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전라도 이색마을

]‘200만원짜리 쌀’물고 온 쇠똥구리

화이트보스 2009. 2. 25. 16:44

[전라도이색마을]‘200만원짜리 쌀’물고 온 쇠똥구리

[전라도이색마을]<22> 장흥 용산면 운주마을


 






꼼지락 꼼지락, 미세한 동작이 이어졌다. 사방이 검은 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아직 펼 수 없는 날개가 다시 한번 꼼지락. 호흡을 이어갔다.

이때‘스억’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평면이 들이닥쳤다. 분간을 할수 없는 상황. 땡볕을 쬐다 내려온 삽은 뜨거웠다. 한 자 깊이 아래 둥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다행히 살을 비껴갔다.

대신 영양분이자 둥지는 완전히 망가졌다. ‘절망’은 모르나 ‘날개가 꺾이고 다리엔 힘이 빠졌다’.

뭉게뭉게 떠가는 허공 속에서 괴성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소리가 스타카토 리듬으로 이어졌다. 인간들이었다. 대문을 닫고 떠난 낯 모르는 내 어미는 어디에 있을까.(허물을 세번 벗고 번데기가 된지 보름이 지난 8월1일. 운주리 계곡 풀밭 3번지 애기풀쇠똥구리 일기中에서)

지난 2004년 여름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마을에서 발견된 쇠똥구리는 생태학적으로 귀중한 보고였다.

비료와 화학성분이 날로 늘어갔다. 토양들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영양’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흙속의 생명체들은 하릴없이 서식처를 떠날 채비를 하거나 아예 군락지를 멀고 깊은 곳으로 옮겼다. 이 즈음에, 이는 학계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을 기쁘게 했다.

‘체험축제’를 열었다. 광주와 서울, 전국에서 사람이 몰렸다. 땅위의 관광객들은 눈이 즐거웠고 이에따른 반응으로 박수를 쳤다. 발을 굴렀다. 도심의 아이들은 얘기로만 듣던 땅속 생명체를 손으로 잡고 또 다시 흥겨워했다. 쇠똥구리 서식환경은 고려않고 그냥 이용만했다.

쇠똥구리마을 사람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기르던 한우들을 질좋은 목초지에 방목했다. 소들은 어김없이 풀~썩, 하고 배설물을 쏟아냈다. 떠났던 쇠똥구리들이 약속이나 한듯 모여들었다. 다시 경단을 만들고 암수는 짝을 지었다. 한알 한알 정성스레 낳았다. 경단 하나에 한 마리씩. 보금자리가 하나둘씩 늘었다. 마을사람들은 왜 ‘쇠똥구리마을’인지 새삼 느꼈다. 동네 청년들의 마음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틈새는 좁아지고 있다. 코끝에 소들의 ‘그것’, 이어 소리없는 움직임이 발을 간지럽혔다.


우성진 기자 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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