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품을살리자(28)-담양 추성고을 ‘추성주(秋成酒)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전통·민속주 한잔에 세상 시름과 고통을 떨쳐 버렸다. 한잔이 더 들어가면 흥에 겨워 어깨춤을 췄다. 한잔을 더 걸치면 구성진 우리 가락을 뽑았다. 그리고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 누구나 신선이 됐다. 모두가 전통·민속주의 위력(?) 때문으로 여겨진다.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도 절로절로, 山 절로 水 절로 하니 산수간 나도 절로, 아마도 절로 삼긴 인생이라 절로절로 늙사오니’
조선조 선조때 전라도 추성(秋成·지금의 담양)골 면앙정에 낙향해 노년을 보내던 송 순(宋純·1493∼1583)을 위해 마련한 ‘과거합격 60주년 큰잔치’에서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가 읊은 시 구절이다.
당시 경향각지에서 모여든 선비와 학자들이 3일동안 잔치를 벌이면서 송 순의 장수를 기원하며 학문을 논하고 시를 지었다. 이때 이들이 마신 술이 바로 담양의 토속주인 추성주(秋成酒)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에 앞서 고려때 금성산성 남문에 있는 소년암의 스님이 부근에서 자생중인 약초로 술을 빚었다는 구전도 내려오고 있다.
실로 담양 추성주가 1천여년의 역사를 지닌 명주(銘酒)임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1천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담양의 대표적인 토속주인 추성주의 맥을 잇고 있는 곳이 추성고을(대표 양대수·44).
담양군 용면 두장리에 자리잡은 이 업체는 추월산의 산과 들에서 나는 10여가지 약초, 영산강 상류의 청결미로 빚어 대나무골의 대나무 숯으로 거른 증류주인 추성주를 제조·판매중이다.
추성주의 원료는 찹쌀과 맵쌀에 곡자와 1차 야생초재를 넣어 발효시켜 얻어진다. 이 원료를 단식증류한뒤 2차 야생초재를 침출, 100일 이상 항아리에 숙성해 대나무 숯으로 거르면 추성주가 탄생한다.
전통 제조비법을 지키기 위해 1차 야생초재로 두충·산약·의이인·우슬·강활·연자육 등이 사용된다. 2차 초재로는 오미자·구기자·갈근·상심자가 들어간다. 전국의 전통·토속주중 가장 많은 약재가 사용되는 있는 셈이다.
추성주는 순곡으로 빚은 일반 증류주이기 때문에 발효주(약주)와 달리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게다가 피라미드 육각공법으로 만든 용기(육각병)을 사용해 술의 신선도를 높여주고 있다.
추성주는 맛과 향미 또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두충·구기자·갈근·오미자 등 이 술의 부 원료인 한약재를 넣어 혈액순환과 강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술을 마시면 보양효과를 높이고 해열·진정·구충·소염·당뇨· 신경통·동맥경화 예방은 물론 중이염·노화·간염·피부병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성주에는 한약재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같은 알코올 도수의 주류에 비해 다소 독하다는 것이 애주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추성주는 마시기에 편하고 빨리 취하는데다 뒷맛도 깨끗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추성주의 명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다. 추성지(秋成誌·1756) 등에 따르면 추성고을에서 자생하는 약초로 빚어낸 술은 신선주(神仙酒)로 허약한 사람과 애주가들이 즐겨 마셨다. ‘제선팔선주’라고도 부르는데 ‘팔’은 팔보회춘(八寶回春)을 뜻하며 ‘선’은 신선과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 90년 6월 국가로부터 전통민속주 지정을 받고 92년 6월 창업한 추성고을은 이듬해 추성주 시판에 이어 97년부터 일본 오사카 수출에 나섰다.
올해부터 육·해·공군 군납을 시작한 이 업체는 앞으로 알코올 도수가 추성주(25%)보다 낮은 ‘대잎술’(알코올 도수 12%, 360㎖) 제조 및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잎이 주는 청량감을 느낄 수 있으며 추성주나 죽엽청주의 독한 맛을 없앤 대잎술은 오는 5월10일 치러질 제21회 담양군민의 날과 2회 죽향축제때부터 본격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담 및 구입 문의(본사 ☎0684-383-3011·382-2830, 전남도농어촌특산품전시판매장 062-223-4552). /오치남 기자 ocn@kjtimes.co.kr 담양/조영준 기자
▲재미로 읽는 술이야기
애주가(愛酒家)들은 술을 마시는데 18단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말하는 음주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①부주=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마시는 사람. ②외주=술을 마시지만 겁내는 사람. ③민주=마실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④은주=마실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 혼자 마시는 사람. ⑤상주=마실줄도 알고 좋아하면서도 잇속이 있을때만 마시는 사람. ⑥색주=성생활을 위해 마시는 사람. ⑦수주=잠이 오지 않아 마시는 사람. ⑧반주=밥맛을 돋구기 위해 마시는 사람. ⑨학주(주졸)=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 ⑩애주(주도)=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⑪기주(주객)=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⑫탐주(주호)=술의 진경을 터득한 사람. ⑬폭주(주광)=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⑭장주(주선)=주도삼매에 든 사람. ⑮석주(주현)=술과 인정을 아끼는 사람. 16낙주(주성)=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사람. 17관주(주종)=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수 없는 사람. 18폐주(열반주)=술 때문에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난 사람 등이다.
이중 부주·외주·민주·은주는 술의 진경을 모르는 부류다. 상주·색주·수주·반주는 목적을 위해 마시기 때문에 술의 전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애주에 이르면 주도(酒道)의 초단과 주도란 칭호가 주어지면 단계별로 1단이 오르면서 마지막 단계인 폐주(열반주)에 달하면 명인급인 9단이 부여된다는 게 애주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음주의 단계를 떠나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적당히 마시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현대인의 주도가 요구되고 있다.
▲양대수 대표인터뷰
“추성주는 집안 대대로 빚어온 술이지요. 할머니 김말례씨(65년 작고)는 이 술을 만들어 어르신과 손님들에게 내놓았습니다. 당시 술맛을 본 사람들의 극찬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추성고을 양대수 대표(44)는 “지난 88년 세상을 떠나기 앞서 애주가들을 위해 추성주를 보전하라는 아버지 길용씨의 유언을 받들어 본격적으로 추성주 제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부친께선 일찍이 추성주 제조 특허를 가지고 있었으나 양조금지령과 밀주 단속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고 밝힌 양 대표는 “정부의 전통·민속주 개발정책에 따라 명맥을 되찾게 된 게 그래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부인 전경희씨(44)와 함께 1천여년의 역사를 지닌 추성주의 맥을 잇고 있는 그는 “대형 주류생산업체와 경쟁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비싼 원가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크게 뒤져 전통·민속주 전승사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특히 “우리 전통·민속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너무 낮아 아직도 판로확장이 힘들어 우선 지역민들부터 지역 민속주를 애용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 대표는 이어 “전통 제조비법 그대로 술을 빚을 경우 도저히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고육책으로 대량생산을 위해 현대식 설비를 갖춘 기계를 가동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경영이 힘들어도 원료만은 국산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독특한 맛과 향이 어우러진 전통·민속주 개발에 더욱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치남 기자 ocn@kjtimes.co.kr
오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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