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전라도 이색마을

추상같은 꾸짖음에 견물생심‘ 줄행랑 ’

화이트보스 2009. 3. 16. 11:07

[전라도이색마을]추상같은 꾸짖음에 견물생심‘ 줄행랑 ’

[전라도이색마을]<9>곡성성곡성읍동산산리
‘범죄없는 마을’내리 3년째 선정
큰 죄 저지르면 예전엔 추방까지


2006년 05월 03일 00시 00분 입력


전남 곡성군 곡성읍 동산리 들머리. 이 마을 김병형 이장(왼쪽)과 김건백(가운데), 김천술씨가 잠시 그늘에서 얘기꽃을 피웠다. ‘범죄없는 마을’을 알리는 현판과 이를 증명하듯 메달이 박혀있다.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기경범 기자 kgb@


추상(秋霜)같은 호령에 견물생심(見物生心)마저 줄행랑쳤다.

지금으로부터 460년전 마을이 열렸다. 경북 선산 김씨가 터를 잡았다. 면면히 이어져 온 충과 효가 아직까지 그대로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 동산리. 최근 3년 연속 ‘범죄없는 마을’로 상을 받았다.

지난 81년 광주지검의 ‘범죄없는 마을’ 선정제도 도입이후 가장 많은 상을 거머쥐었다. 마을의 내력을 들어보면 이는 당연지사.

#그림1중앙#

공무원을 퇴직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 김건백(72)씨.

“인근 마을이 보통 300년 안팎인데 비해 우리 선산 김씨 집성촌은 500년 가까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미스러운 일 하나 없습니다. 이는 지혜가 깊었던 선조들이 상하간의 위계질서는 물론 상호간 이해의 폭을 항상 넓혀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효에 기반한 추상같은 권위는 마을사람들이 예(禮)를 지킬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만약 잘못을 하면 사랑방에 불러다놓고 나무랐습니다. 행실이 너무 나쁘거나 마을에 해악을 끼쳤다고 판단됐을땐 추방까지 했습니다. 죄를 저지르면 응당 죄값을 치르도록 한 것이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이 없는 마을이 되게 한 원동력인 셈입니다.”

논 일을 하다 잠깐 짬을 낸 김천술(74)씨는 “나락금이 떨어지고 수입쌀이 들어와 이제는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야 하우스에서 딸기와 멜론, 수박을 재배한다지만 노인들은 그저 논농사와 밭농사로 생계를 이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림2중앙#

그래도 마을 자랑거리인 ‘범죄없는 마을’얘기에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마을 애경사엔 너나없이 모두 모입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통문을 하지않아도 내일인양 합니다. 한창 번성할 때, 80여가구가 살았을 때도 서른다섯 가구가 사는 지금도 큰 소리 한번 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가 조그마한 잘못을 하면 감싸주고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위에서 보살피기에 좋은 마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3중앙#

지난달 25일 광주지방검찰청에서 마을 대표로 유공자 표창과 범죄없는 마을 상을 받은 김병형(58) 이장.

“범죄가 없어 마을이 평화롭습니다. 여기에 덤으로 도에서 지원금이 나와 마을회관은 물론 동네길도 닦을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지금처럼 마을을 언제나 편안하고 다른 곳의 귀감이 되는 마을로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동산리의 풍경은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 마을을 끼고 지나는 천(川)은 여름한철 피서객들의 놀이터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늘아래에 있는 동네 정자는 더위를 피하려는 이들로 가득해진다. 올 여름, 잘 정돈된 강변에서 몸을 한번 담가볼 작정이다.





우성진 기자 usc@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