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은 지자체가 하천에서 생산하는 지방상수도 물과 수공이 댐에서 만드는 광역상수도 물로 구분된다. 2006년 말 현재 수공의 광역상수도 시설용량은 하루 1648만t에 달하지만 실제 수돗물 생산량은 51.9%인 855만5000t에 불과했다. 설비의 거의 절반이 놀고 있다. 광역상수도 가동률은 1990년만 해도 82.6%였다.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 수돗물 생산단가는 비싸질 수밖에 없다. 광역상수도 단가가 비싸지자 재정능력이 있는 지자체들은 자체 취수 설비를 갖추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의 경우 1999년만 해도 하루 116만4000t의 팔당댐 물을 수공에서 공급받았지만 2006년엔 22만5000t으로 줄였다. 대신 팔당댐~잠실 구간 한강에서의 취수 용량을 늘렸다. 팔당댐~잠실 구간엔 오염원이 많은 10개의 하천이 합류한다. 한강에서 취수하는 물이 팔당댐 물보다는 더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민은 멀쩡한 팔당댐 물이 있는데도 깨끗하지 않은 한강물로 만든 수돗물을 먹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과잉중복 투자가 생기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은 광역상수도 망을 유치하는 지자체들이 수돗물 수요를 크게 잡고 보는 경향이 있다. 광역상수도 설치비를 중앙정부와 수공에서 다 부담하기 때문이다. 광역상수도 계획은 국토해양부가, 지방상수도는 환경부가 맡게 이원화돼 있어 총괄적인 수급 조절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더 황당한 것은 수공이 유휴(遊休) 설비의 감가상각비와 예측수익까지 수돗물 원가에 얹고 있는 점이다. 수공 입장에선 과잉이건 뭐건 지어놓고 나서 수돗물 값만 올리면 되므로 투자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할 동기가 없게 된다.
부처끼리 이견(異見)을 조정하라고 장관회의·차관회의가 있고, 장·차관이 만나서도 해결이 안 되면 국무총리실이 부처 간 조정에 나서도록 돼 있다. 이런 시스템이 전혀 가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광역상수도의 과잉 설비는 도덕적 해이에 의한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의 예'라고 한 것은 바른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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