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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다소 늦은 시간에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지만 시간에 대한 부담은 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도상거리가 700여㎞가 넘는 대장정인 백두대간이지만 이번 코스가 가장 쉽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기 때문.
이때문이지 이번 종주에는 평소 참여가 저조했던 대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시작부터 이른 아침 동네 뒷산을 걷는 듯한 같은 가벼운 산행이 시작됐다.
#그림1중앙#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을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백두대간’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두려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
산을 걷다가 자칫 지루해지려고 하는데 시원한 매미소리가 귀를 즐겁게해주고, 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찌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보통 5월 늦어도 6월초면 사라지는 아카시아향을 9월중순에도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산행을 시작한 지 30분 정도가 흐르자 귀를 간지럽히던 매미소리와 함께 아카시아향이 사라지면서 둔탁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자 굉음의 진원지가 눈에 들어왔다. 산의 절반 이상이 깎인 가운데, 대형 트럭들과 굴착기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씁쓸함을 뒤고하고 30여분 정도 각도가 낮은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면 궤방령 418m고지에서 도착해 흐르는 땀과 목을 축였다.
#그림2중앙#
다시 완만한 산길을 1시간여 정도 걸어가자 드디어 가성산 정상(710m)에 도달했다.
정상에는 영동군 내곡면 체육회에서 다른 종주팀들을 위해(?) 20여평 공터를 시멘트로 포장을 해놓았다.
가성산 정상에서 100여m 뒷편으로 돌아가면 절벽에 수직으로 뻑은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는 위에 올라가면 나무 질감이 지닌 독특한 따스함으로 마치 구름에 떠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한다.
가성산 정상에는 목원대 등산팀들이 ‘눌의산 1시간20분, 추풍령 1시간40분’이라는 적어 놓은 표지가 보인다.
가성산 정상은 그늘이 없어 쉬기가 불편하지만 바로 밑에는 잡목이 우거져 잠시 휴식을 취하기 편안하다.
아무리 쉽다는 코스지만 여기서 부터는 가파른 경사로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작은 잡목들로 길이 쉽게 보이지 않지만, 앞서 간 종주팀들이 걸어놓은 표식들만 찾는다면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눌의산까지 가는 도중 점심식사를 끝내고 1시간 이상 휴식을 취했다.
#그림3중앙#
점심을 먹고 50여분 다시 걸어가면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눌의산 정상(743.3m)에 도착한다.
헬기장이 있는 눌의산에는 사방이 막힘없이 뚫려 있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추풍령 고개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또다시 ‘추풍령까지 30분’이라는 표지가 걸려있다.
하지만 등산 초보들에게는 오르막보다는 내리막길에서 어려움을 느껴 일반인들은 1시간 정도 걸린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내리막길로 나무를 붙잡고 내려가야 하는 최대 난코스가 이어진다.
마지막이라는 생각때문인지 일부 대원들이 속도를 내면서 등반팀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40분 정도 내려오다 보니 주변에서 대원들 소리가 들리지 않고, 등반 처음 들렸던 매미 소리와 함께 정체불명의 아카시아향이 나와 함께 걷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급경사가 끝나자 완만한 길이 나오면서 다시 편안한 산행이 이어진다.
밭이 보이면 전형적인 시골길을 거닐다 보면 마을로 이어지는 길과 고속도로가 보이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고속도로 방면으로 가야한다.
무심코 마을로 지나갈 수 있는데 앞선 백두대간팀들이 걸어놓은 표식만 찾으면 길을 찾을 수 있다.
밭두렁 길을 타고 걸어가다보면 지하도가 보이면서 산에서 코끝을 간지럽히던 아카시아향이 다시 강하게 진동한다. 그리고 드디어 아카시아향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아카시아향의 정체는 다름아닌 ‘칡꽃’. 칡 덩쿨에 코를 가까이 하니 더욱 강하게 향이 풍겼다.
지하도를 지나서 포도밭을 끼고도니 기찻길이 보이면서 열차 소리가 들린다.
잠시후 우리의 이번 산행의 끝을 알려주 듯 화물열차가 요란한 경적 소리를 내면서 지나간다.
그리고 최종 종착지인 추풍령 표석에 도착하며 백두대간 8구간을 마무리했다.
글/장우석 기자 wsjang99@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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