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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北)로켓 추적"… 미(美)이지스함 한국계가 몬다

화이트보스 2009. 3. 30. 10:17

"북(北)로켓 추적"… 미(美)이지스함 한국계가 몬다
'요격 전문가' 최희동 함장 '한반도 담당' 제프리 J 김
오늘 동해상으로 출항
부산 매케인함상=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우리 두 사람 모두 부모님들이 한국전(6·25 전쟁)을 경험해 자유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기에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습니다. 한국계로서 미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함을 지휘하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28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한 미 7함대 소속 이지스구축함 존 S 매케인(DDG-56)함의 사관(장교) 휴게실.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 해군 이지스함 채피(DDG-90)함 함장이 된 최희동(42) 중령과 이날 매케인함 함장에 취임한 제프리 J 김(40) 중령은 이렇게 입을 모아 강조했다.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본지와 별도의 단독 인터뷰를 가진 이들 한국계 미 이지스함 1·2호 함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가 한국인, 특히 후배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미국의 첨단 이지스함인 매케인함 함장으로 28일 취임한 한국계 제프리 J 김 중령(오른쪽)이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에 정박 중인 매케인함 앞에서 첫 한국계 이지스함 함장(채피함 ₩DDG-90)인 최희동 중령과 함께 악수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매케인함 내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손민석 객원기자 kodef@chosun.com

각각 300여명의 승무원들이 움직이는 8000~9000t급 대형 함정을 지휘하는 이들은 오는 4월 4~8일 북한의 대포동2호 발사를 앞두고 동해상에서 대포동2호 추적 임무를 맡기 위해 30일 출항하게 된다. 북한 대포동2호를 추적하는 주력 미 이지스함들의 함장이 모두 한국계인 것이다.

매케인과 채피는 최대 1000㎞ 떨어져 있는 북한 미사일을 추적하며 필요할 경우 SM-3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그러나 대포동2호 추적임무에 대해선 "작전사항에 대해선 일절 얘기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김 중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고국인 한국 부산에서 취임식을 갖게 돼 기쁘다"며 "한국의 두 아들이 미 이지스함의 함장을 맡아 한미 동맹이 강력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 함장 취임식이 한국에서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고국에서 취임식을 갖고 싶다"는 김 중령의 건의를 미 해군 당국이 받아들여 이뤄졌다. 매케인함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母港)으로 해 한반도 유사시 이틀 이내에 한반도 해상으로 출동하게 돼 있다. 매케인함 명칭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름을 딴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해군 제독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중령은 9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우주항해학을 전공한 뒤 91년 학군장교(ROTC)로 임관했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인천이 고향인 최 중령은 중3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 일리노이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김 중령보다 1년 빠른 1990년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미 해군에서 손꼽히는 미사일 요격 전문가인 최 중령은 "이번 키 리졸브 훈련을 통해 한국 해군이 90년대에 비해 대양해군으로 엄청나게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며 "그러나 세종대왕함 같은 복잡한 이지스함의 경우 서두르지 말고 운용 노하우 습득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