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백두대간을 가다

[백두대간을 가다] 그윽한 산세에 발걸음 절로 멈춰

화이트보스 2009. 1. 24. 16:19

-산허리 남풍에 밀린 운무…바람재는 구름바다
-황악산 동남쪽엔 동국제일가람 직지사 정좌

 

-제7구간(6)

우두령∼삼성산∼바람재∼형제봉∼황악산∼백운봉∼운수봉∼여시골산∼궤방령



오전 7시30분 평소보다 적은 숫자인 7명의 대원들이 우두령 앞에 섰다. 대원들은 수풀속에서 이전 대원들이 남긴 지팡이를 찾아들고 배낭을 단단히 맨 채 오르막에 발걸음을 올린다. 오르는 길은 마치 ‘로빈훗’을 찾아 셔우드 숲에 들어온 것처럼 안개가 자욱하다. 온 몸을 감싸는 산안개는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안개와 더불어 아침이슬이 옷깃을 스치고, 축축해져 가는 옷을 걷어가며 말수가 적어지는 대원들 사이로 산은 그 신선한 공기를 대접한다.

#그림1중앙#

30여분을 올랐을까. 조금 발걸음을 재촉하니 헬기장이 나온다. 삼성산 못미쳐 오른쪽으로 바람재 목장이 보인다. 바람은 시원하지만, 능선을 타고가는 탓에 머리위로 내리쬐는 햇빛이 연신 땀을 흐르게 한다. 수풀이 우거진 산길은 자칫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다른 산악회가 가지마다 걸어놓은 리본을 꼭 참조해야 한다.

#그림2중앙#

다시 1시간여를 걸어 1030봉에 올라섰고, 바람재로 내려서며 산 아래를 둘러보지만 짙은 구름은 시선을 막고 만다. 산행을 올때마다 안개가 혹은 구름이 짙은 흐린 날씨다보니, 높은 곳에 올라와 산 아래를 둘러보는 즐거움이 사라진다. 가끔 불어오는 남풍에 밀린 운무는 대간 능선을 따라 북서쪽 산 아래를 구름바다로 만들었다.

그윽한 산세에 발걸음이 절로 멈춘다. 힘든 오르막도, 경사가 심한 내리막도 없는 평범한 능선길은 초보 산행자들에게 오히려 산행의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그림3중앙#

형제봉을 지나 황악산 오르는 길은 매우 미끄럽다. 힘을 주어 올라도, 다시 한발이 미끄러지고 만다. 황악산 정상은 별 볼일이 없다. 그저 여기가 정상이려니 할 뿐이다. 까만 정상석이 제단 비슷한 돌 옆에 위엄스럽게 서 있다. 기념 사진을 찍고, 이제 내리막길을 탄다. 정상에서 몇발자국 내려서면 넓은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을 그대로 직진하면 엉뚱한 곳이다. 황악산에서 내려오다 헬기장으로 진입하기 바로 전에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야 한다. 올라올땐 내내 우리 대원들 뿐이었지만, 서서히 등산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길은 미끄럼틀을 타듯 쉼 없이 내려간다. 계곡으로 떨어질 듯 한 없이 내려서야 한다.

#그림4중앙#

이번 산행의 종착역인 궤방령으로 가기 위해선 끝 없는 내리막이 남아있다.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가다 보면 멀리 직지사가 보인다. 직지사는 서기 418년 경북 구미시 도리사와 함께 창건된 오래된 절. 실제로 절의 크기 또한 대학교를 옮겨놓은 듯 장대하다.

봉우리 같지도 않은 능선상의 일부인 백운봉을 지나 직지사로 내려가는 안부에 도착, 궤방령으로 가는 길은 직지사와는 다른 길로 가야한다. 곳곳에 벤치가 있고, 아기자기한 표지판이 꾸며진 등산로는 직지사가 가까이 있음을 쉽게 느끼게 한다. 더불어 등산객의 수 또한 많아진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직지사 가는 길이므로 길이 없는 정면 능선으로 오른다. 또다시 1시간여의 발걸음은 대원들을 운수봉 정상앞에 세운다.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구불거린다. 운수봉 보다도 더 높은 봉우리가 수줍은 듯 엎드려 있다.

#그림5중앙#

멀리 보이는 궤방령을 향해 출발, 몇몇 봉우리를 넘으니 갑자기 급경사의 내리막을 만난다.

조심조심 내려서니 평화스런 목장 풍경이 펼쳐지고, 드디어 충북 영동군과 경북 김천시 대항면의 경계지점인 궤방령에 도착했다.

#그림6중앙#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글/임동률 기자 exian@k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