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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고개든 ‘위기설(說)’을 說로 만들려면

화이트보스 2008. 12. 6. 16:37

또 다시 고개든 ‘위기설(說)’을 說로 만들려면
2008.12.05 13:17

경기침체로 모두가 힘든 요즘, 이른바 ‘3월 위기설’이 금융시장 일각에서 떠돌아 분위기를 더욱 흉흉하게 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이 되면 우리 경제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대규모 기업 도산, 금융시스템 붕괴 같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 제2의 외환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입니다.

 

건설 조선 자동차 같은 주력 업종의 실적이 악화되고 외국 금융회사들이 한국에 투자한 돈을 한꺼번에 빼가면 국가 부도를 면할 재간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지요. 그렇지 않아도 내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 불안한 마당에 이런 괴담까지 들으면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이 더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3월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루머는 일본계 은행들이 내년 3월말 결산을 앞두고 일제히 채권 회수에 나서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채권의 만기가 발단이 된 점은 3개월 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가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난 ‘9월 위기설’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인터넷 경제논객인 ‘미네르바’가 신동아 12월호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의 대응기조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위기설 증폭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렵고, 그중에서도 상반기가 고비라는 것은 안타깝지만 정설입니다. 금융불안 속에서도 그나마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고, 내수가 살아날 조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면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지겠지요. 정부 관계자들도 내년 상반기에 가장 큰 어려움을 맞을 것이라며 비상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과 위기를 기정사실화하는 괴담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수많은 변수 중 한두가지를 침소봉대해 비관론을 퍼뜨리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경제적 토대를 허무는 자해행위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위기는 어김없이 경제주체들이 방심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피해를 키웠습니다. 앞으로 닥쳐올 상황이 언제든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경계를 철저히 하면 위기설은 설(說)로 끝나게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시장 불안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면서 부실기업 처리와 금융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위기설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주기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허약해졌고 정부 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하지만 특정한 의도를 갖고 유포되는 위기설은 시장 파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경제불안 심리가 확산돼 시장이 교란되면 누가 이득을 보는지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설을 뿌리뽑는 확실한 방법은 정부 당국이 기민하고 효율적인 정책 대응으로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시장이라는 광장에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익명의 그늘 뒤에 숨어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위기를 부풀리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박원재 논설위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