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토속주

우리 쌀과 그윽한 녹차가 어우러진 웰빙~

화이트보스 2009. 2. 6. 14:18

[전라도토속주재발견]우리 쌀과 그윽한 녹차가 어우러진 웰빙~

[전라도토속주재발견]<18> 순천 녹차주
추출 엑기스를 덧술과 혼합, 6개월여 숙성 쌉싸름함과 대나무 통서 우러나온 향 일품


 


‘녹차주’를 찾아 순천시 외서면 신덕리 술도가 ‘밀림산업’으로 향하는, 화순~보성~순천으로 이어지는 길은 주암호반의 정취가 그만이다. 백로의 날갯짓에 그려진 동그라미. 잔잔한 호수의 고즈넉함이 헝클어진 마음을 가다듬기에 제격이다.

주암호변 송광면을 거쳐 낙안읍성 길로 방향을 잡으면 초입에 밀림산업이 있다.

술도가 밀림산업은 녹차주 전문 생산업체. 지난 95년 순천시 별량면에서 영지버섯술로 사업자 등록 후 술도가를 운영하다 이곳에 어엿한 술도가를 지어 옮겨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녹차주를 흔히 ‘녹차 캔 음료 1개와 희석식 소주 2병을 섞어 마시는’ 술 쯤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술도가 주인장 김동현씨(47)는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개 ‘희석주가 아니냐’고 묻곤 하지만 녹차주는 우리 쌀과 녹차 잎으로 빚어 낸 발효주”라고 말한다.

우리쌀과 보성 녹차를 원료로 청주타입, 증류한 리큐르주 타입의 ‘우리 술’을 빚어낸다. 청주타입은 알코올 도수 13%의 발효주이며, 증류주는 16%의 리큐르주. 이 가운데 생 대통에 주입해 자연 숙성한 ‘대롱 녹차주’는 그 맛이 녹차주 가운데 단연 으뜸으로 친다.

김씨가 대롱 녹차주를 한 통 내놓았다. 작은 나무망치로 두툼한 대통 마디에 구멍을 내 술을 따른다. 병으로 담아낸 리큐르 녹차주는 연녹색 맑은 술이지만 대롱 녹차주는 갈색 기운이 감 돈다. 입 속에 빨려 들어간 술은 목넘김이 무척 부드럽다. 약주의 쌉싸름함과 함께 대나무 통에서 우러나온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대롱녹차주는 보성녹차와 대나무, 전통 약주가 만나 빚어낸 새로운 술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김씨는 “녹차주는 그윽한 녹차와 한국의 정통 약주가 어우러진 ‘웰빙 약주’”라며 “한두잔 마시다보면 과음하기 십상이지만 많이 마셔도 숙취는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녹차의 본래의 맛과 향을 담기 위해 발효법을 사용한다. 녹차주는 녹차 잎을 오랫동안 발효, 엑기스를 추출한 후 덧술에 혼합 숙성한다.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제조 공정은 원료 선정에서 온도, 숙성기간 등 엄격하고도 까다롭다.

김씨는 “술은 분해가 빨리돼야 하는데 침출 과정을 통해 술을 만들면 녹차의 맛과 향이 사라진다”며 “녹차 잎을 직접 발효시켜야만 분해·소화력이 좋아지고 녹차가 지닌 특성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녹차가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보성지역의 다원이 관광명소로 널리 알려진 가운데 고민 아닌 고민거리도 있다. “녹차는 주로 보성지역 G다원에서 유기농 녹차를 들여다 술을 빚는다”는 김씨는 “외지에서는 브랜드를 ‘보성’ 녹차주로 해달라는 말도 많다. 그렇지만 순천에서는 (공장이 순천에 있는데)왜 보성녹차로 하느냐고 해서 고민이다”며 웃음지었다.

‘대롱 녹차주’는 리큐르주여서 상하지는 않으나 줄어드는 것이 흠이다. 발효 녹차주는 연녹색에서 술이 오래 묵을수록 적갈색으로 변해간다. 이 점도 연구 과제다.

이제 녹차주는 전라도 술로는 보기 드물게 세계화를 꿈꾼다. 밀림산업은 지난 2001년 중국, 일본 등지에 녹차주를 처녀 수출했다. 김씨는 “처음 수출 계약을 맺고 정말 기뻤다”면서 “지난 5월 전남도에서 개최한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주류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 2만불 상당의 녹차주를 시험적으로 수출키로 합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6월 대만에 10만불 상당의 녹차주를 수출한데 이어 미국에 20만불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고 오는 8일 1차 물량을 선적하는 등 전라도 술의 세계화를 향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순천/강문일 기자


강승이 기자 pinetree@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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