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류지에 빗물 일시 보관
지하50m까지 파이프 박아 인위적으로 지하수로 보내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거나 인공 강우처럼 인위적으로 물을 제조하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지만, 땅속에 흡수된 지하수를 잘 관리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되는 우리나라에선 특히 중요하다. 여름철에 몰아친 비가 만든 강물을 지하수로 보관할 수 있으면 가뭄 해소에 큰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비롯해 포르투갈·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지하수 관리로 물 부족을 해소하려는 이른바 '인공함양(涵養·인위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것)'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땅속에 흐르는 물을 관리한다
우리나라에선 비가 여름에 집중적으로 내려 물난리가 나지만, 나머지 계절엔 늘 물이 부족하다. 특히 제주도가 심각하다. 여름에 내린 물이 고여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중앙은 고지가 높고 섬 주변은 해발 고도가 낮다. 비가 내리면 급속히 바다로 빠져나가게 된다. 제주도에선 물기 하나 없던 건천(乾川)이 불과 6시간 만에 풍부한 유량을 자랑하는 하천으로 탈바꿈했다가 어느새 가는 물줄기의 냇물로 변한다.
현재 제주도의 한천(漢川)에는 인공함양을 위한 저류지(貯流池)를 건설하고 있다. 빗물이 만든 강줄기를 옆으로 틀어서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이다. 저류지가 있으면 태풍이 불어 홍수가 날 때 급격히 불어난 물을 소화해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다.
저류지에 모인 물은 지하로 간다. 지하 50m 깊이까지 직경 40㎝의 파이프를 박아서 저류지의 강물을 지하수로 보낸다. 통상 지표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물을 잘 흡수하는 투수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깊을수록 당연히 건설 비용이 많이 든다. 한천의 지질정보를 알아본 결과 50m 깊이면 좋은 투수층을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 제주도에서 바다로 쓸려 내려가는 빗물을 지하수로 활용하기 위한 인공함양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인공함양 기술은 빗물을 모아 파이프를 통해 인위적으로 지하수에 보내는 방식이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용철 박사는 "인위적으로 지하로 흡수된 물은 통상 수년에 걸쳐 천천히 땅을 통과해 지하수로 유입된다"면서 "제주도에서 사용하는 물의 90% 이상은 지하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가뭄을 대비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말했다.
제주도 한천의 인공함양시설은 올 6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완공 후에는 1만5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240만t의 물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포르투갈·미국 등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지하수 용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2004~2005년간 극심한 가뭄을 겪어서 GDP 2~3% 수준의 피해를 겪었다. 더욱이 수자원의 상당수를 인접한 스페인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에서 얻는 포르투갈 입장에서는 땅속에 흘러가는 지하수의 관리가 매우 긴요한 사안이다.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는 아예 수돗물을 지하수에 넣고 있다. 수돗물이 남는 기간에 파이프를 통해 지하수에 붓는 것이다. 이후 물 부족이 생기면 이를 펌프를 통해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지하에 댐을 건설하라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수자원의 지속적확보개발사업단'의 김승 단장은 "지하수 관리는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지반 침하를 막는 효과도 있다"면서 "바다로 버려지는 물만 잘 관리해도 가뭄 피해를 대부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댐도 지하수 관리의 한 방법이다. 지하댐은 지하수가 흐르는 길목에 물막이 벽을 지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상 댐과 마찬가지로 지하수의 수위를 높인다. 이를 펌프를 이용해 지상으로 올려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하루 15만㎥의 물을 속초의 쌍천댐과 같은 지하댐으로부터 공급할 수 있다.
지하댐의 장점은 지상과 달리 햇빛에 의해 증발하는 손실이 없고 수몰 지역이 없다는 데 있다. 하지만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들고, 수온이 낮아서 논농사 등의 관개용수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