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토속주재발견] 영롱한 황금빛…눈으로 먼저 취한다
[전라도토속주재발견] 1-담양 추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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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관할수록 맛·향기 더해 일품
추성고을 양대수씨 4대째 명맥 이어
내수시장 경쟁력 미약,일본수출 치중
토속주는 그 지방 고유의 농작물이나 한약재 등 각종 재료와 환경에 따라 독특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한 마을에 조상 대대로 제조비법이 전해 전해내려오는 술이 있는가 하면 그 집안만의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전해오는 술도 있다. 그러나 제사나 결혼식 등 집안이나 마을의 대소사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전통 토속주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명맥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정통제조기법이 제대로 전수되지 않아 변형된 토속주가 민속주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라도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토속주를 찾아 이를 재발견, 명맥잇기와 함께 경쟁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대나무 고장으로 유명한 담양군의 대표 토속주는 추성주(秋成酒)다.
추성은 담양의 옛 이름으로 통일신라시대 경덕왕(757년) 때부터 고려 성종(995년) 때 담주(潭州)로 바뀔 때까지 불려졌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인 면앙 송 순이 과거급제 60주년을 기념하는 회방연(回榜宴) 자리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했다는 전통명주 추성주. 추성지에 따르면 조선중엽 때 그 명성이 서울 장안에 까지 퍼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적혀 있다.
이렇게 한 때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던 추성주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담양군 용면 두장리 추월산 아래서 4대째 전해내려오는 추성주의 전통제조비법을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은 전통 민속주 제조업체 ‘추성고을’의 양대수 사장(49·담양군의회 의원)이다.
지난해 4월 신축이전해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단장된 제조공장은 주변에 풍기는 은은한 향내가 술도가임을 짐작케 한다.
추성주 제조비법은 양 사장의 증조부 양재순(1870∼1957)으로부터 대대로 가양주로 빚으면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지난 88년 ‘추성주의 맥을 꼭 이으라’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추성주 제조법을 착실하게 배워나갔다.”
양 사장은 1990년 추성고을을 세워 가업을 일으키기 시작, 관광토속주로 등록을 마치고, 이듬해 민속주 시험제조면허와 94년 주류면허를 얻어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갔다. 제조비법을 독자적으로 계승해 상품화에 성공, 96년부터 일본에 수출길도 열었다. 이같은 공로로 양 사장은 지난 2001년 농림부로부터 한국전통식품 명인 제22호로 지정됐다. 전남지역에서 술로 명인지정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다. 그만큼 전통성이 인정됐다는 의미다.
추성주는 찹쌀과 엿기름, 음양곽, 하수오, 두충 등 12가지 재료로 빚은 증류주(알콜도수 25%)다.
“예전에는 20여가지가 넘는 한약재가 들어갔지만 국제규격에 맞추다보니 첨가물을 10여종으로 제한했다”고 양 사장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추성주는 전통 소주치고는 독하지 않으면서도 한약재에서 우러나오는 그윽한 향과 알싸한 맛이 독특하다. 황금색의 영롱한 빛깔은 입 보다는 눈으로 먼저 마시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반 토속주가 2∼3단계의 제조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추성주는 단 한번의 과정만으로 제조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정확한 온도와 계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양 사장은 발효단계서 아직도 온도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손바닥의 감각만을 이용 발효 온도를 조절한다.
저온에서 15일 정도 충분히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술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상품화는 성공했지만 추성주가 일반 대중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헤쳐나가야 할 난제가 많다.
현재 추성주는 시판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아직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신 주로 일본에 수출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 7개 민속주가 일본 시장을 두드렸으나 대부분 중도에 탈락하고 추성주만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부족한 국내 판매망을 넓히고 일반인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과제다.
양 사장은 “술 소비시장을 점하고 있는 일반 소주, 맥주를 대상으로 민속주가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며“기업 유지와 함께 전통 민속주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남은 과제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동갑내기 부인 전경희씨와 함께 이제는 딸 소영씨(27)가 가양주의 명맥을 잇겠다고 나서 그나마 양 사장의 마음 한 곳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다.
양 사장은 “특히 ‘명인’ 지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특별한 혜택이나 제조품에 대한 지원책 등이 없다”며 “토속주의 명맥을 잇고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자 기자 mono@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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