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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굳건하다면 통미봉남(通美封南) 두려워할 이유 없어

화이트보스 2009. 1. 4. 09:21

사설] 한미동맹 굳건하다면 통미봉남(通美封南) 두려워할 이유 없어

이명박 대통령의 2일 신년 연설에서 남북·외교·안보 분야는 맨 마지막으로 밀렸다. 분량도 연설문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작년 말 각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 순서도 외교부·국방부·통일부가 제일 뒤였다. 외교통상부는 '경제 살리기에 기여하는 외교'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국방부도 업무보고의 절반가량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7대 국방과제'에 할애했다.

외교·안보 부처도 국가적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서 국외자(局外者)일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교·안보 현안들은 언제 그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를지 예측하기 힘들다. 우리가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해서 그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따라서 외교·안보 문제 대응은 그것이 언제 어떤 형태로 부상(浮上)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정부 첫해인 지난해 독도 표기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서 보여준 것처럼 뒤늦게 허둥대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새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오바마 새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쌓는 일이다. 오바마 정부는 곧바로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에 관한 종합적 검토에 들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되고 반영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한·미동맹의 미래, 북한 급변(急變) 상황을 포함한 북한문제 관리 방안, 경제위기와 대(對)테러 전쟁 등 국제 분야 협력 등에 관한 우리 나름의 전략과 구상을 먼저 가다듬어야 한다.

북한은 1일 노동신문 등의 공동 사설 형식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이명박 정부를 "파쑈 독재시대를 되살리며 북남 대결에 미쳐 날뛰는 집권세력"이라고 막말을 해대면서 우리 내부의 반(反)정부 투쟁을 촉구했다. 반면 미국을 향해선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라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남한과의 관계는 끊고 미국과는 서로 통하겠다는 상투적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노골화한 것이다. 이런 북한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식 낡은 발상은 통하지도 않고 북한에 아무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길게 이야기할 가치도 없다. 문제는 한·미의 대응이다.

한·미 공조가 한 치 오차도 없이 이뤄만진다면 미·북 직접대화는 북핵 6자회담이 1년 이상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고 우리가 그걸 끝내 가로막을 필요가 없다. 미·북관계가 속도를 낸다고 초조해하며 남북관계의 문을 열기 위해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노리는 함정이다. 한·미가 북한 상황을 관리하는 공동 파트너라는 원칙이 분명하고 그 원칙이 확실히 실천된다면 대화 과정에서 한·미의 역할 분담을 불편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