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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도시 공존의 현장을 가다]<1> 佛리옹의 론 강-손 강

화이트보스 2009. 4. 2. 08:52

[물과 도시 공존의 현장을 가다]<1> 리옹의 론 강-손 강


《‘효율, 속도, 긴장에서 벗어나 여유와 조화, 공존을 향해.’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고 있다. 도시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생산의 거점이 됐지만, 동시에 인구 집중과 환경오염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달고 다녀야 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도시가 재생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이 변화를 촉진하는 핵심 변수가 바로 ‘물’이다. 물은 각박해진 도시인들의 삶에 정신적, 정서적 여유를 제공한다. 물길을 둘러싼 소규모 생태환경은 도심에서 사라진 자연을 되살린다. 물길 주변의 역사와 문화도 물의 흐름과 더불어 형성되고 발전하기 마련이다.

한국도 이제 물을 중심으로 한 ‘제2의 도시화’에 나설 시점이 됐다. 서울 청계천 복원으로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경인운하에 관광과 레저, 휴식 등 다양한 기능을 덧붙이려고 한다. 하지만 일찍부터 물과 도시의 간격을 좁혀온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 비해서는 초보 수준이다.

선진국의 주요 도시들은 강변의 콘크리트 제방을 헐고 복개된 아스팔트를 걷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과 도시의 생명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물과 도시가 공존하면서 서로에게 희망과 생명을 불어넣는 세계 곳곳의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아스팔트 걷어내자 돌아온 연인들… 강따라 ‘낭만’이 흐른다



“잃어버린 강 되찾자”…20년 가까이 복원작업

주차장-도로 없애고 산책로-공원 조성…도심속의 쉼터 변신









파리에 센 강이 흐르듯 리옹에도 강이 흐른다. 센 강보다 훨씬 큰 강이 두 개나 된다. 론 강과 손 강이다. 리옹의 도심은 이 두 물이 만나는 머리쯤에 있다.

지난달 26일 리옹 론 강변 좌안(). 마르크 에브라이르 씨(50)가 시청 앞 무인 임대자전거 대여소에서 빌린 자전거로 강변을 달렸다. 자동차 주차장들이 2년 전 없어지고 자전거길과 보행자 산책로가 들어서 노천카페 사람들을 곁눈질하며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다 보면 30분 만에 리옹의 남북을 관통한다.

북쪽으로 라페신 공원을 지나고 미라벨 조나주 운하()까지 이른다. 남쪽으로 가면 제라르 공원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강을 따라 수백 km 밖 스위스 제네바의 레만 호()나 지중해 마르세유까지도 말이다. 이 길은 레만 호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론 강 자전거길 프로젝트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에브라이르 씨는 “도심 강변과 외곽 자연공연이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멀게만 느껴지던 자연공원도 지척이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시민들 찾지 않는 잃어버린 강

프랑스 총리를 지낸 레몽 바르 전 리옹 시장은 “리옹의 이미지는 론 강, 손 강 그리고 합류지점인 콩플뤼앙스(Confluence)와 분리될 수 없다”며 “두 물의 흐름이 리옹의 존재의 근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리옹 도심의 강은 땔감 목재 포도주 등을 싣고 올라가는 배들로 병목현상을 보이기 일쑤였다. 선원과 어부는 강가에 집을 짓고 살았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강둑이 세워지고 범람으로 강 높이는 더 높아졌다. 증기선 도입, 손 강 개발, 론 강 운하(미라벨과 조나주) 건설이 이어졌다. 신기술이 강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데 기여했지만 사람들이 강변을 찾는 일은 줄었다. 20세기 후반 강은 결정적으로 버려졌다. 주변은 도로로만 이용되고 접근이 어려워졌다. 주차장이 강변을 점령했다. 리옹 시민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강과 멀어졌다. 론 강과 손 강은 서서히 시민들의 집단 무의식에서 사라졌다.

○ 강의 회복 위한 ‘청색계획’ 세워

강을 찾아야 한다는 각성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리옹을 중심으로 57개 코뮌으로 구성된 ‘그랑 리옹’은 1991년 강을 되찾기 위한 원대한 계획, 이른바 ‘청색 계획(le Plan Bleu)’을 만들었다. 홍보담당자 쥘리 고드 씨는 이 계획을 크게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론 강변의 회복이다. 간선도로와 고속도로가 점령한 우안은 그대로 두고 좌안을 집중 공략해 자동차 도로와 주차장을 없애고 자전거길과 보행자를 위한 산책로를 만들었다.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무인자전거 임대 서비스도 시작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파리의 서비스도 리옹의 성공을 보고 도입한 것이다.

두 번째 계획의 중심은 론 강과 손 강 합류지점의 회복이다. 두 강 합류지점이 도시에 있다는 것은 어느 도시에서도 찾기 힘든 리옹만의 독특한 풍광이었지만 교도소와 탄약 공장이 한구석을 차지하고 도매시장 창고가 늘어서 주민들이 정답게 찾을 수는 없었다.

2005년 이곳에 전차가 들어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십 대의 기중기가 하늘로 팔을 치켜들고 있다. 손 강 물을 끌어들여 수변광장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고 수변광장 주변으로는 유럽연합(EU) 콘체르토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에너지 절약형 주택과 사무실의 건설이 시작됐다.

세 번째 계획의 중심은 손 강의 회복이다. 합류지점 공사로 회복은 이미 시작됐다. 낡은 랑보 항()에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유치한 사무건물이 들어서고 그 앞으로 강변 휴식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상류로 올라가는 손 강도 강변의 상당 부분을 점령한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만드는 계획이 최근 발표됐다.

고드 씨는 “리옹은 프랑스 제2의 도시라고는 하나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다”며 “론 강과 손 강의 회복을 통해 강과의 화해를 추구하면서도 합류지점을 개발해 부족한 도심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각각 스페인과 이탈리아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나 밀라노에 버금가는 규모의 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리옹=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강이 살아있는 국제도시 꿈꿔… 2020년까지 추진” ▼

강개발 홍보책임 바르데 씨



브누아 바르데 리옹 콩플뤼앙스 홍보책임자(사진)를 지난달 26일 만나 강 개발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강 개발의 목적은 무엇인가.

“아름답지만 버려진 강변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이곳은 주민이 대중교통수단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나마 밤이 되면 모두 떠나고 교도소의 창백한 불빛만 흔들렸다. 그러던 곳에 주민들이 살면서 일할 수 있는 21세기형 주택과 사무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합류 지점 개발은 왜 중요한가.

“리옹이 바르셀로나나 밀라노 같은 하나의 국제도시가 되려면 상당한 크기의 도심을 가져야 한다. 합류지점의 개발은 도심을 확장하는 목적도 있다. 단 전제는 지속가능한 도심이다. 일만 하고 떠나는 도심이 아니라 삶과 일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을 구성하고 싶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매개가 수변 광장과 강변이다. 리옹을 21세기 도시의 모델로 만들고 싶다.”

―론 강과 손 강의 개발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고 들었다.

“론 강은 남성적이고 손 강은 여성적이다. 론 강은 리옹에서 유량이 최소 시간당 270m3에 이르러 파리 센 강의 30m3, 오를레앙 루아르 강의 18m3보다 훨씬 많다. 평균 유량이 상류에서 570m3, 하류에서 1060m3에 이르러 프랑스에서 가장 강력하다. 손 강은 흐름이 느리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전쟁’에서 손 강의 느림,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의 유속에 대해 썼을 정도다. 경사도는 론 강보다 10배 이하로 적다. 론 강은 범람에 대비해 강변을 넓게 유지해 배수지로서 역할을 하게 만들지만 손 강은 강변에 여유가 없고 바짝 강에 붙여 개발할 수밖에 없다.”
―담당자도 바뀔 텐데 장기 개발의 지속성은 어떻게 유지하나.
“리옹 개발은 단지 리옹만이 주체가 아니라 리옹과 리옹을 둘러싼 57개 코뮌의 연합체인 그랑리옹이 추진한다. 대중운동연합(UMP)의 레몽 바르 전 리옹 시장 겸 그랑리옹 대표는 1995년 그랑리옹 집행위원회에 야당을 포함시켰다. 2005년 리옹 시장 겸 그랑 리옹 대표 자리는 사회당의 제라르 콩롱 상원의원에게 넘어갔지만 계획에 큰 변동은 없다. 리옹 개발은 2020년이 넘어서야 완성될 것이다.”

리옹=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