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경매`. 뭔가 잘 안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인다. 낙찰받은 후 점유자를 내보내는 절차를 여성이 하기에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경매에 푹 빠진 여성들이 늘고 있다. `채지니의 맛있는 경매`를 펴낸 채지니 씨와 `나는 쇼핑보다 경매투자가 좋다`를 낸 박수진 씨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젊은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4년 남짓한 경매 경력, 전직이 학원 강사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들이 경매에 재미를 붙인 이유와 경매시장에서 월척을 낚을 수 있는 노하우는 뭘까.
◆ 역세권만 집중공략
=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3~4개월만 꾸준히 공부하면 웬만한 경매 물건은 권리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영어학원 강사에서 경매 전문가로 변신한 박수진 씨. 학원 강사 말고 다른 방법으로 돈 벌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읽은 경매 관련 서적이 그를 경매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2004년 박씨가 처음 경매 투자에 성공한 물건은 강서구 화곡동의 반지하 빌라였다. 당시 월
세방에 살았던 박씨는 자신의 여윳돈 600만원과 여동생에게 빌린 돈 500만원을 합쳐 총 1100만원의 종자돈을 마련했다. 잔금은 대출과 여기저기서 꾼 돈으로 해결했다. 4711만원에 낙찰받은 이 빌라는 현재 집값은 1억2000만원 선. 현재 5000만원에 임대를 주고 있다.
"처음에 경매법원에 갔을 때는 무지 떨렸어요. 하지만 경락을 받고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모든 과정을 겪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죠. 두 달도 안 돼 다시 종자돈이 수중으로 들어왔어요."
박씨는 싸게 나온 물건 가운데서도 역세권 부동산을 집중 공략한다. 세입자를 구하기도 쉬울 뿐더러 향후 매매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경매 물건을 답사하러 가는 임장에 박씨 역시 무게를 둔다. 임장갈 때 경매받으려는 티 안 나게 화장하지 않고 수수한 모습으로 가는 것도 박씨의 철칙 중 하나다.
"건물의 겉모습만 보기보다는 내부 구조를 살펴야 합니다. 경매에 나온 물건을 볼 수 없으면 옆집이나 위층이라도 꼭 봅니다. 중개업소에 들러서 주변 시세와 임대료까지 조사하는 것도 기본이죠."
명도를 위해 집주인이나 세입자를 만나러 갈 때는 혼자 간다. 아이가 있는 집에 찾아갈 때는 인형을 사가지고 가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인 것이 명도에 도움이 돼요. 세입자들을 부드럽게 설득할 수도 있고, 거친 남자들도 여자에게는 함부로 못하더라고요."
박씨는 "불황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경매 투자의 적기"라며 "내년 상반기를 노리는 사람이 많지만 남들이 관심을 덜 갖는 지금 미리 움직여야 유리하다"고 전했다.
박씨는 경매로 재미를 본 후 경매에 대해 극구 반대하던 어머니도 경매에 데뷔시켰다. 또한 농사꾼이었던 어머니 이순분 씨의 경매투자 경험기를 담은 `나는 쇼핑보다 경매투자가 좋다 2`도 펴냈다.
◆ 잘아는 동네서 시작
= "낙찰을 위해 제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꼼꼼한 현장답사죠. 욕심이 나는 물건은 현장에서 답이 나올 때까지 캐고 또 캐고 다닙니다." 경매 경력 3년6개월. 채지니 씨는 낙찰 성공전략으로 현장답사를 꼽는다. 이해관계인의 연락처, 세입자 정보 등 모든 답은 현장에 있기 때문이란다.
강남 입시학원에서 논술 강의를 했던 채씨가 경매에 뛰어든 것은 학원에서 접하게 된 강남사람들의 재테크 방식을 접하면서부터. 직장 이외에 부동산, 주식에 꾸준히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부자들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입문은 남들이 하는 것처럼 경매 관련 서적으로 시작했다.
"경매 책을 닥치는 대로 이해할 때까지 읽었고 경매강좌를 쫓아다녔어요. 입찰에 들어갈 일이 없어도 법정에 가서 분위기를 살피고 감이 올 때까지 현장을 누비고 다녔죠."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시작 후 8개월 동안은 매번 떨어졌다. 하지만 내공을 쌓기 위해 계속 도전해 3년6개월 동안 50건의 물건에 입찰했다. 작은 빌라부터 시작해 유치권, 법정지상권이 있는 물건까지 골고루 낙찰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는 아파트와 빌라 위주로 단타 투자에 집중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장기투자를 할 만한 부동산과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종자돈이 없어 경매를 시작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에 대해 그는 "1000만원 정도면 충분한 종자돈이 된다"고 강조한다.
"한번은 유치권 있는 물건을 감정가의 57%에 낙찰받고 경락잔금 대출을 받아 잔금을 납부했어요. 임차인을 들이면서 받은 보증금으로 대출금을 갚았으니 제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간 거죠."
채씨는 경매 절차 중 가장 어려운 과정으로 명도를 꼽았다.
"낙찰 받고 집주인이나 세입자를 만나러 갈 때 비누를 사가지고 가요. 비누 거품처럼 번성하라는 위로의 의미를 담는 거죠. 임차인의 처지를 잘 헤아린 편지를 사용하기도 해요. 부드럽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다가서면 생각처럼 어렵지 않아요."
채씨는 초보자들의 경우 잘 아는 물건부터 투자하라고 권한다.
"자신이 사는 동네나 과거에 살았던 동네 물건 중에서도 권리분석이 쉽고 리스크가 작은 것부터 손대는 것이 좋아요. 대박을 기대하기보다는 20~30% 수익률에 만족하면 됩니다."
[심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