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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근 10년 사회기강 해이… 분위기 다잡기 나서”

화이트보스 2009. 3. 19. 09:25

최근 10년 사회기강 해이… 분위기 다잡기 나서”



노동당간부가 털어놓은 ‘내부 상황’

내부통제 “지금 개혁 실시하면 소련처럼 붕괴”

개성공단 “통행 차단은 정부와 자존심 싸움”

후계문제 “27세 아들 후계자로 이미 지명 소문”

강성대국 “경제에 우리탱크 올려놓으면 그만”


《최근 북한이 꺼내드는 카드들이 변화무쌍하다. 개성공단 출입통제로 남한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18일에는 미국의 식량지원을 더는 받지 않겠다는 예상치 못한 결정을 내렸다. 북한 지도층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침 중국의 한 조선족 지인이 최근 중국에 사업차 나온 북한 친척 K 씨를 소개해줘 17일 우연히 통화가 이뤄졌다. 북한에서 상당한 직위의 노동당원인 K 씨는 한국 등 외부세계의 실상도 잘 알고 있었다. 》

그런데도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통화에서 북한식 논리에 세뇌된 경직된 사고방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재 고위층이나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내부 상황은 어떤지 참고할 만한 대목이 많아 소개해 본다.

주민통제 강화

가장 먼저 최근 북한이 내부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과거의 병영관리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 K 씨는 “개혁하기 위해서는 (문호를 열기보다)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사는 유일한 길은 개혁을 하는 것뿐임을 잘 알고 있고 베트남을 모델 삼아 총리까지 파견해 배워왔다. 하지만 지금 내부사회의 기강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식량난 때문에 너무 해이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을 하면 무질서를 통제 못해 소련처럼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큰 전투를 치르려면 우선 대열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대해서도 물었다.

“나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요새 사람들 속에서 (장군님이) ‘강성대국이 별거냐. 남조선 경제 위에 우리 탱크를 올려놓으면 그게 강성대국이다’라고 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북쪽은 이런 소문이 먹히는 곳이다. 당분간은 군 중시 정책이 바뀌긴 힘들 것이다.”

○ 개성공단

개성공단을 볼모로 남한을 압박하면서 대북 투자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K 씨는 한마디로 “자존심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들고 나온 대북정책을 조금도 양보 없이 행동에 옮기고 있어 북한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정책을 펴면 어떻게 행동하겠다고 남쪽에 분명히 경고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으니 우리도 한 말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자존심 하나로 버텨 온 우리다. 자존심 경쟁에선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다.”


그는 “북한 지도부도 속내로는 개성공단이 잘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신장비가 동원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정신력이 무기다. 열 번 맞더라도 일본이나 남조선을 한 번만 때릴 수 있으면 그쪽이 더 겁낼 것”이라고 대답했다.

○ 후계 문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가 남쪽에서 큰 관심거리라고 묻자 K 씨는 “김 위원장의 3남 정운이 선택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주민들 속에서도 최근 27세 되는 아들이 후계자가 됐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소문은 위에서 일부러 퍼뜨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구라고 발표를 하는 것보다는 소문을 내고 슬며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서 점차 후계자로 인정받는 수순을 밟는 게 북한식이라는 것이다.

○ 식량 문제
K 씨에 따르면 북한 내 쌀값은 최근 많이 안정됐다. 지난해 봄 한때 쌀 1kg이 북한 돈 3000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1700원 정도이고 옥수수도 1kg에 700∼800원대라는 것. 무역을 통해 중국의 식량이 꾸준히 들어오고, 휘발유 등 연료가격도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한편 요즘 대북 삐라가 북한 돈 5000원짜리와 함께 살포되는데 주민 동요가 있느냐고 묻자 K 씨는 “어차피 수거해 태워야 할 삐라인데 수고비까지 넣어주니 고맙다”고 대꾸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