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토속주

조상에게 빌리는 술먹는 지혜

화이트보스 2009. 2. 16. 16:13

[전라도토속주재발견] 조상에게 빌리는 술먹는 지혜


 


[전라도토속주재발견] 조상에게 빌리는 술먹는 지혜

“우리 조상들은 ‘술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잦은 술자리에도 불구하고 술독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던 우리 조상에게서 술과 관련된 지혜를 빌려보는 것은 어떨까.
농촌자원개발연구소가 규합총서(閨閤叢書·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 저·1809년)에 나와 있는 음식이나 생활 습관을 통해 술독에 빠지지 않고 술을 즐겼던 선조들의 지혜 몇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술을 마시면서도 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이 있다.
소나무에서 채취하는 백복령과 칡꽃인 갈화, 칡뿌리의 껍질을 벗겨 잘게 썰어서 소금물 또는 백반수에 담갔다가 말린 갈근 등 16가지 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개어 총알 모양인 탄자로 만든 것이 바로 신선불취단. 이것을 더운 술에 씹어 삼키면 1알에 10잔의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규합총서는 말한다.
술에 취했다 싶었을 때는 ‘만배불취단(萬盃不醉丹)’이 있다.
은행과 녹두꽃, 익은 밀감의 껍질을 건조시킨 진피(陳皮), 완두꽃 등 15가지 약재를 환(丸)으로 만든 만배불취단은 술에 취했다 싶었을때 1알을 삼키면 술기운이 스르르 풀린다고 한다.
만취 상태에서 술을 깨게 만드는 방법으로는 ‘취향보설(醉鄕寶屑)’이 있다.
정향(丁香)과 모과, 감초 등 8가지 약재를 갈아 더운 물에 먹이면 취한 사람이 바로 깨어난다고 규합총서는 밝혔다.
규합총서에는 술을 약으로 마시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호도와 석류, 포도, 속새나무 줄기로 술을 담가 매일 아침 데워 2잔씩 마시면 백병(百病)이 낫는다며 이를 ‘유황배법(硫黃盃法)’이라 칭했다.
술을 마실 때, 그리고 마신 다음 조심해야할 사항으로 막걸리를 마시고 국수를 먹으면 기운 구멍이 막힐 수 있으며 술과 홍시, 살구, 조기 등은 상극이므로 함께 먹으면 안된다. 술을 마신 뒤 목이 마르더라도 찬물을 마시면 찬 기운이 방광에 들어가 치질이나 소갈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술기운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밀실 안에서 뜨거운 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수십번 빗질하는 것이 좋으며 소금으로 이를 닦고 더운 물로 양치질하기를 3번 반복하면 상쾌해진다고 규합총서는 적고 있다.
농촌자원개발연구소 농촌환경자원과 김미희 연구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술 소비 1위 국가라고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술을 마시고 즐기면서도 술에 취하는 것을 경계해 다양한 술 관련 지혜가 발달했다”며 “특히 규합총서는 빙허각 이씨가 그 시대 각종 고문으로 전해 내려온 생활 상식을 직접 체험한 뒤 정리한 책으로 현대인에게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한 지혜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래 기자 yrpark@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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