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외환위기 급한불 껐다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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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적벽대전 아직도 진행중 30일 연말終價 앞두고 치열한 공방 수입업체 결제수요 많아 시장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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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급한 불은 껐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실제 경상수지와 해외차입 여건 등 시장상황이 좋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원화값도 1300원대로 고점 대비 200원가량 올랐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까지 나오자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견해를 표한 적이 없고, 여전히 연말 시장을 긴장감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도 않은 말로 "오락가락했다"는 비난을 받는 게 억울하다는 얘기다. ◆ 경상흑자 등 시장여건 개선 = 정부와 외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환시장이 개선되는 기미는 뚜렷하다. 먼저 경상수지가 10월, 11월에 예상을 뛰어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자본수지상 주식거래도 작년 6월 이후 외국인 순매도에서 12월 들어 처음으로 순매수로 돌아섰다. 순매수 규모는 6억달러가량. 최근 2~3일 새 다시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이는 단기적인 매입포지션 정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9월까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다 10월 한 달에만 4조원 이상 매도로 전환했던 채권 역시 매도 규모가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11월 8000억원, 12월 5000억원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여기에 국책은행과 대형 공공기관 차입 문제도 최근 속속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도 한ㆍ미 통화스왑을 통해 확보한 달러자금을 꾸준히 시장에 풀어 외환시장의 유동성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 달러 가뭄에 따른 원화값 하락과 패닉이 이제 외환시장에서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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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부 "긴장감 갖고 모니터링"
= 거시경제 전망을 뺀 거의 모든 시장여건이 개선됐지만 연말 환율에 대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달러 대비 원화값이 24일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던 원화값은 이날 31.50원 급등한 1306.50원을 기록했다. 이날 일일 거래량이 30억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에선 5억달러 내외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당국의 개입 외에는 이렇게까지 환율이 내려갈 이유가 없다"며 "연말을 앞두고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이 달러를 많이 사들이는 바람에 원화값이 최근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명훈 기업은행 팀장은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이틀 연속 순매도에 나섰지만 이날 장 초반부터 당국이 개입에 나서면서 원화값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말 원화값에 대해선 여전히 당국의 개입과 시장의 달러 저가매수 심리가 맞부딪치고 있다. 1300원대를 중심으로 당국의 종가 관리 개입과 연말 수입업체들의 결제수요가 팽팽한 상황이다.
오는 30일 시장평균환율(MAR)이 기업체들의 연말 결산의 기준이 되다 보니 시장에선 30일까지 당국의 강도높은 개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초 1200원대까지 당국이 레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수입업체들의 강한 달러 매수세를 감안할 때 1300원 내외에서 연말 환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통령 잦은 환율 언급 시장에 혼선
= 재정부는 정부가 외환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질타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외환위기가 끝났다"는 단정적인 언급을 한 적도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외환시장이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나 애초에 `외환위기`를 거론할 정도도 아니었다는 불만도 내놓는다.
그러나 외환시장과 경제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나서 시장상황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분명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대통령의 외환위기 발언이 결국 시장에 혼선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김태근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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