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이색마을]“장수풍뎅이 구경 이만한 곳 없제”
[전라도이색마을]<23> 장흥 유치면 반월리 칠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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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텁텁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대낮 대지의 기온은 이보다 더했다. 사육장의 외진 곳, 그물망을 어렵사리 뚫고 나왔다. 한밤의 가출, 감행해야 할지 판단은 이성의 기준일 뿐. 제몸이 느낀 그대로 비행의 꿈을 펼쳤다.
장수풍뎅이 작목반원들의 귀에 비행편대가 지나갔다.
우~웅. 한마리가 어느새 다른 한놈과 함께 1㎞ 남짓 수직상승에 이은 수평이동, 자유낙하를 시도했다. 우웅우웅. 장수풍뎅이의 힘찬 날갯짓은 어줍잖은 외출이 아닌, 본능이 지배한 가출이었다. 편안한 머뭇거림보다 빛을 향한 본능이, 날개가 원하는 비행이, 한밤중 마을을 휘감았다. 가로등을 대신하는 전봇대를 몇차례 힘차게 돌았다. 우~웅, 우~웅. 뒤질세라 표고버섯 참나무 폐목에서 가출한 녀석들도 덤볐다. 앞뒤 가리지 않는 멧돼지가 저럴까. 천둥벌거숭이가 따로 없다. 냅다 머리로 들이받았다. 전봇대가 이겼다. 두마리가 곤두박질치더니 콘크리트 바닥서 버둥거렸다. 한 놈이 뽀옥뽀옥 기었다. 기어코 전봇대의 아랫녘에 올랐다. 상대는 기름칠을 야무지게 했는지 만만찮게 거부했다. 상대의 허리에 오른 녀석은 여명(黎明)이 가로등을 대신할 때까지 땀을 계속 흘렸다. 고개가 꺾인 남은 한 놈은 뒤집어진 제 몸을 끝내 다시 뒤집진 못했다.
#그림1중앙#
전남 장흥군 유치면 반월리 칠인마을. 표고버섯 재배와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으로도 이름이 높다. 지난해부터 장수풍뎅이마을로 남다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곤충 중에서도 특히 농약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장수풍뎅이가 표고버섯 참나무 폐목에서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데 착안, 마을브랜드로 내세웠다.
마을 장광수 이장과 강주성 총무가 활약하는 장수풍뎅이작목반이 앞장섰다. 19명이 마음을 모았다.
사육동 두개를 만들었다. 참나무 폐목을 갈아 톱밥을 깔았다. 축축한 수박과 과일 등을 먹였다. 어느 놈은 은근하게 더운 톱밥속을 헤집고 다녔다. 제일 한가한 녀석이다. 푹신한 톱밥위를 거닐던 두 놈이 맞붙었다. 힐끗 눈을 흘기고 지나간 암 놈이 제것이라며 다퉜다. 한 놈이 나뒹굴고 나서야 수컷이 뒷다리를 지지대 삼아 기지개를 폈다. 한해살이라 둘은 짝짓기를 서둘렀다. 암놈이 식성이 몰라지게 좋아졌다. 못먹는 게 없다. 수컷이 본의아닌 걱정이 더해갔다. 장수풍뎅이작목반원들이 식사를 날랐다. 한달여가 지나 암놈이 튼실한 알 50여개를 거뜬히 내놨다. 톱밥속같이 적당한 온기가 있는 곳에 뒀다. 비닐하우스인 사육동인 거대한 알집인 셈이다. 굼벵이를 거쳐 번데기, 성충이 됐다. 알집이 장수풍뎅이 집단촌이 됐다. 두개동이 확인된 것만 4천여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그림2중앙#
장광수 이장은 “대표적인 친환경 곤충인 장수풍뎅이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지만 장수풍뎅이라는 브랜드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친환경농법을 실행하고 이를 더욱 확대, 마을이 잘 살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귀띔했다. ‘장수풍뎅이 집안서 기르는 법’.
장수풍뎅이는 잡식성이다. 젤리 따위를 좋아한다. 수박같이 수분이 많은 것을 선호하지만 아파트에서 이를 제공하기란 힘들다. 때문에 가장 권장하는 것은 ‘제리뽀’를 식량으로 제공하는 게 편하다. 물론 톱밥이 있으면 깔아줘 서식하기 좋게 만들면 더할나위없다. 칠인마을 장수풍뎅이작목반은 암수 한쌍을 바구니에 담아 1만5천원에 판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우성진 기자 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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