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이색마을] ‘못생긴’지구촌 호박들, 미모 경쟁
[전라도이색마을] <18> 호박축제 여는 장흥 진목마을
미국·독일·일본산 등 150여 품종 한자리에
호박잎 생김새 똑같아도 열매는 제각각‘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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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오르자 벌써 ‘호박나라’를 구경온 이들이 여럿이었다.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마을. 마을 입구 양 언덕배기에 호박이 덩굴을 이루고 있다.
왼쪽 호박덩굴을 찾아들었다.
‘미니미니보짱, 일본산 식용’이라는 표찰이 눈에 띄었다. 크기가 작다. 이어 ‘제니스F1, 미국산 관상용’, 생긴 것은 땅콩모양이지만 컸다. 이어 ‘그린스트라이, 미국산 식용’, ‘플레이트, 독일산 관상용’, 덩치가 큰 ‘아스펜F1, 이탈리아 관상용’, ‘오렌지국수호박, 미국산, 관상용’은 표면이 매끄러웠다. ‘스몰스푼, 미국산 관상용’ 말 그대로 숟가락처럼 길게 자신을 늘어뜨렸다. 중국산인 ‘금전’은 노랑색이 진했다.
이렇게 이름표를 가진 호박이 무려 140여 종류.
집안 조카들을 데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곳을 찾은 김정웅(67)씨. 4년전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했다.
“자연을 알고 열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찾았습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다양한 품종, 그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올해 역시 며칠뒤에 여건만 되면 손자들과 함께 다시 올 생각입니다.”
호박덩굴은 땅에도 지천이었다. ‘쥬키니’품종들로 대부분 길쭉한 열매를 품고 있다. 가지를 타고 올라가는 것보다 땅으로 퍼져가는 성질을 가졌다. 잎이야 다른 종과 매일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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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호박나라 사무장을 맡고 있는 오세춘(47)씨.
“호박은 수분보다 일조량이 더 중요합니다. 요 며칠새 비가 많이 와 생장이 생각보다 수월치 않습니다. 벌이 호박꽃 사이를 오가며 수정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올해는 종묘사에서 가져온 140개의 종자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변종이 약 10개 가량 나타나 모두 150여개의 품종을 볼 수 있습니다. 호박의 강점입니다. ”
그러나 오씨는 걱정도 생겼다고 말했다.
“연작을 하게되면서 바이러스가 침투, 호박잎이 노랗게 물든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기술센터 등 관련기관에서 이에 대해 대응치 못하고 있고 특히 외국종에 대한 자료나 기록이 없어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은 바이러스 피해가 미미한 수준이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소득원으로 호박을 심고 가꿔야할 농가들로서는 보고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오씨와 함께 건너편 350m터널식 호박구경에 나섰다.
‘단호박 만냥, 일본산 식용’, ‘달타령, 일본산 식용’. 달타령은 깍아 먹으면 날감자를 먹는 느낌이 난다. 모양새도 수박과 비슷하다. 대체로 일본산은 식용이 많다는 게 오씨의 설명.
‘십손이, 미국산 관상용’. 손가락처럼 생긴 돌기가 열개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니홍, 독일산 식용’. 작고 노랑색이다. ‘점보바나나, 미국산 관상용’, ‘미니적피단호박, 뉴질랜드산 식용’, ‘백피단호박, 일본산’, ‘미니베레모, 독일산 관상용’. 생김새가 베레모를 닮았다. 크기가 작은 것부터 중간 것. 다 큰 것까지 다양하다. 앞서 길가던 아낙들의 입담이 걸죽하다.
‘자꾸 만지지 말어, 커지믄 누가 책임질 것이여’.
‘호박나라’진목마을에 심은 호박들은 대부분 미국과 독일, 일본산이다. 역시 육종 선진국답게 품종도 많다.
터널로 조성된 이 길은 소설가 이청준이 학창시절 어머니와 함께 오르던 눈길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학교를 가기위해 산길로 가로질렀었다.
땅에는 검정비닐이 깔려 있다. 호박은 영양이 풍부해야 잘 자라기 때문에 퇴비를 듬뿍 넣어뒀다.
오씨.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데, 호박잎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습니다. 그러나 열매는 보다시피 이렇게 모두 다르니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본듯합니다.”
“호박 역시 공동작업을 필요한 작물입니다. 일일이 사람 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힘이 들고 아직 전문지식이 없어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할지 숙제가 큽니다. ”
터널을 나왔다. 더 많은 이들이 호박나라에 찾아들었다.
우성진 기자 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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