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가다] 대간은 아직 무량 했다
고치령∼마구령∼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하)
텅 비었던 수통에 물 가득 채우고 발길 박달령에는 작은 제각과 쉬어가는 정자
무척이나 짧은 휴식이었다. 맥 풀린 선달산 정상에서 잠시 가쁜 숨을 몰아 쉰 일행은 다시 길을 잡았다.
내리쬐던 햇볕은 시간이 갈수록 맹위를 더했다. 가만히 앉아있기 조차 거북살스러운 햇볕을 머리위에 이었다. 선달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치닫던 대간은 활처럼 휘어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
선달산에서 1㎞쯤을 내려서면 희미한 사거리 안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난 산길은 칠룡동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그림1중앙#
안부를 지나 능선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준비한 점심을 펼쳤다. 아침 일찍 나선탓에 아직 시간은 넉넉했지만 벌써 대간에 발을 내딛은지 7시간이 넘어서고 있었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지도를 펼쳤다. 애써 보지 않으려했지만 자꾸 오늘의 목표지점인 도래기재에 시선이 꽂히는 건 어쩔수 없었다.
다시 출발. ‘박달령 30분’ 이라는 친절한(?)표지판을 지나면서 힘을 냈다. 하지만 30분은 그리 녹녹치 않은 시간이었다. 부지런히 발을 놀리자 순간 희미하게 자동차 소리가 먼저 들렸다. 내리막길을 한달음에 내달리자 헬기장이 나오고 곧바로 고갯마루에 닿았다. 박달령도 고치령처럼 4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좀처럼 오를수 없는 험준한 고개다. 고갯마루 북쪽 아래 50m지점에 있는 샘터부터 찾았다. 대간에 흘린 땀만큼 텅 비었던 수통에 물을 채우고 잠시 한숨을 돌렸다. 박달령에는 작은 제각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마련돼 있다. 정자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던 촌로는 한가로웠다.
잠시 몸을 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시간을 오래 지체할 순 없었다.
#그림2중앙#
다시 반대편 능선으로 들어섰다. 옥돌봉까지 향하는 등산로는 비교적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영주 국유림관리사무소가 가파른 곳에 나무계단을 설치하고 벤치를 조성해 놓았다. 또 자연학습장을 조성하면서 붙인 이름표를 군데군데 나무들이 달고 있었다.
깔끔한 등산로와는 달리 해발 1천242m인 옥돌봉에 오르는 길은 선달산 못지않았다.
어느새 10시간 훌쩍 넘어선 산행에 지친 몸은 의지와는 별개였고 앞선 일행과도 차이가 벌이지기 시작했다. 힘겨운 산행에 지쳐갈 즈음 갈림길이 나타났다.
왼쪽이 옥돌봉임을 가르키고 있는 이정표의 거리는 500m. 순간 찡그렸던 얼굴이 자연스럽게 펴졌다.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는 옥돌봉은 사실 실망이었다. 헬기장과 함께 약간의 바위가 있지만 선달산과 마찬가지로 무성한 잡목이 시선을 가렸고 편히 쉴만한 그늘도 없었다. 지친 탓도 있겠지만 흥도 일지 않았다. 무엇보다 빨리 내려서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간단한 촬영을 끝내자마자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사람키를 훌쩍 넘긴 철쭉 군락이 한없이 이어졌다. 때를 잘 맞췄다면 흐드러진 분홍 철쭉에 파묻힐 것 같았으나 이미 꽃은 진 뒤였다.
#그림3중앙#
목적지인 도래기재까지는 부지런히 40분이면 족했다. 고갯마루는 공사가 한창 이었다. 도로로 끊긴 대간을 이어 야생동물이 자유로이 오갈수 있는 통행로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훼손된 대간을 복구한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새벽 5시에 시작했던 산행을 마친 시간은 오후 4시. 앞으로도 뒤로도 끝없이 이어진 대간은 아직도 무량 하기만했다.
강현석 기자 kaja@namdonews.com
고치령∼마구령∼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하)
텅 비었던 수통에 물 가득 채우고 발길 박달령에는 작은 제각과 쉬어가는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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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쬐던 햇볕은 시간이 갈수록 맹위를 더했다. 가만히 앉아있기 조차 거북살스러운 햇볕을 머리위에 이었다. 선달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치닫던 대간은 활처럼 휘어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
선달산에서 1㎞쯤을 내려서면 희미한 사거리 안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난 산길은 칠룡동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그림1중앙#
안부를 지나 능선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준비한 점심을 펼쳤다. 아침 일찍 나선탓에 아직 시간은 넉넉했지만 벌써 대간에 발을 내딛은지 7시간이 넘어서고 있었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지도를 펼쳤다. 애써 보지 않으려했지만 자꾸 오늘의 목표지점인 도래기재에 시선이 꽂히는 건 어쩔수 없었다.
다시 출발. ‘박달령 30분’ 이라는 친절한(?)표지판을 지나면서 힘을 냈다. 하지만 30분은 그리 녹녹치 않은 시간이었다. 부지런히 발을 놀리자 순간 희미하게 자동차 소리가 먼저 들렸다. 내리막길을 한달음에 내달리자 헬기장이 나오고 곧바로 고갯마루에 닿았다. 박달령도 고치령처럼 4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좀처럼 오를수 없는 험준한 고개다. 고갯마루 북쪽 아래 50m지점에 있는 샘터부터 찾았다. 대간에 흘린 땀만큼 텅 비었던 수통에 물을 채우고 잠시 한숨을 돌렸다. 박달령에는 작은 제각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마련돼 있다. 정자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던 촌로는 한가로웠다.
잠시 몸을 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시간을 오래 지체할 순 없었다.
#그림2중앙#
다시 반대편 능선으로 들어섰다. 옥돌봉까지 향하는 등산로는 비교적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영주 국유림관리사무소가 가파른 곳에 나무계단을 설치하고 벤치를 조성해 놓았다. 또 자연학습장을 조성하면서 붙인 이름표를 군데군데 나무들이 달고 있었다.
깔끔한 등산로와는 달리 해발 1천242m인 옥돌봉에 오르는 길은 선달산 못지않았다.
어느새 10시간 훌쩍 넘어선 산행에 지친 몸은 의지와는 별개였고 앞선 일행과도 차이가 벌이지기 시작했다. 힘겨운 산행에 지쳐갈 즈음 갈림길이 나타났다.
왼쪽이 옥돌봉임을 가르키고 있는 이정표의 거리는 500m. 순간 찡그렸던 얼굴이 자연스럽게 펴졌다.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는 옥돌봉은 사실 실망이었다. 헬기장과 함께 약간의 바위가 있지만 선달산과 마찬가지로 무성한 잡목이 시선을 가렸고 편히 쉴만한 그늘도 없었다. 지친 탓도 있겠지만 흥도 일지 않았다. 무엇보다 빨리 내려서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간단한 촬영을 끝내자마자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사람키를 훌쩍 넘긴 철쭉 군락이 한없이 이어졌다. 때를 잘 맞췄다면 흐드러진 분홍 철쭉에 파묻힐 것 같았으나 이미 꽃은 진 뒤였다.
#그림3중앙#
목적지인 도래기재까지는 부지런히 40분이면 족했다. 고갯마루는 공사가 한창 이었다. 도로로 끊긴 대간을 이어 야생동물이 자유로이 오갈수 있는 통행로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훼손된 대간을 복구한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새벽 5시에 시작했던 산행을 마친 시간은 오후 4시. 앞으로도 뒤로도 끝없이 이어진 대간은 아직도 무량 하기만했다.
강현석 기자 kaja@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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