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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어디에 있나요?”

화이트보스 2009. 3. 28. 10:22

우리 엄마는 어디에 있나요?”



단란하게 지내던 이 가정의 아이들은 엄마가 탈북 여성이라고 경찰에 잡혀 간 이후 엄마를 그리워하며 지내고 있다. 허베이=구자룡 특파원
공안에 잡혀간 탈북 5살-8살 아들의 ‘사모곡’

8년전 오지 농촌으로 팔려와

행복한 가정 꾸리고 살다 송환

아이들과 찍은 사진 보던 남편

“돌아오도록 도와줄 수 없나요”


“우리 엄마는 고향에 가셨다는데 왜 안 와요?’

중국 허베이() 성의 한 외진 마을에서 만난 다섯 살 꼬마 안(·가명)은 이렇게 울먹였다. 안은 1년여 전 탈북 여성인 엄마가 신고를 받고 들이닥친 경찰 10여 명에게 잡혀간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안의 형(8)은 외부인을 만나자 잔뜩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으냐”고 묻자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무리 달래도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8년 전 북한에서 팔려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안의 엄마가 이웃의 신고로 송환되면서 안의 형제는 엄마 없는 아이들로 자라게 됐다.

안의 아버지 A 씨(39)는 “아내가 항상 붙잡힐까 봐 가슴을 졸이고 살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는데 이렇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잡혀갔다가 6개월 만에 다시 왔다는데 아내는 1년 이상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8년 전 한 해 수입의 두 배가량인 1만4000위안(약 280만 원)을 주고 21세의 꽃다운 북한 처녀를 색시로 맞았다. 동네에는 이미 여러 명의 북한 여성이 팔려와 있었다. A 씨의 아버지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면접’을 본 후 데리고 왔다. A 씨의 아버지는 “키도 크고 인물도 좋아 선뜻 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북한에서 식당 종업원을 하다 브로커에게 속아서 왔다는 말 외에 다른 과거는 아내에게 묻지 않았다. A 씨는 “내게는 물론이고 시부모에게도 잘하던 아내가 공안에 붙잡혀갈 때 온 가족이 눈물바다가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 씨는 마을 주민과 크게 싸운 기억이 없는데도 누군가가 신고를 해 아내가 잡혀갔다고 원망하면서 아이 엄마가 간 후에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부부의 결혼사진과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A 씨는 “아내가 돌아오도록 도와줄 수 없느냐”고 힘없이 말했다.

허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