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전라도 이색마을

‘높이 날아라’다가오는 우주항해의 꿈

화이트보스 2009. 3. 16. 10:53

[전라도이색마을]‘높이 날아라’다가오는 우주항해의 꿈

[전라도이색마을]<12> 고흥 봉래면 예내리 하반마을


2006년 05월 31일 00시 00분 입력




고흥(高興). 옛 사람들의 혜안이 이렇게도 들어맞을까. ‘높이(高) 흥하리라(興)’, ‘높은 곳에서 흥하리라’.

국가계획에 의해 우주센터가 점차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는 현장을 보면 이같은 해석은 분명해진다.

호남의 인물은 ‘고흥과 해남에서 난다’고 할 정도로 먹고 살만 했던 이 곳이 다른 일선 군단위 처럼 갈수록 쇠락해 갔다. 그러나 2006년 5월 찾은 고흥은 촌락에서 ‘우주항공도시’로 힘차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 중심에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하반마을이 있다.

#그림1중앙#

하반(河盤·下盤)마을 역시 뜻풀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주로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발사체를 지지할 수 있는 발사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발사대를 견고하게 받칠 수 있는 지지기반 또한 필수다. 다행히 발사대 예정지는 암반으로 이뤄졌다. 우주항공 선진국의 과학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한결같이 감탄하는 게 ‘지구상에 몇 안되는 천연 발사장소’라는 사실이다.

10대 우주강국, 나아가 5대 우주강국으로 나아가는데 최적의 장소가 이곳, 하반마을인 셈이다.

40여가구가 살던 하반마을은 이제 예전의 모습은 사라졌다. 살던 이들도 가까이 혹은 좀 더 멀리 삶터를 옮겼다. 마을사람들은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우주항공도시를 건설하는데 여념이 없는 이들은 꽉차 있다.

#그림2중앙#

하반마을로 들어가기전 거대하게 들어서는 우주체험관은 거의 70%에 달하는 완공률을 보였다. 시공사의 양해를 얻어 하반마을(우주센터)로 들어갔다.

덤프가 오갔다. 발전소와 발사통제동, 광학장비동 등을 차례로 들렀다. 언뜻 보기에도 각 건물의 외곽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옛 마을 사진을 함께 보며 비교했다.

마을이 있던 곳에는 추적레이더동과 위성시험동, 연구원 숙소동이 들어서고 있었다.

대항도(상자기사 참조)가 눈 앞에 있었다. 바람은 만만치 않게 불었다. 경치가 좋고 낚시가 잘 돼 낚시꾼들이 매년 수천명이 다녀갈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던 하반마을. 자라락 자라락, 들고나는 물길에 자갈들이 소리를 냈다. 바닷가와 마을을 경계짓는 해송들의 두께도 상당하다. 공사 여파로 많이 상했다.

#그림3중앙#

마을을 끼고 돌아 발사대로 향했다. 대단히 넓다. 축구장 4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크게 보인다. 산기슭을 제외하면 3면이 바다다. 이곳에 상시 두개의 발사대가 설치된다. 이렇게 발사대까지 포함해 우주센터에는 건물이 13개쯤 들어설 예정이다. 실제 부지는 8만7천여평, 전체 부지는 150만평이다.

발사대 가장자리를 둘러봤다. 후박나무를 비롯해 남해안에서 자라는 갖가지 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숲을 이뤘다. 숲은 포근했고 산세는 부드러웠다. 멀리 보이는 마을은 콘크리트 건물로 들어차고 있지만 여전히 나무와 꽃, 바람, 파도가 더 아름다웠다. 올 말께 건물들이 완성되고 나면 마지막 손질을 할 것이다. 센터를 세우면서 나온 암반이나 흙 따위는 다시 센터주위를 아름답게 조성하는데 쓰일 것이다.

#그림4중앙#



내년 이맘때는 실험발사도 이뤄질 것이다. 계획대로 위성을 탑재한 로켓발사가 이뤄지면 하반마을 사람들은 역사적인 광경을 목격하기위해 이곳을 찾거나 초청될 것이다. 마을의 가옥과 밭은 사라졌다. 맛이 일품인 미역을 따던 아낙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크나큰 보람을 느낄 것이다. 희망을 가질 것이다.

고흥엔 하늘(天)과 흥하는 것(興), 나는 것(飛), 높은 것(高)을 이르는 지명이 스무곳을 넘는다. 어찌 높이 흥하지 않겠는가.


우성진 기자 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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