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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金正日) 사진을 보며 북한의 내일을 생각한다

화이트보스 2009. 3. 23. 16:44

[사설] 김정일(金正日) 사진을 보며 북한의 내일을 생각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20일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김일성종합대학 수영장 시찰 사진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사진 속의 김 위원장 모습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관한 궁금증과 함께 김정일 시대 이후의 북한과 한반도 전체의 앞날에 대한 대책을 언제까지 미뤄둘 순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올해 67세이다. 김 위원장은 오는 4월 9일 새로 출범하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에서 국방위원장으로 다시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이래 4차례나 북한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연임되는 것이다. 북한의 유일(唯一) 권력자인 김 위원장의 심상치 않은 건강상태는 북한과 한반도 정세의 핵심 변수다.

미국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의 생일 직후인 지난 2월 19일, "(북한 권력) 승계 가능성에 관한 문제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힐러리는 "승계가 이뤄진다면―평화적 승계조차도―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이며,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부추기게 될지 모른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김 위원장 자신은 1974년(당시 32세)에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권력 후계자로 지명받아, 김일성이 사망하기까지 20년간 승계기반을 굳혔다. 하지만 지금 북한 내부의 승계 전망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 정보기관을 포함한 행정부는 북한 붕괴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보았다. 경제난이 제1 이유였다. 지금의 북한은 여기에다 지도자의 건강 문제라는 새 변수가 더해졌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들도 오래 전부터 북한의 급변에 대한 우려와 대비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우리의 경우 북한 정세의 유동성(流動性)과 불확실성이 더해가고 있는데도 정부나 민간 모두 북한의 앞날에 관련된 연구와 대비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신상과 김 위원장 이후 시대에 대한 공개적 논의와 대비는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이것은 피하려 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때로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깨부술 듯 소란을 부리는 정세 교란 요소로, 그러면서도 그들을 배제하고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나아가 통일의 문제를 생각할 수 없는, 두 얼굴의 존재다.

그러나 대북정책에서 평화와 안정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는 정책수단과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지향하는 정책수단이 언제나 그리고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1년 넘게 북한은, 대북 적대시(敵對視) 정책을 그만두라는 공연한 시빗거리를 만들어가며 대남 적대시 정책을 계속해 왔다.

정부는 이런 정세 속에서 단기적 대처에 끌려다니다시피 하면서 북한의 미래, 즉 김정일 위원장의 신상에 중대 변화가 발생할 때의 북한 급변에 대한 관심과 대책 수립에 적절한 투자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놀랍도록 변해버린 김 위원장의 사진 속 모습은 우리에게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북한의 장래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