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김정일의 꽃놀이패인가 [중앙일보]
미 예고된 제재 무력화 노려
식량지원 거부, 여기자 억류
미국, 위험 부담 큰 요격보다
‘발사 이후’ 대책에 무게 둔 듯
뉴스분석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난감하다. 김정일 정권은 미사일 쇼의 공연 날짜(4월 4~8일)를 예고했다. 그 쇼는 미국으로선 “실제적 위협”이다(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하지만 미국은 “뚜렷한 제어 수단, 대응 카드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유호열 고려대 교수)다. 미사일 발사를 막으려는 설득과 압박 외교는 먹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요격(邀擊·intercept) 경고도 묵살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일 정권의 예측 힘든 행태를 안다. 상원의원 시절 이렇게 말했다. “북한도 국가다. 이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북한은 옛 소련보다 훨씬 이데올로기와 환상에 의해 움직인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원론적이다. 오바마의 김정일 학습은 초보적 수준이다. 오바마 정권 출범 때 북한 문제는 뒤로 밀렸다.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의 단호하고 직접적인 (tough & direct) 대북외교, 클린턴의 스마트외교는 실천 방안을 짜기도 전에 좌절을 겪고 있다. 미사일 위협은 오바마의 느슨한 대북 인식과 외교 우선순위를 기습적으로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북한은 미국의 식량 지원을 거부했다. 미사일을 쏘면 미국은 대북 제재에 나선다.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을 통한다. 그 속에 식량 지원 중단이 들어간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지원 거부는 선제 공세다. 미국의 예고된 제재를 사전에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은 미국 여기자 두 명을 억류했다. 북한은 이 사건을 미사일 쇼의 흥행을 높이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대포동 2호) 쇼를 인공위성(광명성 2호) 발사라고 주장한다. 미사일과 인공위성의 핵심 기술은 같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부시 정권 때 북한의 핵 괴물은 병에서 탈출했다”(대사들의 비망록·19일 발간)고 회고한다. 괴물은 커졌다. 미사일 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긴밀한 군사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에서 격추시키는) 요격 가능성은 희박하다.”(한나라당 김장수 의원·국방장관 출신) 그것은 요격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의 명분을 축적해 왔다. 국제기구에도 신고했다. 국제법적 논란은 골치 아프다.
요격의 실패 가능성도 미국으로선 부담이다. 실패하면 미사일 방어(MD) 체제의 치명적 허점이 드러난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속적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 북한의 반발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일본의 고민도 비슷하다. 정부 소식통은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서울에 왔을 때 ‘미사일 발사 이후’의 대책에 무게중심을 옮긴 듯한 얘기를 했다”고 전한다.
요격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심 사안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경제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오바마는 20일 이란에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은 지난달 인공위성(오미드)을 발사했다. 그러나 미국은 구두로만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은 북한의 기술적 지원을 받았다. 그 메시지는 미사일 국면에 미묘한 파장을 던진다. 로버트 갈루치(1994년 북·미 제네바 협상 대표)는 “미사일 문제로 북한 핵 위협의 본질적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협상용 정치 행위이므로 크게 부각할 필요가 없다”(중앙SUNDAY 3월 22일자)고 강조했다.
갈루치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상당 부분 대변한다. “미국의 압박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상 유지, 로 키(low-key) 전략을 선호한다.”(김정원 세종대 석좌교수) 따라서 상황 전개는 대포동 2호 발사→유엔안보리 제재 논란→북·미회담, 6자회담 재개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북한은 미사일로 대미 관계에선 잃을 게 별로 없다. 미사일은 김정일의 꽃놀이패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보균 정치 분야 대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일 정권의 예측 힘든 행태를 안다. 상원의원 시절 이렇게 말했다. “북한도 국가다. 이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북한은 옛 소련보다 훨씬 이데올로기와 환상에 의해 움직인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원론적이다. 오바마의 김정일 학습은 초보적 수준이다. 오바마 정권 출범 때 북한 문제는 뒤로 밀렸다.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의 단호하고 직접적인 (tough & direct) 대북외교, 클린턴의 스마트외교는 실천 방안을 짜기도 전에 좌절을 겪고 있다. 미사일 위협은 오바마의 느슨한 대북 인식과 외교 우선순위를 기습적으로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북한은 미국의 식량 지원을 거부했다. 미사일을 쏘면 미국은 대북 제재에 나선다.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을 통한다. 그 속에 식량 지원 중단이 들어간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지원 거부는 선제 공세다. 미국의 예고된 제재를 사전에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은 미국 여기자 두 명을 억류했다. 북한은 이 사건을 미사일 쇼의 흥행을 높이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대포동 2호) 쇼를 인공위성(광명성 2호) 발사라고 주장한다. 미사일과 인공위성의 핵심 기술은 같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부시 정권 때 북한의 핵 괴물은 병에서 탈출했다”(대사들의 비망록·19일 발간)고 회고한다. 괴물은 커졌다. 미사일 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긴밀한 군사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에서 격추시키는) 요격 가능성은 희박하다.”(한나라당 김장수 의원·국방장관 출신) 그것은 요격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의 명분을 축적해 왔다. 국제기구에도 신고했다. 국제법적 논란은 골치 아프다.
요격의 실패 가능성도 미국으로선 부담이다. 실패하면 미사일 방어(MD) 체제의 치명적 허점이 드러난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속적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 북한의 반발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일본의 고민도 비슷하다. 정부 소식통은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서울에 왔을 때 ‘미사일 발사 이후’의 대책에 무게중심을 옮긴 듯한 얘기를 했다”고 전한다.
요격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심 사안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경제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오바마는 20일 이란에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은 지난달 인공위성(오미드)을 발사했다. 그러나 미국은 구두로만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은 북한의 기술적 지원을 받았다. 그 메시지는 미사일 국면에 미묘한 파장을 던진다. 로버트 갈루치(1994년 북·미 제네바 협상 대표)는 “미사일 문제로 북한 핵 위협의 본질적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협상용 정치 행위이므로 크게 부각할 필요가 없다”(중앙SUNDAY 3월 22일자)고 강조했다.
갈루치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상당 부분 대변한다. “미국의 압박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상 유지, 로 키(low-key) 전략을 선호한다.”(김정원 세종대 석좌교수) 따라서 상황 전개는 대포동 2호 발사→유엔안보리 제재 논란→북·미회담, 6자회담 재개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북한은 미사일로 대미 관계에선 잃을 게 별로 없다. 미사일은 김정일의 꽃놀이패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보균 정치 분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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