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거는 중소 도박사이트 우후죽순
"바카라 게임 막는 등 기준 강화하고
편법 환전 행위도 일절 못하게 해야"
A씨의 인터넷 도박 중독은 고등학교 때 인터넷 포털에서 '맞고', '포커' 같은 사행성 게임을 하면서 시작됐다. 아버지 주민등록번호로 '미성년자 이용불가' 게임에 쉽게 가입했다. 처음에는 재미였지만 가상화폐인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불법 환전상의 존재를 알고 상황은 달라졌다.
사이버머니를 따기 위해 하루 6~7시간씩 게임을 했다. 대학 입학 후에는 더 큰 판을 찾아 전문 도박 사이트를 통해 '바카라'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인생을 망치게 됐다.
대한민국이 '인터넷 도박'의 늪에 빠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젊은층의 인터넷 도박 중독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 따르면 2007년 238건이었던 20대 젊은이들의 상담건수는 지난해 435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상담건수가 31%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젊은층의 인터넷 도박 중독이 급증하는 것이다.
◆인터넷 도박 환경에 무방비 노출
인터넷 업체 NHN이 운영하는 게임포털 '한게임'은 회원수가 3000만명이다. 지난해만 366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80% 이상이 고스톱과 포커 같은 도박 게임에서 나온다. 이런 도박 게임은 사이버머니를 판돈으로 건다. 사이버머니는 매일 일정액을 게임업체에서 무료로 충전해준다.
문제는 게이머들이 더 큰 판에 참여하기 위해 사이버머니를 추가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게임에서 획득한 사이버머니는 불법 환전상을 통해 현금화되기도 한다. 실제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구글에서 '한게임 머니'라는 키워드를 넣어보면 40만여개의 관련 웹사이트가 등장한다. 이들 중 상당수 웹사이트를 통해 쉽게 사이버머니를 거래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중소 업체들이 운영하는 도박 사이트다. NHN이 운영하는 '한게임'은 230여명의 감시 인력을 두고 있지만, 중소 도박사이트는 공공연하게 환전상을 운영하는 등 사실상 현금을 놓고 도박을 벌인다. 이런 중소 인터넷게임 사이트들은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 중 고스톱, 포커 같은 사행성 게임이 1494개나 됐다. 전체 게임 장르 중 가장 많다. 하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조동면 사후관리팀장은 "온라인 도박게임이 의심돼도 현금화까지 하는 확실한 물증을 잡지 않는 한 별 규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사행성 방지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불법 환전상만 처벌하던 것을 넘어 상습적으로 환전하는 이용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도박성 게임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슬롯머신이나 룰렛게임처럼 사행성이 분명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판돈을 계속 올릴 수 있는 포커·바카라 같은 게임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사이버머니 판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도박 게임은 월 정액제로만 이용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도 현금으로 사이버머니를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지만 게임업체들은 게임 속에서 아바타라는 가상 캐릭터를 사면 덤으로 사이버머니를 주는 간접충전 방식으로 사실상 사이버머니를 팔고 있다.
도박규제네트워크의 이진오 집행위원은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졌을 때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에서 경품지급을 금지해 효과를 봤다"며 "고스톱, 맞고 같은 성인 온라인 게임에서 환금성이 있는 아바타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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