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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조는 '핵 보유국 북한' 인정 않는 데서 출발해야

화이트보스 2008. 12. 13. 20:00

11일까지 나흘간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미국 부시 정부는 이번 회담을 끝으로 북핵 무대에서 퇴장하고 내년 1월 20일 오바마 정부가 입장한다. 6자회담이 언제 다시 열릴지, 오바마 당선자가 말하는 '강인하고 직접적인 미·북대화'는 언제 선을 보이고 그것과 6자회담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북핵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당분간은 정지(停止) 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오바마 당선자가 유임시킨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신년호 기고에서 "북한이 몇 개의 폭탄(several bombs)을 만들었다"고 했다. 핵이라고 명기하진 않았지만 곧바로 "이란이 핵클럽에 가입하려 한다"는 문장이 이어지고 있어 핵무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가 최근 한 보고서에서 태평양지역 핵 국가로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북한을 꼽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 정부는 보고서의 즉각 수정을 요구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표현을 바꾸는 것보다 미국 국방당국자들의 인식이다. 장관까지 나서서 "북한이 몇 개의 폭탄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다음 대응방안을 찾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미 정부는 북한이 2006년 10월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 핵능력에 대해선 "6~8기의 핵탄두를 만들 능력"이라는 절제된 표현을 써 왔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15년에 걸친 북한의 잘못된 핵 도발을 포괄적으로 용인해 주는 꼴이 될 것이므로 말 한마디에도 이런 신중한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한·미 정부는 이번 6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작년 10·3 합의에 따라 북한에 주기로 한 중유 100만t 중 아직 남아있는 45만t의 선적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북한이 핵 검증 방법에 대한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일정한 채찍이 필요하긴 하지만 북한이 또 다른 강수를 들고 나오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정부와 오바마 당선자 측이 북핵 해법에 관한 공동의 목표와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북핵 문제 재출발의 출발점이다.

입력 : 2008.12.12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