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캐나다 보육전문회사 '키즈&컴퍼니'
인터넷 동영상으로 자녀 상태 실시간 확인
임직원 탁아비 지원하는 회사를 상대로 영업
지난달 초 캐나다 토론토 시내 웰링턴가에 있는 웰링턴 타워(Wellington tower) 건물의 2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입구에 'Learn through play(놀이를 통해 배우기)' '가족 중심적(family oriented)'이라는 팻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110평 남짓한 공간에는 모두 112명의 영·유아들이 32명의 보육 교사들과 함께 5~6개의 방에 나뉘어 각종 놀이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캐나다 최고의 아동 보육(child care) 전문회사인 키즈&컴퍼니(kids & company)의 24개 지점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모두 만 6세 미만. 토론토시 다운타운에 있는 로펌이나 언스트&영·메릴린치·CBC·쉘 같은 대형 금융기관, 정유회사, IT(정보기술)회사에 다니는 부모들이 아침에 아이들을 맡겨놓았다가 일과 후 데려간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키즈&컴퍼니는 2002년 문을 연 이후 2007년까지 매출액이 1만2639%나 증가해 지난해 캐나다 전국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 1위에 선정됐다. 2007년 매출액은 1375만 캐나다달러(약 153억원)글로벌 불황의 한파(寒波)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보육원 내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먼저 모든 교실 안에는 웹 캠(web cam·인터넷에서 동영상으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카메라 같은 장치)이 설치돼 어린이와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었다.
수석 교사 겸 웰링턴 지점의 대표인 딜란 노아(Noah)씨는 "부모들이 인터넷에 로그인만 하면 직장이든 출장지에서든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의 동태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모두 2~4년제 대학을 졸업해 보육교사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연봉도 경력에 따라 3만~4만캐나다달러(약 3300만~4400만원)로 중상층 수준이다.
- ▲ 키즈 & 컴퍼니의 토론토 웰링턴 지점에서 어린이들과 보육교사들이 놀이 겸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토론토=김진평 객원기자 jpkim777@gmail.com
키즈&컴퍼니가 잘 나가는 이유를 몇 개 더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하지 않고 기업 간(B to B) 거래에 집중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한 회사당 5000 또는 1만 캐나다달러(약 1100만원·2개 도시 이상일 경우)의 가입비를 받고, 회원사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모객(募客)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우수한 고급 인력을 계속 붙잡아 놓거나 직원들의 충성심 유발 차원에서 사원 복지용도 등으로 임직원들의 탁아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는 점에 착안해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 절감을 위해 회원 가입·운영도 100% 온라인(online)으로만 한다. 현재 이런 대기업 고객은 모두 200개사, 총 3000명의 아동들(최고령은 만 11세까지)을 돌보고 있다.
캐나다 제국상업은행(CIBC)의 히서 맥칼리스터(McAllister) 이사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8%가 키즈&컴퍼니의 보육 서비스 이용을 동료 직원에게 적극 추천하겠다고 대답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회원 가입 후 대기 시간이 없으며 6개월 이내에 책임지고 원하는 보육센터를 이용하게 하고, 늦게 와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정책 등도 차별화 요소이다.
코트라(KOTRA) 토론토 비즈니스센터의 손호성 차장은 "한마디로 고객의 입맛에 철저하게 맞춘 유연한 경영 방식이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 시내 블로어 앤 처치가(街)에서 경찰관·의사·간호사·소방관 자녀를 위한 '24시간 차일드 케어 센터'가 대표적이다. 보모나 부모가 갑자기 아프거나 출장 등으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비상 상황에 아동들을 돌보는 '비상 백업 케어'(emergency backup care)' 같은 특별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 경우 350캐나다달러(약 39만원)를 미리 지불하면 연간 최대 15일 동안 이 서비스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또 매월 풀타임이 아니라 매주 하루 이틀 정도만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파트타임 서비스도 내놓고 있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고 있다.
13개월 된 딸과 3살 된 아들 두 명을 맡겨 놓고 있다는 트레이시 맥퍼슨(McPherson·35·휼렛 패커드 캐나다 프로젝트 매니저)씨는 "직장에서 걸어서 와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 보육센터가 있는 데다 교사 한명당 아동 비율이 세명 남짓하고 직원들이 매우 전문적이고 책임감도 강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즈&컴퍼니 CEO 빅토리아 소픽
"분기마다 음식·안전·교육 만족도 조사… 고객 요구 반영"
- ▲ 빅토리아 소픽. /토론토=김진평 객원기자 jpkim777@gmail.com
빅토리아 소픽(Sopik·45) 키즈&컴퍼니 최고 경영자(CEO)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캐나다 전역에 24개의 보육센터를 두고 있지만 올해 중에 캘거리에 2개, 핼리팩스에 1개, 몬트리올에 1개 등 모두 최소 5개를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비전은 5000만캐나다달러(약 589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우는 것"이라며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이익을 남기는 게 쉽지는 않지만 성공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토론토 시내에 10개, 캘거리에 6개를 두고 있는 이 회사의 직원은 2007년 370명에서 지난달 현재 500명으로 늘었다.
소픽 CEO는 불황을 이겨나가는 비결 중 하나로 고객과의 철저한 '눈높이 맞추기'를 꼽았다. "분기마다 고객 회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벌여요. 음식·안전·보호·교육 등 30개 항목에 대해 조사를 실시해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합니다. 24개 보육센터마다 현장 감독관과 지역 감독관 등을 두고 있는데 이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데 우리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결혼해 직접 출산한 8명(6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중상층과 전문직 맞벌이 부부가 우리의 핵심 고객들"이라며 "나 자신의 자녀 양육 경험에다 고객들의 세세한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현장에서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