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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여행족'에 캠프장 대여… 회원 37만명 사로잡아

화이트보스 2009. 4. 15. 11:37

'실속 여행족'에 캠프장 대여… 회원 37만명 사로잡아

[1] 英 캐러반 클럽
싸고 알찬 서비스 입소문 불황에도 예약 40% 늘어
작년 순이익 180억원 대부분 새 여행지에 투자

영국 런던 남쪽 서식스 지방 그린스테드시(市) 외곽에 위치한 '캐러반클럽'.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캠핑카를 끌고 와서 야영(野營)을 할 수 있도록 회원들에게 야외 캠프장을 빌려주고 전기·수도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본사 건물로 들어서자 80여명의 직원이 예약 전화를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옆에 앉아 있는 일부 직원들은 인터넷으로 접수된 예약내용들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지난해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세계적인 도자기회사 웨지우드, 서민형 할인체인점 울워스가 문을 닫는 등 영국 전체가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캐러반클럽은 활기가 넘쳤다. 캐러반클럽은 102년 전에 설립된 영국 유일의 캐러반 전문 멤버십 서비스 회사다.


불황에 더 늘어나는 고객

캐러반클럽은 "올 초 예약고객들이 전년도에 비해 40%나 늘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로 파운드가 약세로 돌아서자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반면, 값싼 캐러반 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러반클럽은 반짝 성장하는 게 아니다. 이 회사는 회원 수가 15년 연속 성장해 작년 말 현재 37만5000명에 이른다. 외국인 고객도 4500명이나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4000명이 새 멤버로 들어왔고, 12월 한달 동안만 11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회원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당기 순이익도 매년 늘고 있다. 불황이 닥친 지난해에도 당기 순이익은 증가해 852만파운드(약 180억원)를 기록했다.


니키 니콜(Nichol) 홍보담당 부장은 "이용요금이 저렴한 데다, 웬만한 호텔에서 제공하는 부대시설을 구비하고 있어 입소문을 타고 매년 회원들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호텔 등을 이용한 일주일짜리 가족 패키지여행을 가면 숙박비만 1000파운드(약 211만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캐러반클럽 회원의 가족 멤버십 요금은 연 37파운드로 우리 돈으로 치면 7만8000원 수준. 사이트(캠핑 공간) 하루 이용료는 회원의 경우 1인당 평균 3파운드로 한 가족이 숙박비와 음식값·연료비·관광명소 방문 등에 평균 40파운드를 사용한다고 니콜은 설명했다.

또 영국 전역에 퍼져 있는 2700여개의 크고 작은 사이트를 통해 인근 휴양지를 찾아다닐 수 있다. 유럽에도 200여개의 제휴 사이트가 있다. 각각의 사이트엔 화장실과 샤워실·탈의실·세탁소가 구비돼 있고 가스와 물이 공급된다. TV 코드가 마련돼 있거나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도 적지 않다.

▲ 캐러반클럽이 운영하는 캠핑장을 찾은 회원 가족이 캠핑카를 세워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캐러반클럽 제공
철저한 사이트 관리와 투자가 성공 비결

캐러반클럽 회원의 재가입률은 매년 80%를 웃돈다. 가장 큰 이유는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액을 사이트 개발에 투자해, 회원들에게 찾아가 볼 만한 여행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 이 회사는 지난 6년간 6600만파운드(약 1400억원)를 사이트 개발사업에 집어넣었다. 올해엔 9개의 새 사이트를 오픈해 회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사이트 주인이 이용 수익을 전액 가져가게 하되, 관리를 책임지게 하는 독립채산 및 위탁관리 방식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캐러반클럽은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200여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현지 농지 주인 소유"라며 "농지 주인이 잔디나 부대시설 관리를 책임지게 하고 이용료를 갖도록 한다"고 말했다. 본사는 연간 멤버십 요금만 챙기고 1년에 정기적으로 감독관을 파견해 관리상태를 점검·조언해주며 협업한다. 이런 철저한 관리 덕분에 회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수준이다. 회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회원들은 "사이트 관리상태가 맘에 들어 계속 이용하고 싶다", "친구·친척들에게 캐러반 이용을 적극 권한다"는 우호적인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매달 회원들에게 무료로 배포되는 100여쪽짜리 월간지 '캐러반 클럽 매거진'은 회원들과의 소통창구다. 새로 개발된 사이트나 서비스가 나오면 즉각 홈페이지에 올리고 회원들도 요구 사항을 인터넷에 올린다. 캠핑장에서의 인터넷 서비스는 회원들 요구에 따라 2006년부터 제공되고 있다. 또 사이트를 관리하는 농지 주인은 아무 때나 무료로 월간지에 광고를 실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원들이 영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지출하는 돈만 연간 3억2000만파운드(약 6750억원)에 달해 지역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영국 전체 여행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는 캐러반 이용 여행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러반 클럽은
1907년 회원 11명으로 시작… 단순 아이디어로 대박


영국에선 주말이면 캠핑카를 끌고 가족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호텔이나 민박 숙소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러반클럽은 이런 실속파 여행객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여 성장했다.

캐러반 클럽은 1907년 설립 당시 11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레저용 캐러반이 드물었기 때문에 동호인 모임 성격이었고 가입자도 적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회원들도 급증했다. 1954년에 1만명을 돌파했고 1971년 10만명, 1982년 25만명을 돌파하면서 해마다 회원수가 늘고 있다.

캐러반클럽은 가족여행이 일상화된 점을 감안해 이들이 찾아 다닐 수 있는 캠핑공간을 제공하는 간단한 비즈니스로 성공했다. 전국의 관광명소와 가까운 넓은 공터를 캠핑공간으로 개발해 회원들에게 제공한다. 특히 대부분의 수익금은 새로운 캠핑장소를 사들이는 데 쓰여 회원들은 해마다 새로운 장소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이 때문에 캐러반클럽이 갖고 있는 부동산 등 자산만 1억 파운드(약 2110억원)가 넘는다. 전체 직원 800여명 중 본사 직원 25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550여명은 회원들이 편안하게 캠핑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월간지를 통해 캠핑 정보를 제공하고, 수시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해 회원들의 수요를 파악한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홈페이지에 가입한 20여만명의 인터넷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실시간으로 미흡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런던=김영진 기자 helloj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