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 새 아침을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로 연다. 국민이 살아남아야 하고, 기업이 살아남아야 하고, 나라가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한민국만의 화두(話頭)가 아니다. 새해 새 아침 세계 모든 나라가 생존(生存)이란 단어와 씨름하고 있다.
2008년 미국은 마이너스 0.7%, 일본은 마이너스 0.2%, 유럽연합은 마이너스 0.5%로 선진 경제권 전체 성장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개혁·개방 이후 20년 동안 두 자리 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중국 경제 역시 한 자리대로 내려앉았다. 미국발(發) 경제 폭풍은 탐욕의 도시 뉴욕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후 디트로이트의 GM·포드·크라이슬러의 무릎을 꿇린 다음, 태평양을 건너 만년(萬年) 우등생 도요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중국 수출의 전진기지 광둥(廣東)을 거친 발톱으로 할퀴고 있다.
2009년 세계 무역량이 1982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성장 동력(動力)의 대부분을 수출에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가 그 충격을 가장 먼저 받게 된다. 선진경제권 지반(地盤) 침하(沈下)가 일으킨 경제 해일도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신흥경제권에 밀려든다. 올 상반기부터 신흥경제국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무너진 기업들마다 수백, 수천 명의 실직(失職) 가장들을 길거리로 토해내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2009년 경제성장 전망 속의 2% 숫자도 머지않아 1%로 바꿔 써야 할 듯하다. 한국의 경제·사회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려면 매년 3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내년의 새 일자리는 그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내년 2월 대학 문을 나설 57만여 명을 기다리는 기업의 새 의자는 5만 개도 안 된다. 100만 실업자의 불안한 시대가 문밖까지 다가섰다.
실업은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쓰러뜨려 온 최대의 경제 질환이다. 실업의 불안은 자유민주주의의 줄기를 갉아먹고 실업의 고통은 자유민주주의의 뿌리를 썩게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순간 자유시장경제도 수명(壽命)을 다하고 만다. 그것이 역사의 전례(前例)이고 역사의 교훈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죽어 넘어진 폐허 위에는 대중을 유혹하는 데마고그(demagogue·선동 정치가)와 포퓰리스트(populist·대중영합주의자)의 독버섯이 돋아난다. 선동정치가와 대중영합주의자들은 국가재정을 경제 재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데 탕진하고, 그 결과 경제는 더 크게 무너져 실업자를 더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그 뒤를 더 나쁜 선동정치가와 대중영합주의가 이어받는 남미식(南美式)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민 사이의 적대감(敵對感)을 건국 이래 최악의 상황까지 밀어 올렸던 전(前) 정권의 5년 세월은 대한민국이 언제라도 남미식 악순환에 휘말려들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신호등(信號燈)이었다. 그 정권은 IMF 위기와 그 극복 과정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의 고도경제성장 시대에 형성된 사회적 중산층이 큰 폭으로 무너진 벌판에서 탄생했다. 경제적으론 내수(內需)를 뒤받치고 정치적으론 민주화를 응원했던 중산층이란 사회적 충격 흡수 장치가 몰락한 탓이다. IMF를 겪으며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겼던 국민이 70%에서 40%로 내려앉고 자신을 하류층(下流層)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20%대에서 40%대로 늘었다. 중산층은 하층으로, 하층은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계층의 연쇄적 하향(下向) 이동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 상황 속에서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겁먹고 주저앉을 것은 없다.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세계 최빈국(最貧國)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내달았던 나라다. 1962년 1인당 소득 82달러에서 2만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은 21억 달러에서 9000억 달러로, 수출은 5500만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그뿐 아니다. 1970년대 연거푸 밀려든 1차 오일쇼크, 2차 오일쇼크를 버티고 넘어서서 중화학공업 시대를 열었고, IMF 외환위기의 대재앙(大災殃)에 깔려 마이너스 6.9%로까지 추락했던 경제성장률을 단 한 해 만에 9.5% 성장으로 반전(反轉)시켰다. IT 산업을 앞세워 정보화 시대의 길을 닦았던 것도 이 고난의 시기다.
물론 지식 사회·정보화 사회 시대에 들어서 경제 성격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경제를 되살린다고 그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는 시대다. 1995년에는 10억원을 투자하면 24.4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던 것이 2005년에는 같은 투자로 14.7개의 일자리밖에 만들 수 없게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고용과 임금의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중산층을 하류(下流) 사회의 낭떠러지로 떠밀고 있다.
세계금융위기의 폭풍이 그치면 탐욕의 시대를 대신할 새로운 세계 질서가 들어설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 앞에 기회의 시대가 열린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가로 진입(進入)하느냐의 여부는 다가올 새로운 세계 정치·경제체제 속에서 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일이다. 대한민국의 역사, 대한민국 국민의 핏줄 속에는 위기 극복의 DNA가 여전히 살아 흐르고 있다. 역경을 디딤돌로, 고난을 사다리로 바꿔온 국민이고 나라다. 이 성취(成就)의 자신감과 지혜를 바탕으로 경제를 되살려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을 지켜가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인 중산층의 유실(流失)을 막아내야 한다. 이 성공 위에서만 대한민국 재도약(再跳躍)의 길이 열린다.
결정적 시기의 결정적 선택은 결국 국가지도자의 몫이다. 국민은 지난 연말 며칠 밤을 눈앞의 경제 위기보다 정치를 먼저 걱정하고 나라의 현실을 한탄하며 보냈다. 집권 세력이 집권 세력답지 못했다. 시대 흐름과 국제 환경을 정확히 읽고 선도(先導)하는 정치적 비전도, 사적(私的) 인연과 정파(政派)를 뛰어넘는 도덕적 기반(基盤)도 넓히지 못한 탓이다. 집권 세력이 크게 변해야 한다. 10년 집권 끝에 대선과 총선에서 패한 야당은 자신들에게 잇단 패배를 안겨줬던 국민의 뜻을 바로 읽어야 한다. 그 국민이 정말 깊어지는 경제의 주름살 앞에서 이런 극한투쟁을 벌이기를 원했겠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답(答)이 절로 나올 것이다. 두 번 선거에서 패한 야당은 두 번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에게 두 번 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을 실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야당의 정권 도전은 국민이 현 정권의 대안(代案)을 찾기 시작할 때 출발해도 늦지 않다.
대통령은 고난 극복의 경험과 지혜와 용기를 갖춘 이 국민을 분발시켜 힘을 모아야 한다. 대통령이 마음을 열어야 국민도 마음을 열고, 대통령이 친·불친(親·不親)을 넘어서야 국민 역시 친·불친을 넘어서게 된다. 대통령은 자신을 겹겹이 둘러싼 갖가지 인연(因緣)의 벽과 울타리를 허물고 넘어서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뜻 앞에선 자신의 뜻을 꺾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품을 수 있고 국민을 품어야만 대통령에게 힘이 실리고 국난(國難) 극복의 리더십이 바로 서게 된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로 연 2009년을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말로 닫기 위해선 바로 선 대통령이 국민의 선두에 서야 한다.
2008년 미국은 마이너스 0.7%, 일본은 마이너스 0.2%, 유럽연합은 마이너스 0.5%로 선진 경제권 전체 성장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개혁·개방 이후 20년 동안 두 자리 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중국 경제 역시 한 자리대로 내려앉았다. 미국발(發) 경제 폭풍은 탐욕의 도시 뉴욕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후 디트로이트의 GM·포드·크라이슬러의 무릎을 꿇린 다음, 태평양을 건너 만년(萬年) 우등생 도요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중국 수출의 전진기지 광둥(廣東)을 거친 발톱으로 할퀴고 있다.
2009년 세계 무역량이 1982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성장 동력(動力)의 대부분을 수출에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가 그 충격을 가장 먼저 받게 된다. 선진경제권 지반(地盤) 침하(沈下)가 일으킨 경제 해일도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신흥경제권에 밀려든다. 올 상반기부터 신흥경제국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무너진 기업들마다 수백, 수천 명의 실직(失職) 가장들을 길거리로 토해내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2009년 경제성장 전망 속의 2% 숫자도 머지않아 1%로 바꿔 써야 할 듯하다. 한국의 경제·사회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려면 매년 3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내년의 새 일자리는 그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내년 2월 대학 문을 나설 57만여 명을 기다리는 기업의 새 의자는 5만 개도 안 된다. 100만 실업자의 불안한 시대가 문밖까지 다가섰다.
실업은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쓰러뜨려 온 최대의 경제 질환이다. 실업의 불안은 자유민주주의의 줄기를 갉아먹고 실업의 고통은 자유민주주의의 뿌리를 썩게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순간 자유시장경제도 수명(壽命)을 다하고 만다. 그것이 역사의 전례(前例)이고 역사의 교훈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죽어 넘어진 폐허 위에는 대중을 유혹하는 데마고그(demagogue·선동 정치가)와 포퓰리스트(populist·대중영합주의자)의 독버섯이 돋아난다. 선동정치가와 대중영합주의자들은 국가재정을 경제 재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데 탕진하고, 그 결과 경제는 더 크게 무너져 실업자를 더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그 뒤를 더 나쁜 선동정치가와 대중영합주의가 이어받는 남미식(南美式)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민 사이의 적대감(敵對感)을 건국 이래 최악의 상황까지 밀어 올렸던 전(前) 정권의 5년 세월은 대한민국이 언제라도 남미식 악순환에 휘말려들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신호등(信號燈)이었다. 그 정권은 IMF 위기와 그 극복 과정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의 고도경제성장 시대에 형성된 사회적 중산층이 큰 폭으로 무너진 벌판에서 탄생했다. 경제적으론 내수(內需)를 뒤받치고 정치적으론 민주화를 응원했던 중산층이란 사회적 충격 흡수 장치가 몰락한 탓이다. IMF를 겪으며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겼던 국민이 70%에서 40%로 내려앉고 자신을 하류층(下流層)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20%대에서 40%대로 늘었다. 중산층은 하층으로, 하층은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계층의 연쇄적 하향(下向) 이동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 상황 속에서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겁먹고 주저앉을 것은 없다.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세계 최빈국(最貧國)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내달았던 나라다. 1962년 1인당 소득 82달러에서 2만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은 21억 달러에서 9000억 달러로, 수출은 5500만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그뿐 아니다. 1970년대 연거푸 밀려든 1차 오일쇼크, 2차 오일쇼크를 버티고 넘어서서 중화학공업 시대를 열었고, IMF 외환위기의 대재앙(大災殃)에 깔려 마이너스 6.9%로까지 추락했던 경제성장률을 단 한 해 만에 9.5% 성장으로 반전(反轉)시켰다. IT 산업을 앞세워 정보화 시대의 길을 닦았던 것도 이 고난의 시기다.
물론 지식 사회·정보화 사회 시대에 들어서 경제 성격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경제를 되살린다고 그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는 시대다. 1995년에는 10억원을 투자하면 24.4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던 것이 2005년에는 같은 투자로 14.7개의 일자리밖에 만들 수 없게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고용과 임금의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중산층을 하류(下流) 사회의 낭떠러지로 떠밀고 있다.
세계금융위기의 폭풍이 그치면 탐욕의 시대를 대신할 새로운 세계 질서가 들어설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 앞에 기회의 시대가 열린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가로 진입(進入)하느냐의 여부는 다가올 새로운 세계 정치·경제체제 속에서 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일이다. 대한민국의 역사, 대한민국 국민의 핏줄 속에는 위기 극복의 DNA가 여전히 살아 흐르고 있다. 역경을 디딤돌로, 고난을 사다리로 바꿔온 국민이고 나라다. 이 성취(成就)의 자신감과 지혜를 바탕으로 경제를 되살려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을 지켜가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인 중산층의 유실(流失)을 막아내야 한다. 이 성공 위에서만 대한민국 재도약(再跳躍)의 길이 열린다.
결정적 시기의 결정적 선택은 결국 국가지도자의 몫이다. 국민은 지난 연말 며칠 밤을 눈앞의 경제 위기보다 정치를 먼저 걱정하고 나라의 현실을 한탄하며 보냈다. 집권 세력이 집권 세력답지 못했다. 시대 흐름과 국제 환경을 정확히 읽고 선도(先導)하는 정치적 비전도, 사적(私的) 인연과 정파(政派)를 뛰어넘는 도덕적 기반(基盤)도 넓히지 못한 탓이다. 집권 세력이 크게 변해야 한다. 10년 집권 끝에 대선과 총선에서 패한 야당은 자신들에게 잇단 패배를 안겨줬던 국민의 뜻을 바로 읽어야 한다. 그 국민이 정말 깊어지는 경제의 주름살 앞에서 이런 극한투쟁을 벌이기를 원했겠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답(答)이 절로 나올 것이다. 두 번 선거에서 패한 야당은 두 번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에게 두 번 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을 실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야당의 정권 도전은 국민이 현 정권의 대안(代案)을 찾기 시작할 때 출발해도 늦지 않다.
대통령은 고난 극복의 경험과 지혜와 용기를 갖춘 이 국민을 분발시켜 힘을 모아야 한다. 대통령이 마음을 열어야 국민도 마음을 열고, 대통령이 친·불친(親·不親)을 넘어서야 국민 역시 친·불친을 넘어서게 된다. 대통령은 자신을 겹겹이 둘러싼 갖가지 인연(因緣)의 벽과 울타리를 허물고 넘어서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뜻 앞에선 자신의 뜻을 꺾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품을 수 있고 국민을 품어야만 대통령에게 힘이 실리고 국난(國難) 극복의 리더십이 바로 서게 된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로 연 2009년을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말로 닫기 위해선 바로 선 대통령이 국민의 선두에 서야 한다.
입력 : 2008.12.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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