담수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포를 이룬다. 연인곡을 지나는 다리 연심교 옆 폭포는 절벽이 끝이 없어 낙수가 바로 구름이 된다.


연심교 지나 소동천에서 다시 폭포를 바라본다. 장관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하기 힘들다. 장가계 풍경구의 끝자락인 미혼대에서 마지막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선경에 취하여 스케치를 한다. 아쉬움을 협곡에 묻고 돌아서는데 길바닥에 엎드린 청솔모 한 마리가 먹이에 정신이 팔려 사람이 오는 줄도 모른다. 배고픈 짐승에게는 선경이면 어떻고 비경이면 무엇하리.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백룡관광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금편계곡으로 걸어갔다. 금편계곡 수선사문(水線四門) 입구 한씨네 식당에서 해물파전에 청도맥주 한 잔을 마시고 계곡으로 들어선다. 계곡의 길이는 7.2km나 된다. 세계자연유산답게 잘 보존되어 있다.


울울창창한 숲속으로 접어드니 야생원숭이 떼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오후에 햇살을 받은 나뭇잎은 은빛 찬란하고 맑은 물소리와 첨봉을 스치는 바람소리는 칠현금 소리보다 아름답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은 선경과 어우러져 점점 무아지경으로 끌고 들어간다. 뿌리는 둘인데 몸체는 하나가 된 황서목(黃瑞木)을 바라보며 부부라는 단어도 떠올려본다.


자초담의 물빛은 연록색을 띠고 보석처럼 맑다. 그 속에서 유영하는 산천어를 바라보니 용궁이라 해도 저렇게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초담을 지나니 민가 한 채가 나타난다. 이런 곳에서 세상의 모든 인연 버리고 그림이나 그렸으면 싶다.



 

▲ 귀곡잔도와 천계불국./ 금편암 협곡.


세계 최장의 7,455m 천문산 케이블카

커다란 붉은 글씨로 새겨진 ‘長壽泉’(장수천)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산길을 오르는데 이끼 낀 바위 위에서 새끼원숭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본다. 하도 애처롭게 보여 배낭에서 비스킷을 꺼내는데 덩치 큰 원숭이가 어깨 위로 덥석 뛰어 올라 순식간에 낚아챈다.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원숭이뿐이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케치를 하다보니 나 혼자 뒤떨어진 것이다.


갑자기 공포감이 든다. 걸음을 재촉한다. 줄을 지어 수십 마리 원숭이 떼가 계속 뒤따라오더니 어느 순간 멈춘다. 자기 영역이 거기까지인 듯하다. 안도의 숨을 쉬고 서유기 촬영현장이라는 안내문 앞에서 첨봉이 하도 높아 보여 허리를 뒤로 하고 올려다본다. 여의봉을 든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저팔계와 내려선다.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금편계곡 입구인 장가계 삼림공원 매표소에 도착했다. 금편계곡은 어느 쪽에서든 꼭 한 번 끝까지 걸으며 기암절벽을 감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금편계곡 입구에서 황석채로 곧바로 오를 수도 있다. 황석채는 장가계에서 바라보는 건너편이며, 황석채를 보지 않으면 장가계를 보았다고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다음날 아침 8시 천문산 케이블카 정류장에 도착했다. 천문산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가장 긴 7,455m이며, 고도차도 1,279m나 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그림 같은 전원풍경을 내려다보니 마치 산수화 속을 거니는 신선이 되는 기분이다.


천문산은 해발 1,518.6m이며, 장가계 시내에서 8km 떨어져 있다. 이 산은 예부터 ‘상서의 제일 가는 신성한 산’이라는 명성을 가졌다. 구름 위에 우뚝 솟은 천문산은 그 기세가 웅장하며 1,000m 높이의 절벽에 걸려 있는 천문동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의 천연 석회암 동굴로 천하 기경을 자랑한다. 천문산 케이블카, 통천대도, 천문동, 공중카르스트화원은 천문산의 4대 기관(奇觀)이다.


천문산 정상에 도착, 동로인 동선벽야요대경구(東線碧野瑤臺景區)로 갔다. 정상은 산 아래서 보는 것과는 달리, 산 위에 또 산이 있었다. 삼림은 원시상태에 가까워 생태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게다가 카르스트 구릉과 석순이 도처에 분포되어 있고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 그야말로 하늘의 신선이 내려와 다듬어놓은 분재 대공원을 방불케 한다. 산정에 있는 천문산사는 명조 이래로 불공드리러 오는 이가 가장 많은 상서의 불교 중심지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시야가 후련하게 트이며 장가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천길단애에 마련된 조망처에서 내려다본 거대한 암릉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며 천군만마를 거느린 제왕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삼거리 천문산사 입구 신선좌(神仙坐)를 지나 앵도만(櫻桃灣) 빈청(賓館) 앞 마당에서 광활한 앵도만을 바라보며 스케치하고 천계불국 천문산사 대웅전으로 오른다. 당대부터 있었다는 고찰은 간곳이 없고 5월에 봉헌식을 할 예정으로 엄청난 규모로 새롭게 불사 중이다.



세계 에어쇼에서 비행기가 천문동굴 통과

천문산사에서 다시 산길로 올라서는데 바위 사이로 난 작은 계단길이 조용한 명상의 산책로처럼 느껴진다. 바위에는 이끼가 수북히 자랐고 늙은 고목은 아무렇게나 편히 누워 있다. 향과수(香果樹)와 혈피수는 백년지기 친구처럼 서로 끌어안고, 하늘을 가린 채 서로 어우러진 숲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귀곡잔도에서 건너다본 천길 절벽 중간에 동굴이 있다. 사람이 사는 흔적이 보인다. 저런 곳에서 사람이 생활한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절벽이 얼마나 높은지, 광각으로 촬영하여도 절벽의 3분의 1밖에 촬영이 안 되는 곳이다.



 

▲ 십이화랑 비경.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가슴에 안고 야불장보(野拂藏�) 휴게소에 오르니 기홍관(�奇虹關) 갈림길 잔도(棧道)와 유도(遊道)가 나왔다. 여기서 우리가 지나온 귀곡잔도를 뒤돌아본다. 갑자기 오금이 저려 온다. 화산의 창룡령이나, 황산의 서해대협곡 잔도와는 또 다르다.


우리는 다시 천문동으로 향했다. 하늘로 통하는 큰 길이라는 뜻을 가진 통천대도를 미니버스로 오른다. 전체길이가 11km 남짓하지만 해발 200m에서 1,300m로 직상승한다. 가파른 산세를 타고 아흔아홉 구비를 돌아 오르는 통천대도는 용이 승천하는 것 같아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천문동인 상천제에 오르면 천계의 기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천문동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천연 석회암동굴이다. 높이 131.5m, 너비 57m, 깊이 60m에 이른다. 구름 위에 걸려 있는 천문동은 동굴 사이에 구름이 피어오르고 짙은 안개가 감돌면 마치 하늘나라로 통한 관문과도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역대 제왕들과 관료, 은사, 고승, 도사, 문인들이 자주 경치를 구경하러 오면서 천문산 특유의 천문화가 형성되었다. 1999년 세계 에어쇼에서 비행기가 이 동굴을 통과하면서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천문동 주차장에 있는 가게에서 컵라면을 하나씩 먹고 999계단을 오른다. 묘족전통의상을 입은 아가씨들이 큰북을 치며 아리랑을 불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