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토속주재발견]최고의 약초로 빚은 최고의 술
[전라도토속주재발견]<20·끝> 보광 어성초주
맑은 황갈색 특유의 비린 향, 뒤끝은‘개운’
日히로시마 원폭 폐허서‘생명의 싹’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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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영그는 전라도.
아침저녘으로 감도는 청량한 기운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계절의 전령사’ 억새도 스치는 바람에 몸조차 가누질 못하고, 도로엔 벌써 낙엽이 나뒹군다.
‘어성초술’을 찾아 보성 벌교로 가는 길이다. 들녘엔 전라도의 풍요로움이, 호수엔 고즈넉함이 물씬 풍긴다. 드라이브의 묘미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멋스러움도 있다.
보광 어성초(www.pokwang.co.kr)가 있는 보성군 벌교읍 대포리 ‘헌아골’ 장동마을. 마을 초입에 4동의 크고 작은 창고형 건물이 바로 어성초 공장이다. 인근 어성초 밭에서 풍기는 내음인지, 바다가 지척인 탓인지 갯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보광 어성초 대표 서두석씨(64)는 “아마 어성초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서씨는 “흔히 ‘약모밀’로 알려져 있는 어성초(魚腥草)는 잎·줄기에서 ‘생선 비린내같은 냄새가 난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면서 “바다도 가깝지만 주변이 모두 어성초밭이다. 아마 그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소나기가 내릴 것 같아 ‘사진 먼저 찍자’며 어성초 밭으로 향했다. 공장 아래 일부 논을 제외하고 온통 어성초다. 일부는 잡초가 무성해 어성초 밭인지 풀 밭인지 주인이 아니면 알 수 없다.
그는 “내가 25년 전에 이곳에 올 때 달랑 100평에 일본에서 가져온 어성초 뿌리를 심었는데 이제 5만평 정도는 된다”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서씨가 어성초에 푹 빠진 것은 지난 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병으로 고생하던 당시 한 주변사람의 권유로 어성초를 1년 정도 복용한 뒤 거짓말처럼 건강을 되찾은 것. 어성초의 효능과 신비의 약효에 대한 믿음으로 그는 37년을 어성초 연구에 바쳤다.
그는 지난 80년 고향인 헌아골에 돌아온 후 손수 잡초를 뜯어내며 재배를 늘려 갔다. 서씨는 “처음에는 주민들도 시큰둥했다. 차라리 쌀 농사를 짓지 뭐하러 고생스럽게 약모밀을 심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그가 건넨 명함에는 ‘피가 맑으면 병이 없다’는 글이 눈에 띄게 적혀 있다. 그는 “어성초는 세계 최고의 약초”라며 어성초 자랑부터 시작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온통 폐허가 됐지만 이듬해 돋아난 풀로도 유명하다는 것.
서씨는 “과학자들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의 땅은 향후 20년간 초목이 자랄 수 없다고 했지만, 이듬해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는 풀이 땅을 뒤덮었고 곧바로 다음 해 ‘죽음의 땅’에서 초목이 자라나기 시작했다”면서 “바로 어성초가 방사능을 제거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어성초는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를 통해 효능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자생, 민간 약초요법으로 가장 인기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씨는 그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어성초 발효 엑기스, 어성초 액상추출, 환, 술, 화장품, 아토피성 비누와 로션, 젤리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 출시했다. 그는 “어성초도 좋지만 술도 약이다”면서 “지난 95년 술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2월 주류 제조면허를 획득, 알코올 도수 20%의 리큐르주를 시장에 내놓았다. 주정에 마른 어성초를 침출해 술을 낸다. 서씨는 “술은 오래 담궈놓을수록 좋다”면서 “대개 3개월 이상 주정에 두고 침출한다”고 말했다.
제조공정은 복잡하지 않지만 최종 과정에서 어성초 엑기스가 함유돼 어성초 본래의 효능을 술 속에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첫 잔을 털어넣은 맑은 황갈색의 어성초주는 그 맛이 개운하면서도 어성초 특유의 맛이 우러난다.
서 대표는 “뛰어난 약효를 지닌 어성초를 재료로 빚어낸 술이라 숙취가 거의 없다.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웰빙형’ 술이다”고 설명했다.
어성초주는 지난해 대한민국농업박람회에서 가공식품분야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맛과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주류면허 획득, 높은 세율과 유통의 어려움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는 민속주를 빚어온 ‘장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우리 술, 전라도 맛을 이어가기 위한 지원대책이 아쉽다.
나오는 길, 무성한 잡초 사이로 늘어선 옹기 항아리들. 어성초를 5년째 발효·숙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로 그물을 드리운 거미, 탁하게 바랜 항아리 색깔이 긴 세월의 더께를 보여주고 있다.
벌교
강승이 기자 pinetree@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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