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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물 을 마신다

화이트보스 2009. 3. 29. 20:26

백두산 물 을 마신다
‘백두산천지샘물’ 올 여름 시판, 뜨거운 ‘생수 전쟁’ 예고
1995년부터 중국과 합작, 천지 부근 3곳에서 하루 2만톤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4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대현 기자 ok21@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백두산 광천수가 국내 먹는 물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시판을 앞두고 있다. ㈜동해물과백두산(대표 강호영)은 중국 길림성 이도백하현 소재 백두산 자락에서 취수한 광천수로 ‘백두산천지샘물’을 만들어 국내에 수입하기 시작했다. ‘백두산천지샘물’은 이미 국내 수질 검사에 합격해 판매 허가를 받았고 올 여름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동해물과백두산 강호영 사장은 “‘백두산천지샘물’은 국내 최대 수원지인 한라산 광천수와 함께 올 여름 물 시장을 뜨겁게 달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규산·칼슘 등 미네랄 다량 함유
유럽연합 및 국제수질검사 ‘합격’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보호구역인 백두산 자락의 물은 유럽 알프스,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 광천수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불릴 만큼 수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국내 시판을 위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를 받은 결과 편규산, 칼슘 등 몸에 좋은 각종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동해물과백두산이 취수하는 백두산 광천수는 천지(天池)에서 약 10㎞ 떨어진 원시림 지하의 내두천 변에서 용출되는 물이다. 인위적으로 물을 뽑아 올리지 않는 천연 용출수지만 제품 생산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광천수가 지하 암반을 타고 치솟고 있다. 4계절 평균 수온이 7℃인 이 물은 ‘제주 삼다수’처럼 다공질 현무암층으로 이뤄진 화산암반을 뚫고 올라오면서 자연 정화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각종 미네랄이 섞여 들어간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동해물과백두산은 이도백하 현지에 5개 생산라인을 갖춘 대규모 공장과 1일 2만톤 이상의 물을 취수할 수 있는 원수시설 3곳을 확보하고 있다. 강호영 사장은 1995년 12월 중국 철도 당국 소유의 ‘장백산 천연 광천수’와 합작해서 ‘백두산 천지 천연광천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합작사는 약 60억원을 투입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백두산 현지에 1차선 도로를 개설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했고 2006년 생산 공장을 완공해 가동 중이다. 광천수는 현지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대련항까지 철도로 운반한 뒤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운반 기간은 최대 10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 투입되는 물류 비용은 제품 가격의 10분의 1(100원) 정도라고 한다. ‘백두산천지샘물’은 지난해 한강유역환경청 수질 검사에 합격했고 서울시로부터 판매 허가도 받았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 수질검사와 ISO9001 국제품질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현재 중국 철도부 산하 통화철로분국이 현지에서 ‘장백산천’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백두산천지샘물’은 올 여름부터 국내에서도 본격 시판될 예정이다. ㈜동해물과백두산 측은 “국내 판매는 대형마트가 아닌 총판 및 대리점 모집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며 “일부 대도시는 이미 총판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간당 5만병 생산 가능한 설비 갖춰
자외선 살균 방식으로 미네랄은 보존


‘백두산천지샘물’은 1일 취수량이 국내 어느 경쟁 제품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맞춰 생산량 또한 시간당 5만병 이상이 가능한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 당국은 ‘백두산천지샘물’의 취수원을 비롯한 전체 백두산 광천수가 5조원 안팎의 시장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생수 업체들은 최근 들어 취수량 감소와 취수원 오염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중소 생수업체들의 경우 전국 판매망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절대 취수량이 부족해 전국화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생수업체들은 대부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오염되지 않은 양질의 수원지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두산 광천수는 인체의 생리작용에 필수적인 미네랄 함량이 높아 상품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두산 광천수에 함유된 주요 미네랄 성분으로는 편규산, 마그네슘, 칼륨, 나트륨, 칼슘 등이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편규산은 노화 방지 및 골격 성장 등에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수소이온농도(PH)도 인체환경과 가까운 중성이라고 한다.

‘백두산천지샘물’은 오존 살균처리 방식을 택한 국내 타제품과 달리 자외선 살균처리 방식으로 물을 정제하고 있다. 자외선 살균 방식을 활용하면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나 미네랄 성분이 훼손되지 않고 자연 상태로 보존이 가능한 반면 유통기한이 짧아진다.

현재 서울시 등에서 허가한 ‘백두산천지샘물’의 유통기간은 6개월이다. 오존 살균처리 방식을 택할 경우 유통기간이 2년이나 되지만 페트(PET)병에 오래 담겨 있는 물이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인 안티몬 성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강호영 사장은 “자외선 처리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물 자체가 가진 원형 그대로를 살려내 자연의 물맛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외선 처리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유통기한을 1년 정도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동해물과백두산 측에서는 ‘베이비 전용 물’ 등으로 백두산 광천수를 특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350mL와 550mL 용기에 ‘백두산천지샘물’을 담아 유아 전용 물로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주)동해물과백두산 측은 “면역체계가 불안정하고 장 발달이 미숙한 아이에게 미네랄 성분과 편규산 함량이 풍부한 광천수는 좋은 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통관과 국내 시장 진입 장벽이 관건
마트 입점 어려워 가정 배달·소매점 판매부터


‘백두산천지샘물’의 단점은 상대적으로 유통기한(6개월)이 짧은 데다 중국에서 생산 및 제조 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내로 반입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꼽힌다.

광천수는 수입 과정에서도 제약이 상당하다. 수입 품목이 ‘식수’로 분류되는 까닭에 통관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최근 ㈜동해물과백두산이 생수 30만병가량을 수입해 통관을 거치는 데 1개월가량이 걸렸다. 먹는 물 관리법의 소관 부처인 환경부와 세관의 입장 차이로 인해 시간이 지연된 결과였다. 강 사장은 “중국에서 먹는 물을 들여오는 데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안전성이 아니라 세관 절차였다”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시간 낭비로 인해 손해를 봐야 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 진입장벽도 높다. 물 시장은 이미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진출해 유통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생업체가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에 따라 ㈜동해물과백두산은 먼저 총판과 대리점을 통해 가정 배달과 소매점 판매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동해물과백두산 강호영 사장

“14년간 숱한 난관…  물 맛에 대한 자신감으로 버텨”

강호영 사장은 1995년부터 백두산 광천수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2006년 현지 공장이 완공되기까지 몇 차례 난관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8년부터 중국을 오가며 쌓아온 현지 당국자들과의 친분이 그때마다 힘이 됐다. 그가 백두산을 고집한 이유는 소비자를 매료시킬 ‘물 맛’ 때문이다. 물론 국내 지하수의 취수량이 줄고 각종 오염으로 먹을 물이 귀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한다.

백두산 광천수 개발에 뛰어든 배경은.

“백두산 광천수의 수질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물이 ‘귀하신 몸’이 된 것처럼 수년 내에 중국은 최고의 물 시장이 될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측면을 보고 접근했다. 게다가 청정 자연 구역인 백두산 물은 국내에서 통일과 관련된 의식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백두산천지샘물’이 현재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나.

“중국 철도 당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지에 설립한 합작법인이 철도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와 함께 중국 시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생각이다.”

사업 과정에 난관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14년 가까이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숱한 난관을 헤쳐왔다. 중국 현지는 말할 것도 없고 2003년 처음 국내에 백두산 광천수를 소개했을 당시에도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 가지 확신했던 것은 물 맛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물은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반응은.

“음용 시험을 해본 결과 ‘백두산천지샘물’을 먹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물 맛이 좋다고 평가했다. 올 여름에 본격적으로 대리점 판매에 나서면 물 맛에 대한 반응이 뜨거울 것 같다. 제품 용기가 외견상 세련미가 없다는 지적도 상당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