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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연아의 두볼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화이트보스 2009. 3. 30. 10:27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연아의 두볼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피겨요정' 김연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여(女)선수 첫 200점 돌파 세계 랭킹 1위 올라
성진혁 기자 jhsu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피겨 퀸(Queen)' 김연아(19·고려대)의 두 볼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국제대회에서 숱하게 1위를 하면서도 늘 웃는 얼굴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국 선수로 사상 첫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그것도 '꿈의 200점'을 훌쩍 뛰어넘는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의 관중석에서 김연아를 응원했던 교포들과 TV를 통해 연아의 눈물을 지켜본 팬들도 눈물을 훔쳤다.

▲ 끝내 울어버린 '여왕' 김연아는 그동안 숱하게 국제대회 시상대 맨 위에 섰으면서도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대범해‘강심장’,‘ 대인배’등의 별명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세 번째 도전 끝에 세계선수권 챔피언 자리에 오른 감회는 남달랐다. ‘여왕’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연합뉴스
첫 세계선수권 도전이었던 2007년 일본 도쿄 대회 때 김연아는 허리와 엉덩이 부상 탓에 진통제를 먹고 팔다리에 침을 맞으며 경기에 나섰다. 쇼트 프로그램에선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고도 프리 스케이팅에서 통증을 감당하지 못하고 두 번 넘어지면서 3위로 밀려났다.

이어 2008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에선 뜻밖의 고관절 부상과 엉덩이 근육 파열이란 암초를 만났다. 주사를 맞아가며 경기에 나섰던 첫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5위로 밀렸다. 실망스러운 성적에 눈물을 쏟았던 김연아는 마음을 다잡고 프리 스케이팅에서 1위를 하며 종합 3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아쉽지만 3위도 다행이다. '팔자'려니 한다"는 말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의 이런 경험은 김연아의 마음에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1년이 지났다. 2009년 3월의 김연아는 '준비된 여왕'이었다. 2~3월에 몸 상태가 최고조로 올라올 수 있도록 이번 시즌 내내 훈련 일정과 강도를 조절해 왔다. 내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일정(2월)에 신체 사이클을 맞춘 것이다. 그 결과는 29일 프리 스케이팅에서 나타났다.

김연아는 131.59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76.12점·세계최고기록) 합계 207.71점으로 우승했다. 김연아가 이날 받은 207.71점은 일본아사다 마오가 2006년 12월 세웠던 여자 싱글 부문 최고 점수(199.52점)를 8.19점 끌어올린 대기록이다.

ISU(국제빙상연맹)가 2003~2004시즌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한 신 채점체제에서 200점을 돌파한 여자 선수는 김연아뿐이다. 김연아는 지난달 4대륙선수권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까지 제패,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까지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피겨 여왕'으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