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이색마을] 세계 최고‘소금창고’
<14> 신안 비금 염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청정해수가 원료
봄·가을 4~5일, 여름철 이틀이면 수확
2006년 06월 07일 00시 00분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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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선의 속도에 바람이 거세게 저항했다. 승무원들이 한사코 승객들의 바람맞이를 막았다. 그만큼 쾌속선이 빨랐다. 어느새 다다른 전남 신안 도초도. 화창했던 날씨가 안개를 펼쳐놓은 듯 시정거리를 가깝게 했다. 앵글 잡기에 애를 먹을까 잠시 염려가 앞섰다. 연도교를 건너 비금도로 갔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염전(밭)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한산했다. 아직 일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비금출신 면사무소 관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찾은 곳은 ‘대동염전’. 박기운 대표 내외가 부지런하게 ‘대파’를 들고 염전을 일궜다. 대파는 염전을 미는 밀대 중 가장 큰 것이다. 태양을 머리위에 이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어 저쪽에서 이쪽으로, 대파를 비스듬하게 틀면서 밀고 또 밀었다. 따가운 햇볕에 소금 결정은 늘어났다. 다시한번 박 대표가 대파로 저쪽으로 밀었다가 이쪽으로 다시 밀었다. 소리가 일었다. 쏴아아, 쏴아아. 알알이 작게만 보이던 소금 결정들이 밀리면서 두세배 혹은 그 이상으로 자신의 크기를 키워갔다. 오른 어깨위로, 왼 어깨위로 내리쬐는 볕의 양에 따라, 그리고 염전 한 칸 가운데서 밀고 오는 힘과 양에 따라 소금 수확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소금은 쌓여갔다. 한켠에 모아진 소금, 반짝거렸다. 고개를 갸우뚱 거려 봤더니 역시 햇살에 반짝였다.
#그림1오른쪽#
허리를 숙여 한움큼 욕심을 내 집었다. 특유의 소금 기운이 손안에 가득 들어왔다. 압력을 줬더니 바스락 거린후 후두둑 부서지고 떨어졌다. 손바닥이 ‘텁텁해졌다’.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지역의 깨끗한 청정해수를 원료로 한다. 먼저 비금 청정해수를 뭍처럼 저수지에 담는다. 이후 단계별로 칸을 이동해가며 염도수치를 높여간다. 이곳 용어로 저수 다음 단계인 ‘난치’와 혹 있을지 모를 오물을 여과하는 과정인‘누태’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소금창고’앞에 이르게 되고 본격적으로 소금 수확이 시작된다.
염전에서 거둬지는 소금의 염도는 통상 25도. 봄, 가을엔 4~5일만에 소금을 거둘수 있고, 볕이 많은 여름에는 이틀이면 족하다. 하루중에는 오후 4~5시에 일손이 가장 많이 든다.
1947년 처음 조성된 대동염전. 이같은 염전이 비금도에 200여개가 넘는다. 당시 750㏊에 이르던 것이 점차 줄어 올해는 얼추 550㏊에 불과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힘든 작업과 갈수록 줄어드는 일손, 수입염 등 때문이다.
“올해 비가 많이 왔어요. 예년이면 비금면에서 30㎏짜리 가마로 200만 가마는 넘게 할터인데,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박 대표가 대파를 밀다말고 말을 이었다.
“7~8년이 수명인 염전용 장판을 비롯해 기본 생산비가 많이 듭니다. 조금 여유가 있는 염전이야 기계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영세업체들은 손 작업이 유일한 수단입니다.”
밝지않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던 김봉엽씨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30㎏짜리 한 가마가 7천원이었는데, 지금은 겨우 5천300원선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2천원 가까이 떨어졌어요. 견딜 재간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수입염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오후 4시가 넘어가자 그래도 여기저기 염전에 일손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천일염은 태양열과 바람 등 자연을 이용해 해수를 저수지(저류지)로 끌어와 바닷물을 농축시켜 만든 소금이다. 특히 비금도 소금은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에서 바람과 볕을 받고, 수확되는 자연 친화적인 천일염이다.
우성진 기자 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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